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몸과 그 움직임에 대해서.
김민지 | 현대 무용수
무용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20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현대무용은 정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나?
현대무용을 하나의 장르로 볼 것인가 아니면 현대의 춤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이견은 있다. 아직까지는 이론적으로 정의하기가 모호하다.
고전 무용을 하다가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었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이었던 안성수 안무가 님이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맡으셔서 그곳에서 배우며 또 다른 분야를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학교 다닐 때도 교수님 수업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들어 크게 작용했다.
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느끼기에 현대무용은 다소 전위적으로 보이고 동작 하나하나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모든 움직임에는 스토리를 담는다.
그렇다면 스토리 속에 약속된 동작들이 있나?
특히 강조되어야 할 부분에 약속된 동작 등이 있지만 안무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주제를 관통하는 큰 동작과 그 동작들을 자연스럽게 잇는 동작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그런 면에서 다른 장르의 무용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그게 제일 장점이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것.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했을 때는 어떤 느낌인가?
희열감이 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무대에 서서 춤을 출 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로지 춤만 출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몸 선이 너무 아름답다. 그 몸을 만들려면 하루에 연습량이 꽤 될 것 같다.
보통은 6~7시간 정도 연습한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는 때가 있어 몸을 단련하고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조깅, 코어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 등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이다.
본인의 몸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곳도 있나?
콤플렉스는 누구나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등이 잘 펴지지 않는 것이 약점이었다. 그래서 어깨와 등을 펴는 동작을 열심히 했다.
그렇다면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아마도 허리? 남들보다 조금 얇은 것 같기도 하고(하하) 유연하기도 하다. 그래서 평소에 안무를 짤 때도 허리를 꺾는 동작을 넣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공연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 공연 취소로 상심한 관객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보여드릴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무용수들의 릴레이 영상 ‘혼자 추는 춤’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마치 방구석 콘서트처럼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
혼자 추는 춤은 어땠나?
사실 더 외로웠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다 같이 모여서 연습도 하고 싶고. 작년 겨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벌써 5개월째 오프라인 공연을 못 하고 있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겠다. 앞으로 계획은?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다. 5월에는 오랫동안 공연해왔던 ‘혼합’이라는 작품의 온라인 상영회가 열리고, 6월에는 장원하 음악감독님의 음악에 맞는 한국 무용 공연도 있다. 9월에는 ‘스윙’이라는 현대무용 작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다시 관객과 소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지연 | 핸드스피크 퍼포머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해달라.
핸드스피크라는 곳에서 핸디 랩과 공연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핸드스피크는 어떤 곳인가?
농인의 문화 예술 활동을 위한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약 20명의 농인 아티스트가 활동 중이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핸디 랩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핸디 랩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핸디 랩이란 수어로 랩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올드 힙합을 좋아했는데, 문득 수어로 할 수 있는 랩이 있을까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핸디 랩을 찾아보니 수어로 랩을 하는 미국인이 꽤 많더라. 심지어 수어로 랩 배틀까지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랩은 음악이나 비트를 들어야 할 수 있지 않나?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랩을 할 수 있나?
흔히 농인은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청기를 착용하면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강한 비트와 정 박자 정도는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박자에 맞춰서 수어로 랩을 한다.
손으로 자신의 언어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수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약간의 표현의 차이가 있는데, 한국어 그대로를 수어로 표현하려고 하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어감이 다른 푸르스름하다, 푸르다, 새파랗다 등의 한국어를 영어로 표현하는 데 제한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이번 <얼루어> 6월호의 주제가 보디(Body)다. 각자 몸을 이용해 마음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자신의 손으로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어려움은 있지만 제한은 없다. 손뿐만 아니라 표정, 동작, 위치에 따라 모든 것을 담아내서 표현하고 있다.
손 외에 자기 몸 중에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있나?
나는 통통하거나 마른 것 상관없이 건강해 보이는 것이 좋다. 작년까지는 엉덩이가 가장 자신 있었는데, 요즘엔 운동을 조금 쉬었더니 살이 올랐다. 그래서 가슴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도 하나는 얻었으니 다행인가?(하하).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여자가 있나?
이효리를 좋아한다. 연예인의 모습보다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인다.
일 말고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나?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므로 자연스럽게 국내여행에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에 현충원에 다녀왔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해 알고 나니 애국심이 더 커졌다.
공연을 연출할 때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안중근 의사나 유관순 열사에 대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농인 버전으로 공연하고 싶다. 작년에 뮤지컬 <영웅>을 보고 엄청 감동받았는데, 국제 수어 버전으로 발전시켜서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영웅> 속 ‘누가 죄인인가’의 노래를 가지고 농인 버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
또 다른 목표가 있나?
핸디 랩으로 유명한 래퍼들과 컬래버레이션 공연도 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뮤직페스티벌에 가서 공연도 하고 즐기고도 싶다. 농인들도 엄청 잘 논다.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출 정도로.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손유희 |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발레를 어느 정도 해온 건가?
초등학교 때부터 했으니 30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럼 나이가?
37살이다. 쌍둥이 아이가 있는 엄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출산 전으로 몸을 되돌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다시 연습하고 관리하니까 되더라.
그때쯤이면 몸에 무리도 가고 한계가 오지 않나?
한계는 늘 느낀다. 스스로의 한계와 싸우는 게 나의 일이고, 한계점은 점점 높아진다. 춤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리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
관리 방법은 항상 다르다. 날마다 몸의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에 잘 돌보고 관리해야 한다. 연습 외에도 필요할 때마다 필라테스도 하고, 요가도 한다.
발레에 대한 로망이 있다. 발레와 다른 무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거의 모든 무용 장르의 기본이 클래식 발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본이 되는 움직임이고, 또 추는 사람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춤에 비해 정해진 규칙과 정확한 포지션을 지키면서 난이도 높은 기술을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럼 발레는 테크닉이 중요하다는 말일까? 발레에서 몸의 움직임이란 어떤 의미일까?
클래식 발레에는 대부분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오페라나 뮤지컬과 다르게 대사나 노래가 없기 때문에 오롯이 몸의 움직임으로 스토리와 감성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발레에서는 몸의 움직임이 곧 대사다. 앞에 말한 규칙과 기술은 기본이고.
그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같은 대사도 배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듯이 무용수의 역량에 따라 감정선이 확연히 달라진다. 등으로도 슬픔을 연기하고, 섬세한 발 연기로도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과장해서 표현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표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움직이려고 연구하고 연습한다. 표현하기 위해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자주 보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몸으로 무엇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나도 스스로에게 궁금한 부분이다. 가능성을 알고 싶기도 하고, 간절하기도 하고.
최근 자기 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자신 있는 부분을 자랑해도 좋다.
내 몸은 발레리나로서 훌륭하게 타고난 몸은 아니다. 하지만 발의 움직임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내 발에는 그동안 선생님들의 오랜 가르침과 연구 그리고 나의 노력이 담겨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앞으로 계획을 얘기해달라.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공연을 하고 있진 않지만, 앞두고 있는 정기공연은 7월 18일부터 올리는 <오네긴>이라는 작품이다. 오네긴의 주연인 타티아나는 여자 발레리나들이 가장 해보고 싶어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안무가 존 크랑코 재단에서 직접 캐스팅하기 때문에 역할은 아직 미정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할 때 타티아나 역할을 해본 적이 있어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고 있다.
꼭 오프라인 공연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나도 무대에 꼭 다시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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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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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 HYE 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