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수록 좋다는 것이 올해의 뷰티 룰이지만, 12월엔 좀 화려해도 괜찮다.

 

“모든 여성은 자신의 얼굴에 조금씩 마법의 가루를 뿌리고 싶어 해요.” 벌써 12월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지 알렉산더의 말처럼 한 해를 떠나보내는 이때 성대한 파티는 못 하더라도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메이크업만큼은 올해 못 했던 만큼 아낌없이 화려하게 연출해보자. 특히 올해 백스테이지에서는 주얼 장식에서부터 글리터, 메탈릭 등을 활용한 장식적인 메이크업 기법이 대거 선보여 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욕구불만이 해소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니 말이다. 이러한 실험적인 메이크업은 작년부터 계속되어온 트렌드다. 메이크업에 목마른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듯 마음껏 컬러와 텍스처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메이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쿨하면서도 정교한 느낌을 잃고 싶어 하지 않죠.” 테리 바버의 말처럼 베어 메이크업 트렌드가 계속될수록 반대편에서는 더욱더 화려한 메이크업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에는 극단적인 컬러와 반짝이는 글리터 텍스처가 얼굴에 자유롭게 뿌려졌다면, 올해는 더 통제되고 의도적인 접근 방식의 장식 기교가 눈에 띈다. 마치 가면을 씌우듯 얼굴 전체를 주얼 장식으로 채운 크리스찬 코완 쇼의 메이크업이나, 눈가에 샹들리에 장식을 더한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의 메이크업처럼 말이다. “주얼리 같은 액세서리를 얼굴에 장식하는 것은 얼굴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샨텔 밀러는 이러한 장식은 매우 치밀하게 계산된 메이크업 테크닉이라고 말한다. 파티마 토마스 역시 장식의 모양을 신중하게 고려해 연출하면 얼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듯 표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프린 by 숀튼 브레가치 컬렉션에서 모델들은 커다란 이어링을 하고 있었는데, 잘 살펴보면 금박 장식을 귀에 입혀 마치 귀부터 이어링까지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것.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쇼나 디온 리 쇼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모델들의 얼굴에 스와로브스키 스톤이나 메탈 볼을 눈썹 라인을 따라 붙였는데, 이것이 마치 자신의 눈썹 같기도, 혹은 피어싱을 연출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저는 과한 메이크업을 싫어합니다.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란다 조이스는 화려한 메이크업이라고 무조건 많이 더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대신 장식으로 생동감을 주면 더 흥미로울 수 있죠.”

주얼 장식과 금박 포일 외에 이번 시즌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재료는 리퀴드 메탈이다. 펄감이 가득한 페인트를 뒤집어쓴 듯 머리부터 얼굴까지 반짝이는 룩으로 연출한 마르니 쇼의 모델에서부터 테리 바버가 쿠튀르의 클래식함과 펑크의 과장됨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루츠 후엘 쇼의 빛나는 아이라인, 마치 메탈릭 사인펜으로 눈두덩에 선을 그은 듯 연출된 프라다 쇼의 아이라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인 것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개 메탈릭한 파우더 타입의 아이섀도를 워터 베이스에 섞어서 사용하는데, 어떻게 연출하냐에 따라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세련되고 미래적인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메이크업 재료다. 이러한 메탈릭한 질감을 눈에만 사용할 필요도 없다. 이번 시즌에는 구찌 뷰티에서부터 로라 메르시에 등에서 펄감이 가득한 립스틱 제품을 다양한 컬러로 선보인다. 이를 활용한다면 일상생활에서도 GCDS 쇼의 모델처럼 쿨한 메탈릭 룩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마스크 뒤로 숨고, 꾸안꾸 스타일이 유행하더라도 메이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을 꽁꽁 감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메이크업에는 그만큼 힘이 있기 때문. 개개인의 애티튜드를 보여주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자기 표현인 셈이다. 이러한 마음을 한껏 표출하기 좋은 12월. 다채로운 재료를 사용해 잘 계산된 방법으로 새로운 메이크업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