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다만 날아서 갈 뿐인데, 갑작스러운 건물이 새의 앞을 막는다. 오늘도 수많은 새가 희생된다. 인간의 잘못이다.

 

나는 새. 새라면 무릇 나는 것이 일이지요.
날지 못하는 새도 더러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우리는 한 시간에 32km도, 72km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알아보니 그렇다고 해요.
우리는 그런 걸 알 리 만무하고 너는 좀 빠르네, 쟤는 좀 느리네 그럽니다.

 

멋대로 나는 것 같지만 우리는 다니는 길이 있어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요.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무리를 지어 계절마다, 먹이를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길의 방향은 같은데 땅밑의 모습은 해마다 다르거든요.

 

어떤 하늘은 막혀 있어요. 하늘인데, 구름인데 갈 수가 없어요.
아차 하는 순간 그대로 추락해버립니다. 참매도, 울릉도 흑비둘기도 그렇게 죽어갔어요..
인간이 세운 그것.
투명하고도 반짝여, 하늘을 꼭 닮은 그 하늘은 죽음의 문입니다.

 

그래요.
죽음의 문은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
내가 마지막으로 본 하늘은 무엇이었을까요?
추락하는 사이에도 나는 알 수 없었습니다.

 

새를 위하여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1년에 800만 마리, 하루에 2만 마리가 투명한 유리에 부딪혀 죽습니다. 반사되거나 투명한 유리를 하늘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도로와 거주지가 가까워지면서 생기는 투명한 방음벽 역시 충돌의 원인입니다. 새의 눈은 옆에 달려 있기에 바로 앞을 잘 분간하지 못하며, 두개골이 약해 평균 시속 50km로 날아온 새들은 충돌과 함께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새가 인식하는 반사 유리를 사용하면 되지만 비용의 이유로 시행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새가 인식할 수 있도록 유리에 자외선을 반사하는 불투명 테이프나 5×10cm 간격의 격자무늬로 점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새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얼루어>는 지난 몇 년간 얼루어 그린 캠페인의 수익금을 울진 지역의 산양 보호에 기부해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수익금을 새 충돌 저감 사업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새의 불필요한 죽음을 막고 싶나요? 녹색연합의 시민모니터링단 ‘새친구’를 통해 직접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새친구는 올해도 모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