요즘 애들의 언택트 상담법

텍스트만으로 심리 상담이 가능할까? 어느 때보다 마음 돌봄이 필요한 시기, 비대면 상담을 직접 체험해봤다.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우울, 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지만 전문 정신건강관리 서비스를 찾아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그중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더 안 좋아진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일반상담 건수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불안장애의 상담 건수가 무려 44.8% 증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 6월 기준으로 국가건강검진 중 우울증을 검사하는 정신건강 검진 수검률은 14.4%에 그쳤다. 우울과 불안을 겪는 사람은 늘고 그만큼 정서적 공감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전문 상담 서비스에 대한 진입 장벽이 있다는 뜻이다. 나 역시 경미한 우울과 무기력이 고민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매번 일정을 지켜 내원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나의 깊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았다. 당장 다음 날의 내원 일정조차 풀기 싫은 숙제처럼 느껴져 자연스레 발길이 끊겼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심리상담이라면 괜찮을까? 앱을 통해 쉽고 빠르고,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이게 바로 ‘요즘 애들’의 마음 돌봄법인가? 다시금 울적해진 새벽, 망설임 없이 ‘트로스트’ 앱을 다운받았다.

트로스트는 내담을 원하는 사람과 전문 상담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상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개인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나에게 맞는 상담사를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우울, 분노, 대인관계 등 감정과 상황에 따른  상담 키워드를 고르면 추천 상담사 목록이 떠오른다. 세세하게는 상담사의 성별이나 자격증 여부, 영어 상담까지 설정할 수 있고 실제 상담을 이용했던 고객들이 남긴 리뷰도 확인할 수 있다. 배달음식 앱 외에 이렇게 별점을 세심하게 살핀 적이 있던가. 상담 유형은 채팅으로 진행하는 텍스트테라피와 전화상담, 대면상담으로 나뉜다. 대면상담의 비용이 10만원 내외인 반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텍스트테라피와 전화상담은 50%이상 저렴했다. 특히 텍스트테라피의 경우 50분 1회 상담을 기준으로 최저 1~2만원으로도 가능하니 부담이 덜했다.

순서는 간단하다. 먼저 상담권을 결제한 후, 상담접수지를 작성한다. 이전에 상담을 받아본 적은 있는지, 이 상담으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등에 대한 간략한 기록이다. 정서적 지지를 바라는지, 현실적 조언을 바라는지에 따라 상담의 방향은 확연히 달라지니 가능한 한 솔직하게 기술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시간대를 고르면 상담사가 확인하는 대로 일정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예약한 상담 시간이 되자 상담사로부터 알림이 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요즘 고민하는 것, 힘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 가족과의 갈등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족관계로 상담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채팅으로 진행한 상담의 첫 느낌은 편안함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횡설수설하기도 했지만 이내 상담사가 내담을 이끌며 방향을 잡아주었다. 상담 전에는 비대면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말투나 태도, 눈빛 등 대면상담에서 세세히 관찰할 수 있는 비언어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막상 경험해보니 나처럼 말보다 글로 생각을 전달하는 게 편한 사람이라면 텍스트테라피가 가장 적합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서일까, 상대의 반응을 신경 쓰기보다 나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고 익명이 부여하는 자유와 용기를 등에 업고 대면상담에서는 꺼내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까지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대면상담 때도 솔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때 이렇게 표현할걸’, ‘그 말은 하지 말걸’이라며 후회한 적도 없지 않았다. 채팅의 경우 대답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제된 언어로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0분은 꽤 빠르게 지나가 아쉬움까지 느껴졌다. 첫 상담에서는 고민의 물꼬를 트느라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다음 상담 때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트로스트 관계자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20대 초중반의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이에 트로스트 김동현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이럴 때 자신의 마음도 ‘방역’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와 같이 어떤 우울감은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성이 높아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 외에도, 개인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언뜻 상담을 떠올렸다가도 전문가의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않고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잊지 말자. 우리의 몸과 마음은 늘 자신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마음돌봄을 돕는 앱

마인드카페 PRO 텍스트와 전화상담 중 고를 수 있다. 전문 병원과 연계한 연구로 상담 전문성을 높였다.

헬로 마인드케어 영상 또는 음성상담을 30분, 5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상담받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면 전문 심리상담사를 추천해준다.

솔카운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플랫폼으로 요청에 따라 정신건강 전문가와 채팅상담을 할 수 있다.

마인딩 자신에게 맞는 미션을 선택해 건강한 마음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심리 상담사, 명상 지도사 등의 전문가가 피드백을 제공한다.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