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스카라
우리가 사용 중인 마스카라는 토끼와 양을 희생시킨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게 만들고자 또 다른 생명을 아프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닐 터.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성분을 최대한 배제한 착한 마스카라에 대해 알아봤다.
토끼는 눈물의 양이 적고 눈을 자주 깜빡이지 않아 일부 브랜드에서 마스카라 출시 전 실험용으로 쓰이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참혹하다. 3천 번 이상의 테스트로 고통에 몸부림치다 목뼈가 부러지고 실명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마스카라의 안전성을 위해 애꿎은 생명이 계속 희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정녕 없을까? 러쉬 교육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대신 오랜 세월에 걸쳐 안전하게 사용해온 성분을 기반으로 화장품을 만들어요. ‘아이즈 라이트’ 마스카라는 눈의 자극을 덜기 위해 최소한의 성분으로 완성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답니다. 사람의 눈꺼풀과 눈물샘을 모사한 ‘눈 칩’의 개발자처럼 대체 실험을 모색하는 연구자에게 금전적인 지원도 계속하고 있어요.”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샹테카이는 어떨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포기한건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우리의 강한 신념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높은 비용을 감수하며 대체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사람과 동물, 자연에 좋은 영향을 주는 제조 방법을 고집하고 있어요.” 교육팀 정진권 부장의 답변. 전 세계적으로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황은 점점 나아지는 중이다. 동물 대신 인공 피부를 사용하거나 이미 죽은 동물의 시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잔혹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스카라 성분으로 종종 등장하는 동물성 왁스 ‘라놀린’을 기억할 것. 라놀린은 양모에서 추출한 지방산으로 화장품을 만들 때 유화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대량 생산을 위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양털을 깎는 농장이 존재한다는 것. 털을 미는 과정 중 살이 찢어져도 마취 없이 상처를 꿰매고, 발버둥치는 양을 구타하는 등 비인간적으로 라놀린을 얻는 방식이 잘못됐다.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많아졌다지만 마스카라 라벨에 적힌 ‘라놀린’ 글자만으론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없는 것이 답답한 현실.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식물성 성분을 주로 사용한 마스카라를 고르는 일이다. 마스카라에만 한정할 이야긴 아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한 문제가 아닐뿐더러 대체 가능한 성분이 있음에도 굳이 동물을 아프게 하는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으니까.
1 에스쁘아의 노머징 마스카라 워터프루프 XP #클린블랙
C컬 형태 브러시가 속눈썹을 섬세하게 빗어 올려준다. 미국의 비건 액션 인증 마크를 획득한 제품. 7g 2만2천원.
2 타르트 by 세포라의 빅 에고 마스카라
꽈배기 형태의 이중 브러시가 인형처럼 풍성한 속눈썹을 완성한다. 파라벤과 미네랄 오일을 배제하고 속눈썹을 튼튼하게 가꿔줄 바바수를 넣었다. 7ml 3만2천원.
3 오프라 코스메틱의 HD 볼류마이징 마스카라 #블랙
알레르기 테스트를 통과한 특허받은 실리콘 브러시를 적용했다. 속눈썹을 한 겹 코팅한 듯 빠르게 고정된다. 8g 3만5천원.
4 샹테카이의 포씰 롱기스트 래쉬 마스카라
인조 속눈썹을 붙인 것 같은 컬링 효과를 위해 천연 왁스를 조합해 특별한 포뮬러를 완성했다. 9g 11만5천원.
5 투페이스드의 베러 댄 섹스 마스카라
선명하고 숱 많은 속눈썹을 가진 듯 연출해주는 모래시계 모양의 브러시가 돋보인다. 8ml 3만1천원.
6 러쉬의 아이즈 라이트
식물에서 얻은 칸데릴라 왁스가 마스카라의 번짐을 막아줘 또렷한 눈매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8g 3만3천원.
7 아워글래스의 커션 익스트림 래쉬 마스카라
독자적인 4D 기술을 적용한 브러시가 속눈썹의 볼륨을 드라마틱하게 살려준다. 9.4ml 4만원.
- 에디터
- 이혜리
- 포토그래퍼
- KIM MYUNG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