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얽힌 사적인 뷰티 스토리
지난 후회를 훌훌 떨쳐낼 수 있다면! <얼루어>를 통해 후회에 얽힌 사적인 스토리를 공개한 이들을 응원해보자. 이젠 코웃음 치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일테니까.
후회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러한 후회는 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더욱 괴롭게 만들기 일쑤다. 특히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후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오는 후회’가 더 최악이다. 두려움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 말이다. 2018년 심리학 저널 <이모션(Emotio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기력함에서 오는 후회는 행동으로 인한 후회보다 그 감정이 더욱 오래 지속되고, 정신을 파괴시킨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 없이 행동했다가도 곧 반성한다면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 기회를 놓친 후회는 슬픔과 실망감이 쉽게 떨쳐지지 않기 때문. 스탠퍼드대학 웰니스 서비스 센터의 캐롤 S. 페르토프스키(Carole S. Pertofsky)는 후회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늘 잘못된 행동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묻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은 꼭 일직선이 아니기에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상태에 자책감을 채워 넣고 내내 괴로워하느니, 그 공간을 완전히 비워버리고 적극적으로 다시 시작하길. 후회 대신 건강한 희망이 차츰 채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은진 | 콘텐츠 마케터
REGRET 충동적인 입술 필러
STORY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직전이었다. 정신이 없고 힘들 때라 판단력도 제로인 상태에서 불안감을 시술로 다잡아보겠다고 입술 필러에 도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평소 입술이 콤플렉스였던 것도 아니고, 필러 시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리프레시하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했던 게 후회를 부른 것 같다. 시술은 충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병원을 찾아간 터라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도 없었다. 그저 요즘 트렌드라고 하는 통통한 입술 사진 몇 장을 들이민 채 입술에 주사기를 댔다. 이전에 국산 필러에 거부반응을 보인 적이 있어 수입 레스틸렌 필러로 2cc를 맞았다. 윗입술부터 바늘이 들어갔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원장님이 계속해서 입술을 만지는 게 아닌가. 한참 뒤에 “아랫입술까지 윗입술의 볼륨감에 맞추면 너무 놀라실 것 같아요”라며 살짝만 주입한다고 했다. 이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봤는데 입술이 너무 많이 부었고 모양도 맘에 들지 않았다.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는 생각에 며칠을 기다려봤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SOLUTION 부작용은 없었으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필러를 녹이기로 했다. 히알라제 주사를 맞았는데, 신기하게도 입술에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딱딱한 부분이 야들야들해지면서 볼륨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눈물이 날 만큼 아팠지만 빨리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터라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필러 제거 후 입술 전체에 든 멍과 부기가 서서히 빠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물론 지금도 입술에 살짝 몽우리가 잡히긴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땐 원래 내 입술과 비슷하다.
WANT TO SAY 모든 시술은 정신이 건강할 때 하도록 하자. 마음이 불안하면 헬스장이 정답이다!
윤수현 | 스타일리스트
REGRET 유행을 좇아 한 타투
STORY 성인이 되면 곧장 타투를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기에 스무 살이 되자마자 시술을 받으러 갔다. 마치 내일이면 지구의 모든 타투 숍이 사라져서 오늘 당장 타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처럼 말이다. 심지어 가지고 간 시안은 골반에 새긴 별 모양 타투. 당시엔 그게 가장 인기였는데, 돌이켜보면 신중함이라곤 없이 그저 트렌드만 좇은 게 화근이었다. 솔직히 골반에 별 타투를 하면 나도 이효리, 안젤리나 졸리처럼 섹시해질 줄 알았다. 무작정 찾아간 타투 숍 베드에 누워 잉크를 머금은 바늘이 골반을 찌르는데 마냥 설레기만 해서 아픈 줄도 몰랐다. 첫 타투라 모든 게 신기했고, 이유 모를 뿌듯함과 근자감에 사로잡혀 이후 수영장을 내 집 드나들 듯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만족감이 오래가진 못했다. 같은 부위에 같은 모양의 타투를 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뿌듯함이 창피함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한창 유행하던 타투였던 만큼 너무 많은 이들에게 소비됐던 거다. 자연스레 별 타투 자체가 그 시대의 상징이 되어버려서 시간이 지날수록 촌스럽게 느껴졌다. 철 지난 감성만 지닌 채 트렌드세터를 꿈꾸는 옛사람처럼.
SOLUTION 계속 고민한다고 해서 맘에 들지 않는 타투가 다시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타투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것. 피부과에서 진피층에 스며든 타투 색소를 파괴하는 피코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이건 정말 지옥에 갔다 온 고통이었다. 타투는 할 때보다 지울 때가 더 힘들다는 말에 백 번 공감했다. 현재 꽤 여러 번 타투 제거 레이저를 받았는데 이전처럼 피부가 완전히 깨끗해지진 않았다. 실눈을 뜨고 봐야 뿌옇게 가려지는 정도다.
