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 의무일까요? 배려일까요?
10월 10일, 오늘은 임산부의 날. 임산부 배려석은 항상 비워둬야 하는 걸까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발 디딜틈 없는 지하철 안, 만삭의 배를 붙잡고 서 있는 임산부를 많은 사람들이 못 본척 합니다.뻔히 눈앞의 임산부를 보고도 당당하게 임산부 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옆에서 답답할 때도 많죠? 그리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힘이 없는 백발의 노인을 향해 어쩔 때는 무례하게도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누구의 권리가 더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임신을 겪고 임산부 배려석에 배려 받았던 혹은 배려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자리가 또 임산부만을 위한 배려석은 아니지 않을까요? 노약자나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배려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면 그걸 꼭 경찰처럼 배지를 보여 주면서 비키라고 하는 것 까지는 좀 보기 그렇더라고요. 제가 임신을 했을 때 그냥 앉는 사람들이 진짜 많아서 놀라기도 했지만 먼 거리를 가는 게 아니여서 노인에게 양보한 적도 있거든요. 배려와 의무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배려 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걸 임산부와 비슷한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38세 패션 VMD
“출퇴근 시간에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져 있길 바라는 건, 불가능하죠. 러시 아워 시간에는 비워져 있지 않다고 봐야 해요. 그래도 그 시간을 좀 지나면 괜찮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편한 건 앉아 있을 때 비켜 달라는 말을 못 한다는 거예요. 나중에 배가 엄청 나왔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한두 번 비켜달라고 했었죠. 다들 핸드폰만 보고 모른척하고, 배도 얼마 안 나왔는데 뭐가 그렇게 힘드냐면서 어르신들이 뭐라 하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옆에 있는 사람이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비켜달라고 대신 말해주셔서 앉은 적도 있어요. 이 말을 꺼내기가 진짜 힘들거든요. 제발 알아서 비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36세 디지털 광고 매니저
“자리가 널찍할 때는 저도 모르게 앉은 적이 있어요. 배가 안 나온 경우에는 정말 모르겠기도 해요. 어떤 분이 임산부인지. 하지만 지하철이 꽉 차 있는 상황이라면 다르죠. 비워 놓기도 해야 하고, 노약자 석이 따로 있어도 어르신이 앞에 서 있으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처럼 임산부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를 하는 것처럼 꼭 그 자리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임신을 하는 게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35세 디지털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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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홍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