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정서를 패션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의 스타일 인터뷰
가족의 정서를 패션으로 오롯이 드러내는 이른바 쿨 패밀리에게 물었다. 가을에는 무엇을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요?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
가족 소개를 해달라
포토그래퍼 김진용, 스타일리스트 김보라, 그리고 3살 골든리트리버 김퍼플.
평소에 서로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나?
(김보라, 이하 김) 패션에 대해서는 쇼핑을 함께 할 정도로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내가 남자 옷 섞어 입기를 좋아해서 남편 것까지 사는 경우도 많다. 남편은 내 옷을 입지 못하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는지?
(김) 딱 한 가지 스타일을 따르진 않는다. 패션 쪽 일을 하다 보니 편협한 시야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양하는 것은 확실하다. 어색하게 무언가를 흉내 내는 것. (김진용, 이하 진) 마찬가지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유행이라고 해서 따라 하다 보면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이번 가을 간절히 바라는 아이템이 있다면?
(진) 디테일과 소재, 핏에 대해 꽤 까다로운 편인데 최근에 해체적인 패턴이나 소재가 믹스된 팬츠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나 반드시 퍼플이의 털이 붙지 않고, 촬영 때 쉽게 더러워지지 않는 소재여야 할 것.
(김) 한동안 즐겨 입던 통바지가 지루해져 밑위, 힙 둘레, 실루엣까지 체형을 완벽하게 잡아줄 인생 청바지를 찾는 중이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 가을 아이템을 추천해달라.
(김) 아무리 생각해도 데님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정말 잘 맞는 핏의 데님을 찾는다면, 워싱이나 컬러별로 쟁여놔도 좋겠다. (진) 주름이 쉽게 가지 않는 편하면서도 포멀한 검은색 블레이저. 아웃도어 소재의 포멀한 실루엣으로, 내가 갖고 싶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실용적인 믹스매치 룩
가족 소개를 해달라
패션디자이너 부부 하동호, 이수연. 각자 소윙바운더리스와 듀이듀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각자 디자인한 옷을 자주 입는 편인가?
(이수연, 이하 이) 자주가 아니라 매일 입는다.(웃음) 내 취향을 오롯이 담아 만들었기 때문에 듀이듀이가 곧 나의 스타일이다. 런웨이에서 선보이려고 만든 유니크한 옷을 베이식한 아이템과 섞어 과하지 않으면서 내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도록 연출한다.
(하동호, 이하 하) 실루엣이 낙낙하면서도 멋스러운, 편하고 실용적인 룩이 좋다. 한 브랜드에서 착장을 맞춰 입으면 컬러나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결국 소윙바운더리스의 옷을 자주 입는다는 이야기다.(웃음)
가을 들어 새롭게 집중하는 스타일이나 아이템이 있나?
(이) 최근 펑크에 꽂혔다. 록시크 무드, 스터드, 징, 레더 그리고 컬러가 화려한 모피 등 펑키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롭고 강렬한 스타일을 시도하려고 한다. (하) 요즘 자연스러운 실루엣에 화려한 패턴이 더해진 팬츠에 눈이 간다. 이번 가을에는 과감하게 도전해보고 싶다. 기분전환이 될 것 같다.
패션디자이너 부부로서 멋스러운 가을 스타일 또는 아이템을 추천한다면?
(이) 상반되는 느낌을 자유롭게 섞는 믹스매치 룩을 추천한다. 벌룬 슬리브, 러플 장식 등을 더한 로맨틱한 드레스에 실루엣이 날렵한 매니시한 부츠를 신는 식. 여기서 신발의 매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평소 러블리한 디테일이 들어간 아이템을 즐긴다면 로퍼, 블로퍼, 워커 등과 같은 깔끔한 신발을 갖춰두자. 룩이 과해지는 것을 중화하며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하) 컬러풀한 오버사이즈 니트 스웨터는 이것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부부가 함께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남편이 스포티한 하프 팬츠에 더해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했다면, 아내는 트랙 쇼츠에 스니커즈를 매치해 보다 경쾌하게 입어도 좋겠다.
자연스럽고 열정적인
가족 소개를 해달라
물과 서핑을 좋아하는 물개 가족 김용일, 김아름, 김여름이다. 현재는 웨이크서핑 스쿨을 운영하며, 세 살 딸 여름이와 함께 북한강이 보이는 가평에서 전원 생활을 즐기고 있다.
패션 스타일도 가족의 라이프를 많이 닮았다.
(김아름, 이하 김) 결혼 전 패션 브랜드의 홍보 일을 오래 했다. 트렌드나 아이템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입는 이의 취향과 성향, 고유의 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우리가 사는 환경과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룩을 추구한다.
(김용일, 이하 용) 우리의 경우에는 아내와 나의 인상이 다소 강한 편이라 화려한 것보다 내추럴한 아이템을 찾으려 한다. 전원의 느낌과 도시적인 세련된 무드가 공존하는 스타일을 지향한다.
