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도 옷 입는 재미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제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말한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는 데까지도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 그런 후에도 유사 바이러스가 매우 종종 우리 삶을 괴롭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상이 되었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홈트는 물론이고 홈카페, 홈캉스 등 모든 레저 생활에 홈(Home)을 붙여 집에서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그리고 독려한다). 그러는 동안 처음 얼마간은 대부분 파자마를 입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물리적 시간이 길어지며 집에서도 예쁜 옷을 입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 파자마나 슬립웨어도 다양하게 바꿔 입고, 일을 시작할 때는 옷 매무새가 바로 세워지는 원피스로 갈아입는 식이다. 전투를 나갈 때 전투복을 입듯이 자세가 바로잡히는 옷을 입었을 때 약간의 긴장감으로 일이 더 잘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일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물론 새 옷을 입고 거울 셀피를 찍어 SNS에 공유하며 희열을 느낄 수도 있겠다). 결국은 옷을 입어 꾸미는 행위 전반도 모두 내 만족을 위한 것.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옷 소비가 시작되었다. 편하면서도 기분전환이 되는 홈웨어가 그 중심이다.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슬립 드레스다. 많은 디자이너가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다양한 디자인의 슬립 드레스를 선보였다. 다채로운 색상의 자수로 장식한 알베르타 페레티의 것, 시어한 소재와 가죽 텍스처를 믹스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것, 비즈와 레이스로 완성한 구찌의 것, 코바늘 뜨개로 만든 조나단 심카이의 슬립 드레스까지. 그 다음은 레이어드다. 알렉산더왕은 비대칭 슬립 드레스에 이너를 매치했고, 크리스토퍼 케인은 두터운 카디건을 무심하게 걸쳐 둘렀으며, 레지나 표는 같은 텍스처의 얇은 코트를 매치했다. 집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가벼운 아우터를 걸치는 것만으로도 슬립 드레스는 격식 있는 원피스로서 역할을 한다. 안토니오 마라스와 스텔라 매카트니, 톰 포드, 포츠 1961 등이 선보인 파자마 풍의 실키한 팬츠 룩도 눈여겨보자. 재택 근무를 하는 이들에게는 살짝 드레시해 기분 좋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원피스가 좋겠다. 샬라얀의 언밸런스한 맥시 원피스, 에스닉한 분위기의 프로엔자 스쿨러의 원피스 레이어드, 끌로에의 페전트 풍 드레스와 함께라면 집에서도 스타일리시함을 만끽할 수 있다. 또 간결한 실루엣의 셔츠 룩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도 언제든 외출할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이다. 특별할 것 없어 더 은근히 오래 눈길이 가는 더 로우의 셔츠 셋업 스타일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셔츠 원피스 룩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마지막으로 의상의 변화로 분위기를 바꿨을 땐 룸 슬리퍼 대신 실내용 뮬이나 샌들을 신어 발끝까지 변화를 완성하도록. 집안에서도 새 분위기, 새 느낌으로 새로운 발걸음이 함께할 테니.

광택이 은은한 실크 셔츠는 40만원대, S.A.R.K 바이 매치스패션(S.A.R.K by Matchesfashion).

 

페이즐리 패턴의 실크 팬츠는 가격미정,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Mara).

 

맥시 슬립 드레스는 50만원대, 알렉산더왕(Alexanderwang).

 

블랙 스퀘어 토 샌들은 가격미정,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

 

언밸런스한 셔츠 드레스는 11만원,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허리끈 장식의 레이온 원피스는 1백69만원, 프로엔자 스쿨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