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들은 집보다 회사 근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죠. 촬영과 마감, 미팅이 많은 에디터들은 좀 더 오래 있습니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얼루어> 편집부는 2007년부터 논현동 빌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주변인 논현동과 압구정동에는 맛있는 식당이 많습니다. 팬데믹으로 조금씩은 어려운 시기, 편집부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맛있는 식당 55곳을 소개합니다. 3650일이 넘도록 드나든, <얼루어> 에디터의 단골집입니다.

 

조각보

에디터들과 일하는 이들은 여성이 많다. 가끔은 ‘일하고 있는’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안다즈 호텔 2층에 위치한 조각보는 축하가 필요한 날이나 연말 같은 특별한 자리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오븐에서 구운 국내산 닭고기’라는 메뉴가 있다. 방목해서 생산한 프리 레인지 닭고기와 채소를 오븐에서 익힌 요리다. 이 닭고기를 나눠 먹다 보면, 미국에서 왜 추수감사절에 다 같이 칠면조를 먹는 전통이 생겨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 854 안다즈 호텔 2층 문의 02-2193-1191

 

투뿔등심

성공한 사람들은 낮부터 ‘투플러스’ 등급의 등심을 구울 자격이 부여된다. 그러나 <미생>을 보며 내 얘기인가 싶었던 회사원에게는 오직 점심 식사 메뉴만이 허용될 뿐. 갈비 곰탕, 육회비빔밥 등 대표 메뉴가 있지만 그럼에도 고기가 아쉽다면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는 갈비 폭탄밥을 주문하면 된다. 흰밥 위에 갈비와 양파 슬라이스가 섭섭지 않게 올라와 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동료들에게 한 점씩 나눠준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19 문의 02-3448-5646

 

마켓오

마켓오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가끔 이런 메뉴가 있었는데’ 하며 떠올릴 때는 있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로변에 있고, 여섯 명이 각각 여섯 대의 차를 타고 와도 주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라니. 한국인의 입맛을 절묘하게 반영한 대파 카르보나라, 명란크림연어파스타, 간장치킨리소토 등으로 식사를 마치고 1층에 위치한 카페 랩오에서 오렌지 라테를 마셔도 좋다. 딱 두어 달만 선보이는 복숭아 빙수를 맛보러 여름에 더욱 자주 간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0 문의 02-515-0105

 

P.S 카페

싱가포르 뎀시힐을 부흥시킨 주역이자, 우리나라 레스토랑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 PS.카페(PS.Cafe)가 서울 도산공원에 문을 연 후에는 식사 걱정을 덜 하게 되었다. 중국 상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PS.카페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밤까지 휴식시간 없이 운영되는 올데이 다이닝(All-Day Dining)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애매한 시간에 촬영이 끝났더라도, 그 누군가가 배가 고프다고 울부짖을 때에나 목이 마를 때라도 망설임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식사는 아니지만 당이 떨어진 것 같다고? 그렇다면 대표 메뉴인 밀가루 없는 오렌지 케이크, 진저 푸딩에 커피 한잔을 곁들여도 좋다. 피자, 파스타는 물론, 동남아에서 영감을 받은 싱가포르 치킨 라이스, 타이 포크 보울 같은 아시아 음식들도 훌륭하다. 언제라도 시크한 분위기는 덤. 팬데믹 이후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9길 9 1층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

현대카드를 소지해야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인지,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는 이 지역에서 가장 조용한 곳 중 하나다. 최근에는 1층 델리를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단장했다. 소장 중인 쿡북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메뉴와 음료,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것. 연어구이도시락, 깔끔한 달걀밥, 텃밭 채소와 바질 딥 등 시기별로 메뉴는 계속 바뀔 예정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46 문의 02-513-2900

 

게방식당

좌식 테이블에 앉아 먹는 게장이 아니라, 톰 딕슨 조명이 한눈에 들어오는 ‘쿨’한 분위기 속에서 게장을 ‘힙’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을 얻었다. 모든 메뉴는 유기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게장, 새우장, 전복장 정식에는 시원한 미역국이 딸려 나오고, 일일이 발라 먹는 게 싫다면 게알백반 같은 메뉴도 있다. 어디까지 소문이 났는지,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메뉴판을 들고 어려워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도와주자.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31길 17 1층 문의 010-8479-1107