WANT TO SAY 개인적인 신념이나 의미를 담지 않은 채 유행에 이끌려 한 타투는 후회를 낳는다. 죽을 때까지 내 몸에 남는 것이기에 무조건 신중히!
김소형 | 한의사
REGRET 무리한 간헐적 단식
STORY 딸아이가 6살이 됐을 무렵, 함께 샤워를 하던 중에 “엄마 배는 왜 이렇게 두꺼워? 말랑말랑하고 뚱뚱해요”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던졌다. 태연하게 “예쁜 딸을 낳느라 그런가 봐” 하고 넘겼지만 아차 싶었다. 나잇살은 한번 찌면 빼기 힘들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것. 결국 하루 종일 환자를 보고 퇴근하면 육아를 해야 하는 바쁜 상황에서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에 돌입했다. 의사로서 줄곧 환자들에게 극단적인 단식을 하지 말라고 조언해왔지만, 막상 내가 직접 다이어트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다르더라. 계속 초조하고 욕심이 나 무리하게 살을 빼려 했던 것 같다. 주말이면 무조건 물만 먹고 버티면서 단식을 감행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빠르게 살이 빠졌고 옷 입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살 빼기를 했으니 건강이 유지될 리가 있겠나. 단식 시간이 끝나자마자 폭식을 하기 시작해 이게 간헐적 단식인지 간헐적 폭식인지 알 수 없었다. 잦은 단식과 폭식이 반복되자 소화기관이 부담을 느꼈고, 심지어 위염증상이 나타나 고생했다.
SOLUTION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을 병행했다.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되 단식 시간 이후에도 건강한 식사를 했다. 정제된 탄수화물, 흰 쌀밥, 밀가루, 설탕 섭취를 줄이고 복합 탄수화물과 단백질, 식이섬유를 골고루 조금씩 먹었다. 또 근육이 함께 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근력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운동할 기운조차 없어 10분 만에 끝났지만 적응되니 점점 운동량이 늘었고 체중도 줄었다.
WANT TO SAY 무조건 빠지는 다이어트는 없다. 교과서 같은 논리지만 식탐을 참고 건강하게 가려 먹는 것, 꾸준한 운동이 가장 현명한 다이어트다.
백지현 | 유튜버
REGRET 잘못된 방법의 치아교정
STORY 사춘기 때부터 돌출 입이 콤플렉스였는데 죽어도 이에 철 교정기를 달고 다니기는 싫었다. 계속 고민만 하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교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한 치과에서 철 교정기가 아닌 투명 장치로 교정할 수 있다는 말에 곧장 달려갔다. 강남의 번지르르한 건물, 어마어마한 규모, 연예인들이 많이 다녀 유명세를 탔던 투명 교정 전문 치과였다. 원장님은 내 돌출입도 투명한 장치로 교정이 가능하다며 3D 시뮬레이션으로 교정 후 모습까지 보여줬고, 들뜬 마음에 홀린 듯 결제했다. 이후 치아 4개를 발치하고 1년 동안은 별 문제 없이 일사천리로 교정이 진행됐고, 투명 장치를 하고 있다 보니 아무도 교정 중인 걸 눈치 채지 못해 기뻤다. 그런데 3년이 됐을 무렵, 갑자기 원장님이 철 교정기를 달아야 한다는 거다. 더 이상 발치한 공간이 좁아지질 않는다며. 순간 배신감과 함께 지금까지 내가 뭘 한 건지 허탈했다. 화도 났다. 결과적으로 너무 길게 늘어진 교정 기간 때문에 치아 건강이 안 좋아진 데다 오만 가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렸다.
SOLUTION 곧바로 다른 교정 전문 치과를 돌아다니며 상담받았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하나같이 발치한 공간은 절대 투명 장치로 좁힐 수 없다고 하더라. 살짝 틀어진 치열을 바로잡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어쩔 수 없이 기피했던 철 교정기를 이에 달게 되었다. 확실히 투명 장치를 했을 때와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치아가 움직이는 게 보였고, 얼굴이 변하는 것도 느껴졌다. 이후 1년 3개월 만에 길고 긴 치아 교정과의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WANT TO SAY 건강상의 치료에 쓸데없는 꾀나 욕심을 부리지 말 것. 내가 원하는 치료로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황혜진 | 뷰티 에디터
REGRET 갑작스럽게 한 반영구 미인 점
STORY 재작년 겨울,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메이크업이 바뀐 건 아닌 것 같고 시술을 한 것 같지도 않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더니 친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나 ‘박시연 존’에 점 타투했어.” 갑작스러운 ‘점밍아웃’에 당황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린 게 아니라 타투라고? 세수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배우 박시연처럼 입술 옆에 까만 점 하나 찍은 것뿐인데 이렇게 달라 보인다니! 사실 나는 얼굴에 이렇다 할 잡티가 없는 편이다.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 점을 본 순간 괜히 내 얼굴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거다. 충동적으로 친구가 갔다는 병원에 따라갔다. 점 시술을 많이 하는 곳이라 그런지 미인 점을 가진 셀럽들의 사진이 벽을 따라 빼곡히 붙어 있었다. 앞에 상담을 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이유요. 현아요”를 외치고 있는 상황. 나 역시 소심하게 아이유 사진을 가리켰다. 볼펜으로 오른쪽 볼에 위치를 정하고 일반 타투와 같은 방식으로 시술했다. 시술은 아프지 않게 금방 끝났고, 후회도 금방 찾아왔다. 점을 찍은 부위가 번지고 파란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한 것. 옛날에 엄마들이 했던 눈썹 문신처럼 말이다. 게다가 얼마 후 개인적으로 일이 안 풀리고 힘든 시기였는데 오른쪽 볼에 있는 점이 관상학적으로 구설수에 휘말린다는 말을 들었다. 이 모든 게 그놈의 미인 점 때문인 것만 같았다.
