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불안, 무력감 휩싸인 2020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에도 문화와 예술은 주변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있었다. 2020년의 진정한 친구였다.

 

TV를 켰어

팬데믹으로 영화, 공연계가 큰 타격을 입은 것에 비해 드라마 사정은 한결 나았다. 집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콘텐츠 시청 시간도 늘었고 TV도 예외는 아니었다. 3월 TV 시청 시간은 전년보다 49분 늘었다. OTT 업체도 성장했다. 10월 국내 넷플릭스 유료 결제액은 514억으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국내 OTT 업체 웨이브는 올해 1000만 명 회원수를 돌파했다.

 

돌아온 드라마의 여왕

해마다 시청률 상위권을 다투는 건 고정 시청자층이 확고한 주말 드라마다. 그 주말 드라마를 비집고 전체 드라마 시청률 순위 3위를 차지한 드라마는 <부부의 세계>였다.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는 원작의 뼈대에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배우 김희애의 노련한 연기로 올해 최고 화제작이 되었다. 배신당한 아내의 심리를 그려낸 연기는 명불허전. ‘지선우’라는 인물은 김희애 외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함께 출연한 김영민, 한소희, 박해준 역시 인생 작품을 만났다.

 

올해의 명작

올해 만난 웰메이드 드라마 속에는 어김없이 좋은 여성 캐릭터가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
‘좋은 파수꾼이 불운을 좇는다’는 메시지를 안고 시작한 이 드라마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아이들과 그를 둘러싼 어른들을 그린다. 사회적 책임과 시대의 숙제까지 던진 묵직한 드라마. 출연 배우들이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가운데, 히어로인 차영진(김서형)은 형사이자 은호의 친구, 파수꾼으로 한결같은 모습을 지킨다.

<블랙독>
학교 이야기는 재미없을 거라며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올해의 좋은 드라마 하나를 놓친 것. 기간제 교사 고하늘은 학교에서 마주치는 교육 현장과 매 순간 던져지는 고민,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 속에서 조금씩 성장한다. 서현진은 성실하고 아이에게 진심인 선생 고하늘을 차분하게 연기하고, 라미란은 믿음직한 진학 부장 박성순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속내를 숨기고 사는 가족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은 작품이다. 추자현은 남편이 성소수자임을 알고 상처받지만, 그의 선택마저 존중하는 성숙한 캐릭터 은주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은희를 맡은 한예리와의 자매 연기는 실제 자매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 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부부의 세계> 이태오가 아내 지선우에게 항변하며 한 말.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기 그지없던 그의 대사는 이후 수많은 광고에서 패러디되었다.

“사랑해. 사랑한다니까. 사랑해. 진짜 진짜 사랑한다니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고문영이 문강태에게 사랑을 고백한 장면은 차라리 패악에 가까웠다. 조금도 로맨틱하지 않아 웃음을 자아낸 이 대사는 이후 문강태의 대사로 바뀐다.

“밤마다 운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밤마다 우니까 낮에 웃는 거야.”
톱스타가 되며 이런저런 일을 겪는 <청춘기록>의 사혜준이 자신도 힘들다고 고백하며.

소문난 잔치

전작의 작가와 배우가 다시 손을 잡은 <비밀의 숲2>는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호평 일색이던 전작과 달리 새로운 시즌은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눈에 띄었다. 특히 전작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와 힘있는 대사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후 서동재 납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며 시청률이 상승했지만, 여러모로 전작에 비해서는 아쉬웠다는 평.

 

수출의 역군

<더킹: 영원의 군주>의 국내 반응은 엇갈렸다. 김은숙 작가, 배우 이민호, 김고은의 이름값에 비해 국내 시청률과 영향력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편. 마지막 회 8%대로 종영하며 시청률만 놓고 보면 김은숙 작가의 작품 중 가장 흥행하지 못한 작품이 되었다. 반면 아시아권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더킹>은 물론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높은 해외 매출액을 달성,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주요 드라마 시청률

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 37.0%

 

JTBC 부부의 세계 28.4%

 

SBS 낭만닥터 김사부 27.1%

 

tvN 사랑의 불시착 21.7%

 

SBS 스토브리그 19.1%

 

JTBC 이태원 클라쓰 16.5%

 

SBS 하이에나 14.6%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14.1%

 

SBS 굿캐스팅 12.3%

⁎출처:닐슨코리아(11월 12일 기준)

 

드라마의 신스틸러

<악의 꽃> 김무진(서현우)
사이코패스로 의심되는 도현수(이준기)의 공방에 감금되어 모진 고초를 겪은 김무진은 이후 도현수의 충실한 협조자가 된다. 알고 보니 첫사랑을 잊지 못한 순정남.

