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수호는 늘 한결같다.

 

화이트 티셔츠, 실버 링은 디올 맨(Dior Men).

프린트 후드 셔츠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스위스에서 만난 후 3년 만이네요. 
하하하! 너무 좋았죠.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어요.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하늘을 날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다들 무섭다고 안 했는데, ‘와후!’ 하는 소리가 들려 위를 보니 혼자 하늘에 있더라고요. 차분한 성격으로 알고 있어서 놀랐어요. 
감정 표현 잘합니다.(웃음) 3000미터에서 뛰어내렸던 것 같은데 제가 그런 겁은 확실히 없는 것 같아요.

우연히 퇴근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게스트로 나와 “솔로로 데뷔한 수호입니다”라고 멘트를 하던데, 정말 다시 데뷔한 기분인가요? 
진짜 다시 데뷔한 것 같아요. 뮤지컬 말고는 방송에서 완곡한 게 처음이라서요. 첸이나 백현이는 혼자 노래하는 일이 많았는데 저는 방송에서 혼자 노래한 적이 없어서, 뮤지컬 라이브를 그렇게 많이 했어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SM 스테이션 등으로 솔로 곡을 종종 선보여왔는데요. 이번 활동은 뭐가 달랐나요? 
그때는 보컬로서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욕심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으니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죠. 이번 솔로 활동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음원 차트에서 1위 했을 때요. 요즘 1위 하기가 힘든데 팬분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들어주셔서 진심이 전해지는구나 생각했죠.

노래 제목 ‘사랑, 하자’는 직접 지었나요? 
네, 제가 직접 지었어요.

프린트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오프화이트(Off-White). 링은 불가리.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랑하자’는 엑소의 구호이기도 하죠? 그것도 당신이 지었다던데. 
네, 제가 만든 구호예요. 제가 써도 되는 이름이죠.(웃음) 드라마 <하자 있는 인간들>을 우연히 보다가 ‘하자’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하자’라는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가 흥미로웠어요. 사랑에 하자가 있지만 그래도 사랑하자고 고백하는 내용이에요. 사랑에 모두 상처와 아픔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자 라는 의미예요.

타고난 목소리가 워낙 미성이에요. 엑소 멤버의 여러 목소리가 섞이는 곡과 달리 한 곡을 쭉 끌어가야 했는데, 보컬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썼어요?
확실히 음악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보컬을 뽐낸다기보다 악기 중 하나로 제 목소리가 어우러졌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사 전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발음도 중요하고, 와 닿게 발음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 음악을 들을 때도 가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가사를 직접 써서 애정이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술술 써진 곡은 무엇인가요? 
‘자화상’이랑 ‘사랑, 하자’.

가장 많이 수정한 곡은요?
‘자화상’이랑 ‘사랑, 하자’.(웃음)

가장 중요한 곡이라는 거군요. 앨범의 제목도 ‘자화상’이고요. 본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8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쓴 거예요. 데뷔 초 느낌도 있고… 모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스위스에 갔을 때 다 같이 미술관에서 반 고흐 작품을 봤잖아요?

화이트 티셔츠는 디올 맨. 블랙 팬츠와 실버 팔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취리히 미술관(Kunsthaus Zurich)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죠.
그때 미술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됐어요. 반 고흐의 다른 자화상을 보러 프랑스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년에 가서 그 작품을 직접 보았고, 그 계기로 자화상을 제목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네요. 그러니 이 앨범을 스위스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3년 전엔 ‘커튼’이라는 노래를 했는데, 이번엔 ‘암막 커튼’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연결되는 이야기인가요? 
맞아요. ‘암막 커튼’은 첫 솔로곡 ‘커튼’ 이후의 이야기예요. ‘커튼’이 많은 사랑을 받았었고, 저에게도 참 소중한 곡이에요. 커튼이 이별 후의 외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이 노래는 이별 후 세상과 단절된 채 상대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내면 같아요.

‘하자’ 있는 사람도 사랑을 한다는 의미도 넣었단 말처럼 앨범 전반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깔려 있는 반면, ‘Made in You’ 만큼은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완성형의 노래예요. 팬송으로 봐도 되나요? 
엑소엘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고, 팬들과 공연장에서 같이 부르고 싶은 노래예요. 만남 자체가 운명 같고, 함께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에 대한 곡이죠. 엑소엘을 생각하면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하고 감사해요.