올가을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나?
(김) 아이가 생긴 후로 패밀리 룩에 관심이 많아졌다. 함께 외출할 때 무드를 통일하는 시밀러 룩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하는 중이다(똑같은 아이템을 맞춰 입는 것은 재미가 없으므로).
(용) 패밀리 룩은 아내가 주도하는 편. 언제라도 물놀이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편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이라면 환영이다.
추천하고 싶은 가을 아이템은?
(김) 가죽 부츠! 가죽 부츠를 신어야 비로소 가을이 됐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기자기한 것보다 쿨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엄마 욕심으로 여름이는 막 걷기 시작할 때부터 부츠를 신겼다. 부츠 자체가 지닌 강렬하고 세련된 존재감이 있어 어떤 옷차림에 매치해도 멋스럽다.
(용) 짙은 렌즈의 선글라스. 착용이 간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캐주얼 룩을 보다 느낌 있게 만드는 유일한 액세서리가 아닐까.
캐주얼과 클래식 사이
가족 소개를 해달라
주방도구 수입 회사와 목공방을 운영하는 남편 김세준, 에디터 경력을 살려 그의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 강혜영, 26개월 된 아들 김민제, 11월 탄생 예정인 뱃속의 둘째 금금이.
남다른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데 노하우가 궁금하다.
(김세준, 이하 김) 유행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나와 어울리는 옷이 무엇일지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소재가 좋은 옷이 곧 좋은 브랜드라는 믿음이 있다. 촉감이 좋은 면 티셔츠나 니트를 입으면 소재가 주는 풍족한 존재감에 만족스럽다.
(강혜영, 이하 강) 육아와 가사, 일을 병행하다 보니 옷 살 시간이 많이 없다. 대신 남편 옷장을 수시로 열어본다. 사이즈가 애매해서 안 입는 옷은 모두 내 차지다.
예를 든다면?
(김) 컬러별로 사 입을 정도로 애정하는 메르츠 베 슈바넨의 면 티셔츠나 폴앤샤크의 피케 티셔츠는 한번 입으면 결코 다른 건 못 입을 정도로 소재감이 뛰어나다. 특히 메르츠 베 슈바넨의 티셔츠는 통으로 직조해, 앞뒤를 붙인 평면적인 일반 티셔츠에 비해 착용감이 월등하게 좋다.
(강) 남편이 대학 시절 즐겨 입었던 타임 니트 스웨터, 사이즈가 작아 손대지 않는 JW 앤더슨 남성복 라인의 니트 등이다. 간혹 사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을 찾을 때면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다. 최근 폴로 셔츠가 그랬다.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나?
(강) 요즘은 남성 온라인 편집숍에서 함께 쇼핑한다. 아마도 임부복 사이트보다 자주 들르는 곳. 컬러나 절개가 독특한 남성복에는 애써 꾸미지 않아도 되는 어떤 쿨함이 있다. 최근 구입한 이탈리아 브랜드 오리앙의 셔츠나 덴마크 니트 브랜드 안데르센-안데르센의 니트웨어는 임신 중에도 즐겨 입었지만 출산 후에도 꾸준히 찾게 될 아이템이다.
올가을 특별하게 갖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김) 이미 잔뜩 쟁여둔 환절기 팬츠를 부지런히 꺼내 입을 생각이다. 남자들은 TPO에 맞는 의상을 찾는 것보다 내 신체 사이즈에 꼭 맞는 팬츠를 만나는 게 2~3배는 더 힘들다. 마음에 드는 팬츠가 보일 때마다 하나 둘 사 모은 게 어느새 꽤 된다.
(강) 개인적으로 뉴욕의 갤러리스트 루시 채드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캐주얼과 클래식을 분방하게 믹스매치하는 그녀의 센스는 봐도 봐도 놀랍다. 특히 그녀가 임신했을 때 입었던, 남편 옷장에서 꺼낸 듯 넉넉하면서도 소재가 돋보이는 터틀넥 니트! 두께는 적당하면서 너무 부해 보이지 않는 뉴트럴톤의 터틀넥을 찾아볼 생각이다. 마땅한 것이 나타난다면 출산 전까지 유니폼이 될 것 같다.
가을날 쉽고도 간편하게 스타일을 업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하나만 꼽아달라.
(김) 니트와 비니! 두꺼운 아우터를 걸치지 않아도 되는 이 짧은 가을을 즐기기엔 니트가 제격이다. 여기에 환절기용 비니를 꼭 챙겨 하는 편인데 이때 컬러 매치에 주의해야 한다. 너무 공들여 ‘깔맞춤’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은 내내 기분이 별로다.(웃음)
(강) 요즘 많은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소개하는 퀄리티 좋은 페이크 레더가 어떨까. 가죽 부츠, 가죽 재킷, 가죽 스커트 등 벌써부터 쇼핑몰 장바구니가 미어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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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