 

<청춘기록> 사경준(이재원)
사혜준(박보검)을 이해하지 못하는 얄밉고 잘난 형 사경준. 그러나 스타가 된 후 악플에 시달리는 동생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 그는 역시 형이었다. ‘미러링’ 댓글을 달다 결국 반성문으로 마무리.

 

<사랑의 불시착> 표치수(양경원) 
진짜 북한 사람이 아니냐는 의심 아닌 의심을 받을 정도로 ‘츤데레’ 북한군 표치수 역에 녹아들었다. 윤세리와의 티키타카가 인기를 끌며, ‘귀때기’ 정만복 역의 김영민과 함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산후조리원> 안희남(최수민)
배우 차태현의 어머니이기도 한 성우 최수민이 직접 배우로 나서 산후조리원의 베테랑 간호사를 연기한다. 아기 ‘딱풀이’에 빙의한 극적인 대사들이 웃음 폭탄이다.

 

<스토브리그> 강두기(하도권)
야구도 잘하고, 인성까지 좋은 선수. 완벽한 선수 강두기는 야구 팬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배우 하도권은 실제로는 성악과 출신이라고.

 

올해의 커플

2020년 드라마 속 올해의 커플을 말한다면 당연 윤세리와 리정혁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의 윤세리와 리정혁은 tvN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대세 커플이 되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리정혁 씨”를 외치는 손예진과 리정혁을 연기한 현빈은 다시 한번 ‘로코 재질’임을 증명했다.

 

사랑 타령 말고

다양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날 수 있었던 한 해. 돈과 경제의 흐름을 다룬 <머니게임>, 군대에 좀비 떼가 창궐한 <써치>, 학교 현장을 다룬 <블랙독>, 야구계의 스토브리그를 다룬 <스토브리그>, 진정한 형사를 그린 <모범 형사>, 실종자들의 영혼이 머무는 마을을 그린 <미씽: 그들이 있었다>, 산후조리원을 전면에 내세운 <산후조리원>, 평행 세계를 숨가쁘게 오간 <트레인> 등이 그것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올까.

 

드라마의 아이콘

조정석
조정석이 못 하는 연기는 없겠지만 코믹 연기는 조정석!

 

박새로이(박서준)
이제는 이 헤어스타일마저 ‘박새로이 머리’가 됐다.

 

백승수(남궁민)
모두가 야구 이야기는 안 된다고 할 때, 이 드라마를 알아본 그의 선구안.

 

정금자(김혜수)
승리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의 농약 같은 매력.

 

천서진(김소연)
막장에 막장을 달리는 <펜트하우스>의 악역. 미모만은 눈부시다.

 

오리지널입니다

드라마계의 큰손으로 등장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위험한 10대들의 모습을 그린 <인간수업>과 정세랑의 소설을 옮긴 <보건교사 안은영>이 모두 호평을 받았다.

 

시간여행자들

시간 여행 드라마가 대세인 걸까? 시간을 뛰어넘고, 돌리고, 다른 시간과 접속하는 등 SF 요소를 반영한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와 현재의 충돌을 그린 <앨리스>, 아이가 유괴당한 후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카이로스>, 시간 여행에 추리 요소를 더한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까지.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인물들과 함께 혼돈과 혼란의 시간 여행을 다니느라 분주했다.

 

부캐대전

일찍이 자리 잡은 ‘부캐’로 마미손이 있었다. 물론 그는 매드클라운이 절대 아니다.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은 부캐 대중화의 시작이었다. 유재석은 유산슬, 유르페우스, 유두래곤, 지미유를 오가며 시행착오를 겪던 프로그램을 심폐소생했고 싹쓰리, 환불원정대의 부캐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부캐의 제1원칙은 ‘뻔뻔함’임을 다시 확인하며.

 

대세는 언니다

누구나 재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송은이조차 불러주는 곳이 없어 스스로 일을 만들었다. 여성 예능인에 대한 묵은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하지만 서서히 여성 예능이 시동을 걸었다. 박세리, 정유인, 곽민정 등 한 번도 놀 여유를 가져보지 못한 여성 스포츠 스타를 모은 E채널 <노는 언니>, 멤버뿐 아니라 교관까지 여성으로 구성된 생존 리얼리티 tvN <나는 살아 있다>는 기존 예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에너지로 가득하다. JTBC <갬성캠핑>, MBC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인 <여은파>,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tvN <식스센스> 또한 여성으로 가득했다. 여자들이 모이니까 이렇게 재미있다.