그런 팬들과 마음 편히 얼굴을 마주하기엔 어려운 때예요. 아쉽나요?
팬들과 영상 통화도 하고 SNS도 하고 팬미팅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데뷔 초보다도 지금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린트 셔츠는 카사블랑카 by 미스터 포터(Casablanca by MR Porter). 데님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첼시 부츠는 구찌(Gucci).

영상 통화를 한다고요? V라이브랑은 다른 건가요? 
쉽게 말하면 랜덤으로 선정된 팬분들과, 정말로 1대 1로 영상 통화를 하는 거예요. 팬사인회에서 사람들 많은 데서 얘기하는 것보다 저도 그렇고 팬분들도 편하게 진심으로 자기 얘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집에서 하다 보니까 뒤에 붙어 있는 포스터도 다 보이고. 너무 편하게 통화해서 이래도 되나 싶더라고요.(웃음) 말도 더 편하게 하게 되고요.

마침 오늘이 엑소 데뷔 8주년이라서 팬들의 축하 무드가 한창이었어요. 10대 시절을 엑소팬으로 보냈다는 팬도 있더군요. 8년은 어른이 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에요. 
그렇죠. 고등학생이었는데 이제 회사원인 친구들도 있어요. 요즘 재택근무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엑소가 자신들의 ‘청춘 시대’라고 하는 팬들의 마음을 새삼스럽게 생각해봤어요. 청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있나요? 
청춘은, 꿈이 있으면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춘은 나이와 무관한 거죠.

멤버들끼리는 뭐라고 축하했어요? 
멤버들끼리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얘기도 하고, 과거 사진을 단체방에 올리기도 하고. 각자 스케줄 때문에 만나지는 못했는데. 조만간 다 같이 만나기로 했죠.(웃음)

기념일, 생일 등에 의미를 두는 편인가요? 멤버들이 모두 한가하다는 가정하에 같이 모인다면 뭘 하고 싶어요?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스케줄 때문에 최근에는 잘 즐기지 못했어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해요. 만약 생일이나 기념일을 멤버들이랑 자축한다면 정말 아무런 카메라 없이 캠핑 가서 낚시도 하고 유유자적하게 자연을 즐기고 싶어요.

데님 재킷은 올세인츠(Allsaints). 반바지는 랩101(LAB101).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랑을 잘 표현하는 편인가요?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는 어떤가요? 
솔직히 어릴 땐 잘 못했어요. 엑소로 데뷔하고 나서 더 잘하는 것 같은데, 표현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표현을 꼭 하려는 편이에요. 사랑한다, 고맙다란 말을 많이 하게 됐죠.

<얼루어>도 그사이 엑소 멤버들을 종종 만났어요. 지난번 <아는 형님>,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모습을 보니 다들 즐겁고 편해 보여서 좋더군요. 
계속 찾아주신다는 건 좋은 일이죠.(웃음) 다 서로 편하죠. 나이도 있고 연차도 있으니까. 저도 너무 편해요. 이제는 딱히 긴장하거나 떨리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서로 못 볼 것, 볼 것 다 보고 성향을 다 알아서 그냥 딱 봐도 알아요.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에요.

혼연일체. 한 몸이라는 거네요? 
다른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왜 저런 행동과 저런 표정을 짓는지 다 알 것 같아요.

무대 위의 완벽한 모습 대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는 반응이 많았죠. <아는 형님>에서 고요 속의 외침 게임을 한 영상은 마감 중이던 편집부에 큰 웃음을 주었어요. 한 에디터는 눈물까지 흘리더라고요. 카이가 후회하는 건 아니죠? 
편해진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도 저희의 그런 면을 숨기려고 한 게 아니에요. 얼어서 말을 못한 거예요.(웃음) 그런 반응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봐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반응이 좋아서 카이도 좋아해요.

