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가 사랑하는 패션 사진가 신선혜가 첫 번째 사진집 <썸웨어>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수많은 도시에서 기록한 사진은 하나같이 그녀처럼 따뜻하고 다정하다.

 

2쇄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지금은 그저 좋다. 1쇄가 더 프레이즈의 팝업스토어에서 모두 판매됐다. 그러나 우리의 1쇄는 보통 서점가에서 이야기하는 그 1쇄와 다르다. 많지 않은 수량이다.

사진집을 내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시작할 때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패션 에디터 출신의 김누리 실장이 더 프레이즈의 이름으로 팝업스토어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 공간에 내 사진을 몇 장 장식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도 아니고, 만약, 전시라고 했으면 단어가 주는 무게가 부담스러워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가 취향껏 고른 오브제들 옆에 어울리는 내 사진을 거는 정도였다.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장소가 더 큰 곳으로 변경됐고, 더 많은 사진이 필요하게 되었다.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브제와 사진을 설명할 수 있는 작은 도록을 제작하면 어떨까 논의했는데,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사진만으로 구성하는 사진집으로 발전됐다.

 <썸웨어(Somewhere)>. 팝업스토어의 주제와 사진집의 이름이 같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팝업스토어를 꾸미는 것에서 시작된 일이기에 그에 맞춰 사진을 골랐다. 그리고 그 주제가 나도 언젠가 생각했던 단어라 낯설지 않았다. 실제로 세계 많은 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으니까.

사진집을 낸 기분은 어떤가. 
미루던 숙제를 한 느낌이다. 그리고 언젠가 사진집을 낸다면 하드커버로 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그것 하나는 확실히 이뤘다.

사진을 고르는 과정은 어땠나. 
정말 많은 사진을 보고 또 봤다. 사진을 펼치고 추리고 또 고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패션 사진가로 익숙한데 사진집에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풍경이나 사물이 눈에 잘 들어온다. 내 눈에 예쁜 것을 찍는 습관이 있기도 하다.

당신은 버려진 폐기물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빛의 움직임을 잘 이용하고 색상을 잘 포착한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나. 
빛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리고 귀엽고 예쁜 것을 보면 주저없이 카메라를 드는 덕분에 그런 평을 듣는 것 같다.

신선혜의 여러 사진 톤 중 이번 사진집에서는 당신의 SNS에서 느꼈던 감성이 전해졌다. 
맞다. 실제로 수록한 사진들 중 상당수가 아이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배경으로 모두 94컷을 담았다. 사진을 찍었던 순간이 다 기억나는지. 
물론이다. 장소와 대략의 시간대, 또 레스토랑을 나와 한 여자가 내 앞을 스쳐간 후 찍은 건물 사진이란 상황까지 생생하다. <얼루어>와 함께한 출장길에서 찍은 사진도 몇 장 있다.

수록된 사진 중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은 무엇인가. 
지난 2월, 밀라노 패션위크 출장 후 1박 2일 동안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

사진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역이 궁금하다. 
이탈리아다. 익숙하고 편한 곳을 자주 가는 편인데 몇 년 살기도 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출장이 잦아 사진 찍을 기회가 많았다.

사진집을 한국에서만 소개하는 건 좀 아쉽다. 
그러지 않아도 SNS 메시지를 통해 문의가 꽤 많이 들어온다. 외국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해외 진출인가?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팔리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아트북을 다루는 외국의 작은 서점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보물처럼 발견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사진집을 구입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감사합니다. 이말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