 

올해의 예능인

이효리
린다G도 천옥도 이효리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박나래
출연작을 다 적을 수도 없다. 올해도 대세의 노를 힘차게 저었다.

 

이영지
고등래퍼가 비글미 넘치는 ‘핵인싸’가 되어 돌아왔다.

 

광희
<놀면 뭐하니?>부터 유튜브 <네고왕>까지 훨훨 날아다녔다.

 

팽현숙
아내이기 전에 그녀도 희극인이었다. <1호가 될 수 없어>의 인기를 견인한 그녀.

 

올해도 서바이벌

UP <미스터 트롯>
후속으로 수많은 트로트 프로그램이 쏟아졌지만 이 감동을 재현해내진 못했다. 35.7%의 시청률을 기록한 트로트 열풍의 주역.

UP <쇼미더머니9>
지겹다 해도 보게 된다. 릴보이와 스윙스 핑계를 대기보다 이 프로그램과 너무 정이 들었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작년보단 확실히 재미있다.

DOWN <I-LAND>
판도 벌여놓고 소문도 다 냈는데 아쉬운 잔치였다. 서바이벌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몰입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문명의 시작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연반인’ 재재가 진행하는 <문명특급>이 유튜브를 넘어 공중파로 진출했다. 추석 특집으로 문명특급의 대표 콘텐츠 ‘숨어 듣는 명곡’을 줄인 ‘숨듣명’ 콘서트가 편성된 것. 나르샤의 ‘삐리빠빠’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 등이 당당하게 무대에 올랐다. 안무가 배윤정과 작사가 김이나의 출연으로 토크까지 풍성했고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서성이던 1990년대생은 오랜만에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관찰예능, 언제까지

관찰 예능은 이제 가장 안전하고 클래식한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tvN <온앤오프>는 사회적 자아가 활동하는 ‘ON’과 편한 상태로 돌아오는 ‘OFF’를 오가며 셀럽의 하루를 보여줬다. <삼시세끼 어촌편5>는 차승원, 유해진, 손해준의 이미 보증된 케미로 12%대의 높은 시청률로 순항했고 <여름방학>은 정유미와 최우식의 무해한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는 이혼 커플이 없다는 개그맨 부부의 결혼 생활을 관찰한다. 그러나 몇 년째 관찰예능이다. 새로운 예능은 없는 걸까?

 

대작입니다

대범한 기획과, 빈틈없는 설계 덕분에 볼 맛 났던 예능이 있었다. tvN <대탈출3>는 프로그램 자체의 세계관을 만들었다. 방탈출이라는 단순한 소재에서 출발했지만 좀비물, 공포물과의 결합으로 영화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tvN <식스센스>는 제작진이 세팅한 가짜를 판별해내는 진실게임 구성이다. 제작진은 무려 촬영 한 달 전부터 공을 들였다. 먼지도 냄새도 만들어내는 집념 덕분에 고정팬층도 확보했다.

 

시청률 최고의 순간

35.7%  TV조선 <미스터 트롯> 11회
22.5%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6회
17.6%  SBS <미운 우리 새끼> 210회
15.5%  JTBC <아는 형님> 229회
15.3%  TV조선 <뽕숭아학당> 9회
14.6%  KBS<불후의 명 -전설을 노래하다> 457회

3위를 제외하고 모두 <미스터 트롯> 출연자가 출연했다.
⁎출처:닐슨코리아

 

한국 회화의 저력

31년 역사의 금호미술관에서 이런 일은 또 없었다. 생존해 있는 한국 화가의 개인전을 긴 줄까지 감내하며 관람하는 일은 드물다. 수묵과 채색, 동서양의 재료를 넘나들며 구상 풍경 회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보의 작가의 개인전 <Towards>의 전시장 풍경이다. 미술관 7개 전시실에 50여 점의 신작을 선보였는데, 보기 어려웠던 그의 대작들을 시원시원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불안의 2020년에 ‘힐링’이 되었다는 평. 생명의 기원이자 인간에게 사색과 관조를 유도하는 자연을 깊은 사유와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시선, 화법으로 담아낸 작가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삶의 본질을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코로나19로 임시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느라 지친 미술계에 내린 단비 같은 초여름의 기억.