서로의 멘트 속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정과 습관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고요. 처음 만난 때를 가끔 떠올리나요? 다들 좋은 형이었다고 기억하잖아요? 
연습생 때 처음 만났는데, 제가 제일 먼저 들어와서 저는 멤버들의 첫인상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멤버들은 다 있더라고요. 들어오면 제가 제일 형이라고 소개했으니까요. 그냥 저는 다 그렇게 해줬어요.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으니까요. 애들도 어리고. 그땐 몇 살 차이가 크니까요.

그중에서도 수호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은 멤버는 누구인가요? 
세훈이요. 세훈이랑 제일 친해요. 세훈이가 제일 애기였죠.

화이트 셔츠는 아워 레가시(Our Legacy). 링은 불가리. 반바지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녹색 캐인 체어는 언와인드(Unwind).

수호가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하는 멤버는?
세훈이죠.

수호 하면 열정 넘치는, 책임감 강한. 그런 이미지가 있죠. 맘에 드나요? SM의 열정 3인조로 불리는 건 어때요? 
모르겠어요. 윤호 형이나 민호는 열정이라고 하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이 연상되는 이미지인데 저는 그런 불 같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아요. 각자 개성이 있는 열정 멤버랄까…? 예능에서 그렇게 같이 언급되는 건 재미있어요.

당신에게 수호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좋을 것 같아요. 서로 놓치는 부분을 잘 잡아줄 것 같은 느낌? 남들한테 조언은 잘해줘도 다들 자신을 보긴 어렵잖아요. 그런 친구가 실제로 있어요. 같이 다니다 저같이 된 친구가 있어요. 배우인 친구인데 그 친구는 제가 해줬던 조언을 제가 그 상황에 처했을 때 ‘그때 네가 그랬잖아’ 하면서 다시 해줘요. 저도 그런 말을 했던 걸 까먹고 있었던 거죠.

더 잘하기 위한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쉽게 만족하지 않는군요? 
만족하면 안 되죠.

요즘은 무엇에 열정이 있나요? 
솔로활동. 음악. 너무 몰두해 있는 것 같아요.(웃음)

패션에도 관심이 많잖아요? 오늘도 사복이 예쁘고요. 매일 옷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요? 
그날의 날씨, 그리고 어디를 가는지, 외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스타일링하는 편이에요. 요즘 같은 환절기 날씨에는 베스트(Vest)가 스타일링하기에 예쁜 것 같아요. 예전엔 시계만 찼는데, 점점 반지나 목걸이의 매력도 알겠더라고요. 특히 여름에요.

예전 인터뷰에도 수상 소감이라거나, 오피셜한 말을 잘해서 그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죠. 말을 할 때 청자를 배려하는 듯한 느낌도 많이 들거든요.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그걸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건데요, 사실 말을 잘한다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말하려는 편이에요. 듣는 사람을 생각하고요.

타이 디테일의 스트라이프 셔츠는 뮌(Munn). 베레모는 프라다(Prada).

말실수를 하지 않는 비결을 알려준다면요? 
두 번 생각하고 말하는데 그 두 번을 빨리 생각해요.(웃음)

하고 싶은 일이 많을 텐데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모두가 자유롭지 않은 때예요. 수호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세 가지만 말해준다면? 
넷플릭스나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노래 연습.

즐겨 보는 유튜브 영상도 있나요? 
없어요. 유튜브를 안 봐요. 진짜 가끔만 봐요. 유튜브에도 좋은 콘텐츠가 많은 건 알지만요.

요즘 느끼는 사소한 행복이 있나요?
활동하면서 팬들의 댓글을 읽고, 팬들의 진심을 느끼는 글들을 읽는 것. 활동도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려고 해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마치 어떤 소식이 곧 들려올 것만 같은…?
하하하!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무엇을 더 하고 싶어요? 
다양한 걸 더 많이 할 생각이에요. 더 보여줄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죠. 모두의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많은 분들한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또 언제 만날까요? 
만나야죠. 저는 계속해서 더 잘될 거니까요. 우리 멤버가 <얼루어> 촬영을 한다면 꼭 놀러 갈게요.

브라운 재킷과 팬츠 모두 발렌티노 (Valentino). 블랙 금장 구두는 펜디(Fe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