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라 코스트 여행기

평범하지 않은 휴양을 꿈꾼다면, 남프랑스 지방에 위치한 호텔 빌라 라 코스트(Villa La Coste)를 방문해보자. 세계 최고의 예술 작품과 건축, 진귀한 음식과 와인이 마법처럼 펼쳐질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빌라 라 코스트를 방문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아름다운 풍광뿐만 아니라, 일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독특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곳은 최근 꼭 가보고 싶은 명상 휴양지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은 2017년 여름 문을 열기 이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버클리, 클라리지스, 더 코너트 등 명성이 자자한 호텔의 지분을 갖고 있는 아일랜드 부동산 개발업자인 패디 매킬런이 73만 평 이상의 드넓은 소나무 숲과 올리브 숲, 포도밭, 그리고 라벤더 들판을 사들이고, 이듬해 건축계의 거장들과 함께 호텔 건설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매킬런은 그 누구보다 손님을 맞이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을 설계한 장 누벨이 격납고 모양의 최첨단 와인저장고를 지었으며, 프랭크 게리는 야외 콘서트홀인 ‘뮤직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또 안도 다다오와 렌조 피아노의 협업으로 빌라 라 코스트만을 위한 아트 센터가 탄생했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은신처는 한층 더 예술적이고 경이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단언컨대, 현재 빌라 라 코스트만 한 곳은 프랑스 남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빌라 라 코스트의 스위트 빌라에서는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객실에는 화이트 모슬린 커튼으로 사방을 장식한 침대와 화이트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동식 욕조, 그리고 포도밭을 향해 소파 등이 놓여 있어 편안한 휴식을 보장해준다. 배가 고프면 스타 셰프 제럴드 파세다가 지휘하는 음식이나 프란시스 말만이 선보이는 남미 요리를 만끽할 수 있다. 처음 호텔이 문을 열었을 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면 바로 스파가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만 스파(Aman Spa)의 디렉터였던 그렉 페인이 함께하면서부터 한층 흥미로운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인기 있는 휴양지 스파의 다채롭고 분주한 스케줄을 따르기보다는 빌라 라 코스트에 어울리는 세 명의 특별한 전문가를 고용해 이곳만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더 코너트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이스라엘의 요가 마스터 에얄 체하노스키가 이곳으로 옮겨왔으며, 러시아 출신의 부교감 신경 관련 힐링 전문가 레오니드 소보레프가 자문을 맡아 정기적으로 모든 테라피스트에게 그의 테크닉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기대한 것은 코넬리우스 오샤너시의 ‘보드히마야(Bodhimaya)’ 명상 프로그램이었다.

‘보드히마야 힐링 홀리데이 코스’는 대중에게는 쉽지 않은 명상 프로그램일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겠다는 단순한 마음가짐보다는 자기 자신을 인지하고, 나아가 내면의 자유를 얻도록 돕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저 생강과 강황을 섞은 모닝 주스를 제공하는 명상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로그램은 먼저 이틀 동안 보드히마야에 관련된 핵심적인 사항을 간략하게 배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드히마야는 코넬리우스가 21살 때 심각한 신경쇠약증을 앓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수년간 노력한 끝에 터득한 수련 방법이다. 그는 인도를 8번째 방문했을 때 베다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이루는 요소들을 들여다보게 됐고, 자아를 깨닫는 고전적인 방법 중 하나인 아드바이타 베단타(Advaita Vedanta)를 교육의 기초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창시자인 코넬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보드히마야는 정신적인 낭떠러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보드히마야의 배움을 얻고 난 다음에는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새집처럼 천장을 만든 오크 룸에서 아침 요가를 하기도 하고, 자연 속에서 진행하는 이른 저녁의 명상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진행되는 명상은 정신력을 고도로 끌어올린다기보다는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것에 가깝다. 코넬리우스는 처음엔 어떤 것도 고치려 하지 않은 채 마음의 상태를 줄곧 들여다볼 것을 강조한다. 내면의 혼란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어느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은 환영과 허위일 뿐이며, 따라서 물질 세계의 모든 것에 크게 마음 쏟을 필요가 없고,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실재를 자각하고, 절대적인 고요의 세상에 이를 수 있을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허물어지고 다시 탄생하게 된다. 베일이 걷힌 뒤에야 진짜가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단기간에 가능할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4일간의 명상 끝에 스스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몇 세션 동안 다리를 꼬고 앉아 40분간 움직이지 않은 채로 가만히 있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처음은 더욱 그랬다. 어깨뼈 뒤쪽의 통증이 고통스럽고 마음은 ‘도저히 이걸 할 수 없어!’라 외쳐대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할 수 있어. 나는 굴복하지 않을 거야’라고 읊조리며 스스로에게 대항하고, 극복해나가면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낡은 것들이 타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그 자리엔 가벼움만이 남았다! 이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해방감과 함께 초현실적인 행복감이 전해졌다. “모든 걸 받아들인 채 자신을 관찰한다면 패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해요. 내 자신을 방출할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거죠.” 코넬리우스는 이를 자기 해방의 단계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적 여정에 적응할 무렵 스파 테라피스트들은 다른 요법을 시도해볼 의향이 있는지 물어온다. 진정 테라피, 침술, 아로마테라피, 정골 요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신청하면 된다.
물론 트레이시 에민이나 리암 길릭 등의 매혹적인 예술 작품들이 자리 잡은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걸맞은 웰니스 스파가 더해져 한층 더 신비롭고 매혹적인 공간을 완성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빌라 라 코스트

주소 2750 Route de la Cride, 13610 Le Puy-Sainte-Rparade 문의 www.healingholidays.co.uk
4일 동안 진행되는 빌라 라 코스트의 보드히마야 힐링 홀리데이 코스는 1인당 4천4백 파운드부터이며, 숙박, 식사, 요가, 명상, 상담, 스파 트리트먼트를 함께 제공한다.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ROBERTA VALE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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