SOLUTION 컨실러로 가리다가 결국 미인 점을 빼기로 했다. 피부과에서는 부위가 작아서 타투 제거용 레이저를 쓸 필요는 없고 일반 점을 빼는 탄산 가스 레이저를 조사하면 된다고 했다. 쉽게 빠졌지만 흉터가 남아 있다.
WANT TO SAY 태어난 대로 살자. 미인 점을 찍고 싶을 땐 아이라이너가 있다
박소현 | 패션 에디터
REGRET 비전문가에게 받은 탈색
STORY 스무 살을 갓 넘긴 직후, 이제 막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건지 갑자기 밝은 컬러의 헤어가 무척 쿨해 보였다. 게다가 평소 이국적인 외모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라 샛노란 헤어까지 더해지면 ‘예쁜 서양 언니’처럼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같이 일하던 언니의 지인이 헤어숍 견습생이라며 모델을 해주면 비용 없이 탈색을 해준다는 게 아닌가! 그때 느꼈다. ‘모든 상황이 나의 탈색을 돕고 있구나.’ 설레는 마음에 당장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머리를 내줬는데, 탈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워낙 두껍고 굵은 모발을 가진 탓에 탈색 약을 바르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색이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은 것. 견습생 친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약을 다 썼다며 당황해했고, 스멀스멀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자정이 넘도록 붙잡혀 있다가 어느 정도 밝아진 머리 색에 만족한 척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비우고 거울을 들여다봤는데 머리카락이 총천연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왼쪽은 노란색, 오른쪽은 빨간색, 가운데는 어두운 갈색! 어릴 적 운동회 날 봤던 만국기 같기도 하고, 공작새 깃털 같기도 한 것이 확실히 ‘예쁜 서양 언니’보다는 ‘오토바이 잘 타는 한국 일진 언니’의 모습이었다.
SOLUTION 오방색이 된 것도 문제지만 모발이 영혼을 잃은 채 젖지도, 마르지도 않는 지경이었다. 며칠 뒤 단발에 가까운 쇼트 커트로 머리를 잘라버렸고 손상모 전용 헤어 제품만 사용했다.
WANT TO SAY 공수래 공수거. 소중하게 기른 머리카락도 순간의 실수로 전부 잃을 수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 사사로운 일에 연연해하지 말자.
수마 챈드 | 심리 및 행동신경학부 교수
REGRET 내뱉은 말에 대한 후회
STORY 상대방이 당혹스러워할 수도 있을 법한 말을 생각 없이 던졌고, 두고두고 그것에 대한 후회를 멈출 수 없었다. 이에 교수로서 몇 가지 해결책을 정리해봤다.
SOLUTION 일단 끝까지 따져볼 것. 내가 내뱉은 말이 진짜 큰 문제인지를 생각해본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걱정되고 괴롭지만 의외로 나 혼자만 끙끙 앓는 것일 뿐 남들은 관대할지도 모른다. ‘진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라는 말을 되뇌면서 편안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할 것. 부정적인 생각을 가라앉히는 데는 명상이 최고다. 마음을 비운 채 이것저것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인 외부인의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자.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끈질긴 죄책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적을 것. 하루 동안 일어났던 기쁜 일, 기분을 좋아지게 한 말을 적어놓자. 후회라는 감정이 들이닥칠 때마다 행복한 일을 떠올리면서 적는 행동을 반복하는 거다. 긍정적인 기운을 채우다 보면 후회에서 훨씬 쉽게 벗어날 수 있다.
WANT TO SAY 이 또한 지나가리라. 후회를 후회로 남겨두면 진짜 후회가 된다.
*사람에 따라 시술 효과와 경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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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황혜진
- 일러스트레이션
- EYESOFWILD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