 

아침가리긴밭

은은한 미색 패브릭에 ‘우리밥 우리술’이라고 내건 말이 정겹다. 그 옆에는 식사메뉴부터 요리메뉴, 계절메뉴까지 정갈하게 쓰여 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듯 ‘막걸리’도 메뉴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강된장비빔밥이나 직접 만든 만둣국, 닭개장 등의 식사메뉴와 함께 저녁에는 옛날주전자에 담긴 막걸리에 도토리묵 등을 곁들일 수 있는 곳. 그래서인지 영화계 인사들을 자주 본다. 무엇을 맛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징어미나리전을 추천한다. 바삭한 가운데 미나리의 향이 확 퍼진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길 9 문의 02-451-0101

 

호루몬규상

일본 소도시에서 보던 호르몬 구이집을 연상시키는 가게로, 간판 옆에 ‘우설’, ‘갈비’, ‘늑간살’ 등 메뉴가 써 있다. 같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서너 개와 카운터 자리로 구성된 작은 가게로 쉽게 맛볼 수 없는 내장과 특수 부위를 낸다. 그 종류가 돼지목연골, 오소리, 유퉁까지 망라한다. 한 점씩 구워 타래 소스, 폰즈 소스를 찍어 꼭꼭 씹어먹으면 제각기 고소하다. 하이볼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14 다동103호 문의 02-6408-9667

 

청국장

간판에는 파란 글자로 ‘청국장’이라고 써 있을뿐이라. 원조 청국장이라고도, 두산 청국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무튼 이 근방에 청국장집은 이 집뿐. 청국장을 주문하면 비빔 그릇을 함께 준다. 밥을 담고 두부와 무가 푸지게 들어간 청국장 두 주걱에 무채 등을 넣어 비벼 먹다 보면 따끈한 누룽지가 나온다. 오징어볶음, 낙지볶음도 곁들일 수 있다. 물가 높은 동네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한 끼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14 문의 02-542-5985

해삼

‘잠수사의 집’이라는 부제처럼 가게 앞 수족관은 생선이며, 참소라 같은 바다 것으로 가득하다. 점심에는 회덮밥, 서더리탕, 굴떡국, 고등어조림, 해물순두부 등 식사메뉴가 충실하고 저녁에는 회와 해물요리를 맛볼 수 있다. 겨울이면 굴보쌈, 가을이면 전어도 메뉴에 올라온다. 우럭 2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우럭조림은 우럭도 우럭이지만 양념이 스민 감자와 무, 고사리의 맛이 기가 막히다. 네 명이 모여서 밥 한두 공기씩 먹으면 딱 좋다. 조림을 기다리는 20~30분 동안에는 어릴 적 유원지에서 맛보던 바다고동을 쪽쪽 빨아먹으면 시간이 금세 간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6 문의 02-511-8200

안주방·면주방

낮에는 면주방이었다가 저녁에는 안주방으로 변신하는 곳. 면주방일 때에는 갈비국수와 시금치카레를 먹고 저녁에는 타파스 스타일의 음식과 함께 노랑방의 내츄럴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곳이다. 나만 알고 싶었는데, 이제는 다들 안다. 고정된 메뉴가 있지만 대표가 즉석에서 적어둔 그날 좋은 메뉴를 주문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그렇다보니 하루 두 번 간 적도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13 문의 02-515-5113

생김치오겹살

다른 이름이 필요 없이 이 집의 이름은 생김치 그리고 오겹살이다. 작은 사거리 골목 코너에 있는 이 집은, 알아서 오는 단골들이 있기에 항상 돌판이 달궈져 있다. 오겹살, 항정살 무엇을 주문하든 김치 한 덩어리가 그릇에 담겨온다. 기울어진 돌판 아래쪽에 김치를 잘 펴놓고 고기를 구우면 김치는 알아서 맛있게 익는다. 김치 칼국수까지 먹으면 완성.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45길 22 문의 02-3443-7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