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들은 집보다 회사 근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죠. 촬영과 마감, 미팅이 많은 에디터들은 좀 더 오래 있습니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얼루어> 편집부는 2007년부터 논현동 빌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주변인 논현동과 압구정동에는 맛있는 식당이 많습니다. 팬데믹으로 조금씩은 어려운 시기, 편집부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맛있는 식당 55곳을 소개합니다. 3650일이 넘도록 드나든, <얼루어> 에디터의 단골집입니다.

 

파불라

마라의 개성이 살아 있는 파인다이닝 파불라는 아마도 이번에 소개한 식당 중 가장 먼 거리일 것이다. 걷기엔 제법 먼 이곳까지 가는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 고급스러운 사천 음식을 먹고 싶다. 둘, 아는 사람을 마주치기 싫다. 셋,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이 필요하다. 깔끔한 구성의 점심 정식은 누구도 만족한다. 설마 여기까지 걸어간다고? 싶겠지만 배부르게 먹은 후에는 핑계 김에 걷자고 한다. 항상 운동 부족인 사람들이라서. 물론 발렛 주차 서비스는 잘되어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81길 51 루미안 빌당 1층 문의 02-517-2852

 

하모

‘진주 음식 만드는 부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하모.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며, 한동안 해외에서 온 친구들을 이곳에서 만나기도 했다. 2만원대의 반상을 주문하면 잡채, 육전, 석쇠불고기와 식사가 나오고, 간단한 식사로는 진주비빔밥과 헛제삿밥, 된장칼국수 등이 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헛제삿밥에 정이 간다. 다섯 가지 나물과 속데기에 조산간장 양념을 비벼 먹는 맛이란. 소담스럽게 담긴 모양새도 예뻐서, 음식이 나오면 다들 휴대폰부터 집어든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 819 문의 02-515-4266

 

오스테리아 마티네

데이트를 위한 레스토랑을 찾는데, 이왕이면 와인 한잔도 곁들이면 좋은 곳을 찾는다면 오스테리아 마티네로. 붉은색 벽에 드리워진 어둑한 분위기 속에서 글라스 와인에 타파스를 곁들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타파스 메뉴 중 토마토 소스로 졸인 소 내장 요리 ‘트리파’와 가리비 구이는 꼭 주문한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발렛 주차 실장님’은 특급 호텔보다도 친절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4길 17 문의 02-3444-2673

 

시추안 하우스

사천 음식이 대중적이지 않은 시절부터 ‘매운맛’을 보여주던 곳. 안다즈 호텔 아케이드에 새로운 지점이 자리 잡으면서 메뉴도 조금 달라졌다. 중국 사천고추, 태국 타이고추, 한국 청양고추와 산초까지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메뉴가 다른 음식에도 좀 더 힘을 줬다. 즐겨 먹는 메뉴는 피시 마라탕. 생선살과 면, 채소를 마라 육수로 익히는 전골 방식으로 재료를 추가할 수도 있다. 마파두부, 꿔바로우 등 매운 음식과 안 매운 음식의 조화가 좋다.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 854 안다즈 호텔 지하 1층 문의 02-511-1162

 

이치에

일본에 가지 않아도 좋다 싶을 정도로 모든 요리가 맛있다. 그래서인지 오픈한 지 한참 되었음에도 여전히 예약하기 어려운 이자카야다. 덕분에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는데, 전화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밤 9시쯤 입장이 가능하다. 그때까지 배고픔만 참을 수 있다면 고등어볶음밥, 등푸른생선모둠회, 마제소바, 쇠고기나베… 등 어떤 것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치에에 처음 왔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메뉴판을 주고 이렇게 말한다. 아무거나 골라보라고, 아무거나 다 맛있다고.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23-3 2층 문의 070-4273-4087

 

다모아

1993년부터 운영해온 가게다. 어느 지역이나 맛있는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은 소중하겠지만, 임대료가 높은 상업지역이라서인지 떡볶이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편집부를 거쳐간 많은 에디터, 디자이너들이 ‘다모아’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떡볶이부터 라면, 쫄면, 쫄볶이 오므라이스 같은 대표 분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밀떡파’라면 다모아 떡볶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 촬영장에 사다 놓으면 어느 집이냐고 다들 묻는데, 왠지 뿌듯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150길 41 문의 02-542-0435

 

136길 육미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새로운 에디터가 입사하면 으레 첫 점심을 이곳에서 사 준다. 깔끔한 한 그릇 음식으로 구성된 메뉴 속에서 제각기 자신의 입맛을 찾을 수 있기 때문. 비건인 후배는 아보카도솥밥을, 회를 좋아한다는 후배는 생연어덮밥을, 입맛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선배는 카레를 주문한다. 큼직한 계란말이에 메밀국수를 넣어 만 ‘메밀김밥’은 하나를 시켜 나눠 먹는다. 그래서인지 점심엔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저녁에는 한잔하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벌써 5년이나 된 가게.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 136길 9 문의 02-542-8899

 

두레국수

누군가는 두레국수의 국물만 먹어도 해장이 된다고 한다. 누군가는 비빔밥에 달걀프라이가 두 개라서 좋다고 한다. 누군가는 구수한 곱창전골을 좋아한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각 이곳을 좋아하기에 점심시간이면 항상 줄을 선다. 국수는 달달하게까지 느껴지는 육수에 소고기와 쑥갓의 조화가 아주 좋다. 계산 후에 주인언니가 챙겨주는 ‘야쿠르트’를 너나없이 쪽쪽거리며 회사로 향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37길 28 문의 02-3444-1421

불이아

건설회관 쪽을 지나는 사람들이 코를 킁킁댄다. 그것은 바로 마라의 향기! 지금의 ‘인기 음식’이 되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훠궈는 먹는 사람만 먹는 지극히 마니아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금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훠궈 전문점이 바로 불이아다. ‘둘도 없는 우리’라는 뜻이라는데, 마치 홍탕과 백탕을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훠궈도 훠궈지만 고구마로 만든 ‘빠스’를 꼭 먹어야 한다. 훠궈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이 집의 빠스를 싫어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 711 건설회관 지하 1층 문의 02-517-6689

청담만옥

미팅을 겸하면서,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을 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한식주점 청담만옥이 그 어려운 걸 했다. 점심에만 선보이는 ‘한상’ 메뉴는 매일 바뀌는 주 메뉴와 함께 12첩 한상이 차려지는 형태다. 솥밥이나 비빔밥 등에 정성껏 끓인 국이 곁들여진다. 달걀프라이나 명란젓을 추가할 수도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3 문의 02-6673-8888

대가방

멀리서 온 손님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동네 대표 맛집’이다. 전국에서 손꼽힌다는 탕수육부터 주문할 것. 어느 정도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 굴과 죽순, 숙주가 듬뿍 들어 있는 대가탕면을 주문한다. 요리를 시키면 식사를 반 나눠 담아주는 서비스가 있다. 테이블 간격이 좁고 늘 사람이 많아 항상 정신 없이 먹는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45길 13 럭스웨이빌딩 문의 02-544-6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