 

절망 이후의 지금

제18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인 전소정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해석한다. 올해는 이상의 시를 통해 해석한 오늘날의 시간을 <새로운 상점>에 펼쳐 보였다. 이상의 초기 시를 모티브로 현대와 근대기라는 서로 다른 시공간의 축을 교차시킨다. 영상 작품 ‘절망하고 탄생하라’는 서울과 파리, 도쿄를 오가며 기록한 이미지들과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차용한 클립들을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겹쳐낸다. 코로나 시대 이후의 시간과 예술은 지금과 같을까? 지난 6월 전시 오프닝을 앞두고 <얼루어>와 나눈 인터뷰에서 작가는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1930년대 갑작스럽게 맞이한 식민 근대라는 상황의 혼란이 100년 가까운 시차를 둔 지금 다시 찾아온 것 같다. 그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예술가는 그렇게 끊임없이 채우고 비우고 영향받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상이 그랬던 것처럼.

 

비대면 비엔날레

코로나19로 국내외 비엔날레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된 가운데 2020 부산비엔날레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라는 주제로 65일간의 대장정을 안전하게 마쳤다. 전 세계 작가 열한 명이 부산을 주제로 쓴 열 편의 소설과 다섯 편의 시를,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해석해서 작품을 제작 또는 구성하는 독특한 형태로 구성됐다. 부산현대미술관, 영도 폐창고, 중앙동 원도심 등 부산 시내 곳곳을 무대로 삼았는데,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시장을 이동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도시를 탐험하고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침착한 여정을 마친 2020 부산비엔날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과 특성을 적절히 이용하며 비엔날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Jenny Holzer, , 2015, 256.5 ×12.7×12.7cm

지금은 전시 중

올해의 남은 시간, 단 하나의 전시를 봐야 한다면 제니 홀저다. 제니 홀저는 지난 40여 년간 언어를 재료로 삼아 작업해왔다. 다양한 원전의 문구를 여러 매체로 전달하며 역사와 정치적 불의를 고찰한다. 작가의 목소리로 소개되는 글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회 현안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함으로써 냉정한 장을 구축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간결한 문장을 담은 LED와 대리석 벤치 조각 작품들에서 비밀 정부 문서에 금박을 입혀 정보의 은폐와 공유에 대해 고찰하는 회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텍스트와 매체를 통해 오늘의 현실을 고민한다. 2020년에 작별을 고하며. 제니 홀저의 전시 제목을 전한다. <생생한 공상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

 

RM의 선택

평소 미술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고 밝혀온 방탄소년단의 RM은 소문난 미술 애호가다. 해외투어가 멈춘 올 한 해 그는 다양한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행선지를 공유하는 아미 또한 미술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올해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김종학과 이배, 윤형근, 김보희, 이승조,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을 찾았고, 9월 생일에는 삼성동에 거대한 파도 전광판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탄 디스트릭트의 국제 갤러리 전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는 모두 막을 내렸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은 내년 4월까지 계속되니 RM의 행보를 함께할 기회는 남아 있다.

 

지금 그 도시에는

바이러스도 예술을 접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를 막진 못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도 전시는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앨리스 : 점점 궁금해지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기원을 탐구하고 작품을 둘러싼 재해석의 역사를 되짚는다. 영화, 공연, 패션, 예술, 음악, 사진을 아우르는 300여 개의 전시작 중에는 루이스 캐럴의 초고와 존 테니얼의 삽화도 함께 전시된다. 살바도르 달리, 비틀스, 톰 브라운 등 동시대 아티스트에 미친 영향을 주목한다. 내년 1월 10일까지.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루이비통 재단에서의 신디 셔먼>
셀프 포트레이트 기법으로 대중매체에서 여성의 이미지가 소모되는 방식을 비판해온 사진가 신디 셔먼의 45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회고전과 루이 비통 재단 소장품 중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한 특별전이 동시에 열린다. 신디 셔먼의 작품과 20여 명의 60개에 이르는 작품이 ‘초상화’라는 주제로 드넓게 펼쳐진다. 내년 1월 3일까지, 파리 루이 비통 재단.

 

<쿠사마 야요이: 사랑이 부른다>
팝아트, 미니멀리즘, 사이키델리아의 개념을 섞어 회화, 퍼포먼스, 설치룸, 야외조각, 영상, 디자인, 건축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작업에 자신의 인장을 꾹꾹 눌러 담은 쿠사마 야요이는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다. 1953년부터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보스턴현대미술관이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망라하여 소개한다. 내년 2월 7일까지, 보스턴 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