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 전성시대
고가의 필라테스 기구의 저렴이 버전이 홈트족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5백만원짜리 필라테스 기구를 9만원으로 내 방에’라는 문구는 다이어터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운동 효과만 제대로라면 가성비 최고의 아이템이 될 터. 장안의 핫 아이템, 뷰릿의 운동 효과를 직접 체험해봤다.
요즘 SNS 피드에 리포머나 캐딜락 같은 필라테스 기구를 축소해 집에서도 같은 동작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기구 광고가 속속 눈에 띈다. 날씨나 바쁜 스케줄 때문에, 혹은 집이 멀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요가 센터나 필라테스 센터가 휴강을 하는 바람에 홈트레이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운동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보니 집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홈트레이닝 열풍의 이유에 한몫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홈트족의 니즈에 따라 사이클이나 스테퍼 외에도 여러 버전의 운동기구가 등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인 것. 짐볼에 밴드를 연결한 ‘요욕스볼’, 보드에 밴드와 스트랩, 우드스틱을 끼워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보드필’ 등 집에서도 필라테스 동작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다양한 상품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것은 펀딩 커뮤니티 ‘와디즈’에서 4억 펀딩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낸 ‘뷰릿’이다. 폼롤러를 반으로 자른 형태의 베이직 바에 탄력 있는 고무 튜브인 티칭 밴드를 결합한 기구로, 밴드의 저항을 이용해 다양한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할 수 있고 베이직 바를 이용해 운동 후 근육이완 마사지까지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아이템이다. 특히 뷰릿을 고안해낸 필라테스 강사 솔쌤이 필라테스 리포머 위에서 내전근을 강화하는 동작, 굽은 등과 말린 어깨를 펴주는 동작, 애플힙을 만들어주는 동작 시범을 보인 뒤, 뷰릿을 활용해 같은 동작을 하는 운동 GIF를 펀딩 모집 페이지에 올려 홈트족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내 경우에도 주2회 꾸준히 필라테스 수업을 받지만, 운동을 가지 않는 날 집에서 몸을 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운동 효과가 반감되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적합한 홈트레이닝 기구를 찾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결제창을 열었다. 가정용 리포머 가격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백만원(프로페셔널 버전의 경우)인 데다 부피가 커 집에 두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데 뷰릿은 작은 베개 사이즈로 100여 가지의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가성비는 최강인 것. 게다가 알록달록 요란한 컬러와 로고 대신 여리여리한 피치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다. 배송된 박스를 열어보니 기본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안내책자와 베이직 바, 티칭 밴드가 들어 있었다. 리포머에서 몸을 기대는 트랙 슬라이더 역할은 베이직 바가, 로프는 티칭 밴드가 대신한다. 베이직 바를 깔고 앉거나 위에 누워 체중을 실어 고정한 다음 티칭 밴드 손잡이에 손이나 발을 걸어 당기면서 운동하면 되는 것. 처음에는 제대로 체중을 싣지 않고 팔다리를 허우적대니 반대편 밴드가 달려오고 저항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엉망진창이었다. 유튜브에서 ‘뷰릿홈트’를 검색해보니 뷰릿 툴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호흡법 등 다양한 기초 동작이 올라와 있어서 사용법을 숙지한 후 다시 해봤다. 밴드 길이 조절 방법, 고정법, 밴드 착용법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어렵지 않았다. 영상의 길이가 10분을 넘지 않아 부담 없이 할 수 있고 모든 동작은 시범을 먼저 보인 뒤 10회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 따라 하는 동안 자연스레 방법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호흡을 하는 타이밍, 동작을 할 때 허리가 꺾이지 않아야 한다든가 힘을 주고 빼야 할 부위까지 함께 알려줘 신경 쓰며 운동할 수 있었다. 그럼 정말, 1/50 가격으로 필라테스 스튜디오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선 필라테스 리포머에 비해 티칭 밴드가 주는 강도가 약하다. 티칭 밴드의 장력은 약 4kg으로 맨손으로 하는 운동에 비하면 굉장히 강한 자극을 부여하는 건 맞지만, 밴드 길이로 장력을 조절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필라테스라는 운동은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영상을 통해 주의사항을 알려주더라도 내가 제대로 따라 하고 있는 건지 알기가 어렵다. 뷰릿홈트의 유튜브 채널에도 운동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자극이 가는 게 맞는지, 다른 부위에 힘이 들어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구라고는 하나, 기본적인 필라테스 동작을 이해하고 있어야 더욱 활용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했을 때 호흡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린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100% 똑같을 수는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꽤 괜찮은 운동 효과를 느낄 수 있고, 밤 늦게 들어오는 날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고, 저렴이라도 자주 하는 게 득이라는 게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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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양보람(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모델
- 한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