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성장을 멈추지 않고 그 속도 그대로 천천히 나아가는 산다라박, 이젠 뮤지컬 배우다.

 

화보 촬영은 오랜만이죠?
그러네요. 투애니원 활동할 때도 자주 찍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니 오늘 같은 화보는 다 ‘레어템’이라고 할 수 있죠. 아까 촬영하면서 앞으로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인터뷰는요?
재미있어요.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거니까 좋은 기회죠.

당신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투애니원의 상큼한 보컬&신인 여배우’라고 적힌 걸 보고 왠지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적혀 있던가요?(웃음) 한동안 업데이트를 안 한 것 같네요. 투애니원의 보컬이라는 건 오래전부터 적혀 있었을 거고, 신인 여배우는 5~6년 전쯤 연기를 시작하면서 추가한 내용일 거예요. 이제 신인 뮤지컬 배우라는 말도 추가해야겠네요.

과거 위에 지금을 더해가는 방식이 좋게 들리네요.
그룹 활동을 하다가 홀로 서기를 하면 과거의 자신을 싹 다 지우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도 있죠. 근데 저는 정과 추억이라는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게 잘 안 돼요. 쭉 남겨둔 채 간직하고 싶어요. 저를 상징하는 소중한 흔적이잖아요. 과거의 나를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추가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이별에 서툴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요. 
맞아요. 그걸 부정하기에는 너무 약하죠. 정말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화이트 셔츠, 블랙 재킷, 데님은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최근 몇 년으로 기간을 좀 좁혀볼까요?
무럭무럭 성장하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남들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기준에서 한 10년 정도는 더디게 성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20살 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요. 30살이 되고 난 후에야 10대 아이들처럼 해맑을 수 있었어요. 지난 5년 동안 어마어마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했죠.

서른 살이 되면 여러 의미에서 안정을 찾는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그때 완전히 불안정했던 거 같아요. 서른을 훌쩍 넘은 이제야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어요. 알을 깨고 나온 느낌이 들기도 해요.

지금 이 순간 기분은 어때요? 일요일 저녁에 옷도 여러 벌 갈아입고 하느라 예정보다 좀 늦어진 지금이요.
배가 좀 고픈 거 외에는 별 생각이 안 드는데요. 예정 시간보다 지연되는 건 이 일을 하면서 없을 수 없는 부분이라 이제 익숙해요. 어쨌든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요.

오늘의 결과물은 만족하세요?
좋아요. 사실 아까는 수줍어서 제대로 못 봤어요. 인터뷰 끝나면 모니터 좀 찍어갈까 봐요. 다 추억이잖아요.

뮤지컬 <또! 오해영>을 선택한 건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새로운 걸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걸 겁내지는 않아요. 근데 딴 건 다 해도 뮤지컬은 평생 안 할 줄 알았어요. 저랑 가장 멀리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 때가 있는 건지 정신 차리고 보니까 제작진과의 상견례 자리에 나가 있더라고요.(웃음)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어요. 특히 배우 서현진 씨를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하잖아요. 또 벤이 부른 사운드트랙 ‘꿈처럼’이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무대 위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제 모습을 상상하니까 막 흥분되더라고요.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이었죠.

레드 재킷은 마린 세레 바이 분더샵(Marinne Serre by Boon the Shop), 검정 레이스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볼드한 이어링은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bani),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막상 마주한 뮤지컬의 세계는 어떤가요?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일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노래, 연기, 대사 등 외우고 신경 써야 할 게 한가득이에요.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진짜 심했어요. 함께하는 동료 배우들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배웠어요. 제 장점이 주변의 조언과 가르침을 빨리 습득하는 거거든요. 받아들이는 건 잘해요. 계속 애쓰다 보니 어느 순간 뭔가 확 깨는 느낌이 들면서 좀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뮤지컬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 톤이 좀 높아진 거 알아요?
하하.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 큰 욕심이 없었어요. 한 번의 도전으로 끝나도 좋다는 쪽이었죠. 나랑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막상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팀을 잘 만난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연습이 끝난다는 게 아쉽고 서운할 정도예요.

이제 준비 완료 상태인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쉽게 공연 오픈 날짜가 한 번 밀렸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상태니까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게 맞아요. 숨을 고르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노래나 연기는 마지막까지 보완해야 하고요. 대신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저도 모르게 부담감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걸 내려놓고 즐기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5월 말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완숙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 있겠네요.
아마 그렇겠죠?(웃음)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블루 레더 톱과 스커트, 슈즈는 모두 지방시(Givenchy).

무대 위에 서면 떨리거나 그러진 않죠?
저는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어요. 우리의 리더 씨엘 양이 엄청난 완벽주의자여서 그때 훈련이 됐죠. 연차가 쌓여도 리허설 때 이미 100%를 해내야 했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본공연 때 200%가 나와요. 그게 돼요. 씨엘이 굉장히 냉정한 친구인데 항상 하는 말이 다라 언니는 본공연 시작하면 연습 때보다 2배, 3배 더 잘해낸다고 응원해줘요. 그 말에 또 힘을 내고요.

투애니원에 관한 이야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네요.
너무 당연하죠. 제 이야기를 할 때 그 친구들의 이름 없이는 불가능해요. 빠질 수 없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어때요? 자연스러운 편인가요?
낯을 많이 가려요. 밖으로 나다니는 편도 아니니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일이 잘 없어요.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좋은 인연이 많이 생겨서 좋죠. 몇몇은 평생 갈 거 같아요. 그 외에는 오래된 친구가 많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왜소하지만,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토록 곧게 바로 설 힘은 어디서 나와요?
제가 장녀거든요. 동생들과 나이 차이가 4살, 6살씩 나요. 어릴 때부터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일종의 장녀 병이죠.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는데 아마 그 영향도 큰 것 같고요. 엄마는 늘 강한 분이었고, 어디 가서 민폐 끼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저 실제로 모범생 콤플렉스라는 진단도 받았어요.(웃음) 지금은 자유로워졌지만요.

그러고 보니 <또! 오해영>을 통해 굉장히 오랜만에 무대에 선 산다라박을 만날 수 있겠네요. 팬들이 좋아하겠어요.
팬들이 너무 많은 기대와 응원을 해주고 있어요. 저보다 그들이 더 떨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연차가 쌓일수록 팬들을 생각하면 뭉클한 게 있어요. 아주 큰 팬덤이 존재할 때도 있었거든요. 그때도 참 감사했지만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는 친구들의 얼굴이 보여요. 투애니원이 해체하고 한동안 활동이 없을 때도 묵묵히 기다려준 팬들을 생각하면 정말 고맙고 애틋하죠.

아까 남들보다 좀 늦다고 한 말이 계속 남아요. 지금은 어때요? 
행복해요. 어제 뮤지컬 연습 끝나고 동료들과 밥을 먹는데 그 자리도 참 행복한 자리였고요. 찐 친구와 찐 팬, 진짜 내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세상이 단단하다는 확신이 들어요. 대학로로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참 좋아요. 이제 모든 게 다 안정적이에요. 부러운 것도 없고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하루빨리 다들 마음 편하게 외출도 하고 여행도 떠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아프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