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들은 집보다 회사 근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죠. 촬영과 마감, 미팅이 많은 에디터들은 좀 더 오래 있습니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얼루어> 편집부는 2007년부터 논현동 빌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주변인 논현동과 압구정동에는 맛있는 식당이 많습니다. 팬데믹으로 조금씩은 어려운 시기, 편집부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맛있는 식당 55곳을 소개합니다. 3650일이 넘도록 드나든, <얼루어> 에디터의 단골집입니다.

 

호무랑

모던 캐주얼 재패니스 레스토랑으로 2012년 문을 연 호무랑. 8년이 지난 지금은 머릿속에 호무랑은 곧 수타 소바라는 등식이 생겼다. 일본 소바의 명가 ‘사라시나 호리이’와 제휴해 낫토소바, 참마소바, 대합소바 등 다양한 소바를 맛볼 수 있는데 특히 청어소바는 8년째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칸지 우에키가 디자인한 모던한 인테리어도 여전히 힘이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42 피엔폴루스 문의 02-6947-1279

 

덕후선생

사천 음식과 수타면, 향신료를 주제로 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예약 없이 먹을 수 없는 베이징덕의 인기 때문인지 저녁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그에 비해 점심에는 한가한 편이다. 점심 무렵 덕후선생을 방문하면 점심 한정 메뉴를 먹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여름을 겨냥한 량피를 냈다. 커다란 한 장의 수타면이 그릇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바지락포개면도 점심에만 맛볼 수 있다. 어떤 면을 시키든 수타면의 고소하고 졸깃한 맛이 살아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822 5F 문의 02-514-3663

 

소이연남 마오

다른 동네에서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 회사 근처에 지점을 내면 기쁘다. 소이연남도 그랬다. 게다가 소이연남 마오는 기존 소이연남의 음식에 풍성한 와인 리스트까지 더했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길게 이어진 촬영이나 끝나지 않는 마감 속에서도 뚝딱 소고기 쌀국수 한 그릇을 비울 수 있게 된 거다. 창 맥주 한 병까지 곁들이면 여기가 방콕 아속 역 뒷골목 같아서 ‘컵쿤카’를 외치고만 싶다. ‘배민’ 배달을 시작하며 급할 때는 사무실에서 시켜 먹을 때도 있는데, 가까워서 그런지 매장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엇을 주문하든 ‘소고기 국수’만은 꼭 시켜야 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3길 30 문의 02-545-5130

 

까폼

까폼에 들어서면 태국 여행의 그리움이 새삼 솟아오른다. 메뉴도 맛도 호텔 앞 골목 ‘포차나’에서 먹던 바로 그것이다. 다른 태국 식당에서 찾아보기 힘든 족발덮밥이라거나 랭쌥 같은 전골메뉴도 있어서 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제격이다. ‘찜쭘’은 안 하시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그것까지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것도 정말이지 ‘태국’ 같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3길 18 지하1층 문의 02-6081-7318

 

묵전

올해 <얼루어>팀은 단 한 번도 회식을 하지 않았다. 과거 회식을 하게 되면 1차로든, 3차로든 묵전은 반드시 들르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회식하는 사람들이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식사와 안줏거리를 겸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장점이라,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밥을, 술을 먹고 싶은 사람은 술을 마실 수 있다. 술바보와 주당이 이곳에서만큼은 평화롭게 공존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8길 22 문의 02-548-1461

 

맛짱조개

생각보다 회사가 많은 지역이라 많은 식당이 오후 9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그럼에도 새벽까지 불야성인 가게가 있으니, 바로 맛짱조개다. 포장마차형 술집인 맛짱조개는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까닭에 마감으로 밤샘 작업을 하는 편집부는 새벽 1시쯤 야식을 먹곤 한다. 시간을 아끼려고 미리 전화로 주문하는데, 주인언니의 휴대폰에 ‘두산 야근 언니’로 저장되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포 뜬 산오징어가 편집부 최애 메뉴로, 오징어회를 말 그대로 ‘포’를 떠 상추 위에 얹고 다진 고추, 마늘을 뿌려 내온다. 바지락칼국수도 시원하고 칼칼한 맛으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36길 10 문의 02-516-4787

 

해몽

<맛있는 녀석들>에 소개된 후로 등갈비가 대세인 듯하지만 <얼루어> 편집부 사람들은 <해몽>을 목살집으로 부른다. 운 좋게 테이블을 차지했다면, 이내 예스러운 연탄불이 지펴지는데, 90년대생 후배라도 있다면 “연탄 처음 보지?” 같은 ‘라떼 토크’도 가능하다. 파와 상추를 버무린 겉절이, 산뜻한 양파부추무침과 함께 촉촉한 목살을 구워 먹으면 된다. 주의 사항. 꼭 주인아저씨가 시키는 방법대로 구울 것.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는 듯, 항상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학동로41길 32 문의 02-515-6080

 

최가네 버섯샤브매운탕칼국수

오래된 집이지만 늘 새로운 단골이 생겨난다. 얼큰한 국물의 칼국수도 칼국수이지만 직원들이 전심을 다해 볶아주는 볶음밥과 겉절이가 지구에서 최고다. 배추의 속살만 잘 골라 무친 겉절이는 해외 출장이 길어질 때마다 마치 소울푸드처럼 떠오른다. 볶음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후배는 ‘모든 것은 볶음밥을 먹기 위한 여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1길 36 문의 02-547-7676

장성생태전문점

빨간 간판이 강렬한 장성생태탕 역시 이 지역에서는 꽤 오래된 가게 중 하나다. 요즘 귀하다는 생태와 대구를 칼칼하게 끓여내는 집이다. 알과 곤은 따로 추가도 가능하고, 애도 있으면 넣어준다. 추워질무렵 딱 좋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9길 7 문의 02-3446-0037

한우리

많은 지점을 거느린 한우리의 본점이다. 본점답게 숙련된 직원들이 능수능란하게 움직인다. 점심에는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 유명한 국수전골을 맛볼 수 있다. 양념통을 든 직원이 긴 젓가락으로 양념을 넣는 모습을 항상 홀린 듯 보게 된다. 취향에 따라 매콤함을 조절해준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04 문의 02-545-3334

돌곰네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어집. 다시마와 톳과 함께 먹는 돌문어톳쌈과 곰장어구이로 유명하지만, 인근 회사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점심 메뉴를 갖춘 식당이기도 하다. 무엇을 주문하든 보리밥부터 조금 내어준다. 새벽 4시까지 하는 까닭에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6길 18 동현아파트 6동 문의 02-3446-2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