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 가심비와 가성비 사이
가볍고 따뜻한 고급 소재의 정석 캐시미어. 가심비와 가성비를 자극하는 캐시미어에 대해 알아봤다.
| 가심비 |
섬유의 보석, 가심비를 자극하다.
캐시미어는 고급 소재로 알려져 있다. 따뜻한 것은 물론 가볍고 부드러워 ‘섬유의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 그러나 비싼 가격에도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가심비’ 있는 소재가 분명하다. 그런데 캐시미어가 좋은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최고급 캐시미어 소재의 공통점은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얻는 품질이 뛰어난 극소량의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통 스웨터 하나를 만드는 데 약 19마리의 털이 필요하고, 오버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는 58마리의 털이 필요하다면 이해가 빠를까. 이들의 캐시미어가 얼마나 귀한 소재인지 말이다.
예를 들어 최고급 캐시미어 하면 먼저 떠오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연간 염소 한 마리당 약 250g을 얻을 수 있는 귀한 언더 다운으로 캐시미어를 만든다. 이 염소는 보통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같은 극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털을 길고 거칠게 발달시키는데 그 아래 깊숙한 곳에는 아주 부드럽고 미세한 ‘언더 코트’라는 솜털이 있다. 이 솜털은 일반적인 24마이크론의 메리노 울과 비교했을 때, 약 15마이크론이라는 가장 미세한 섬유로 거의 공기로 채워진 진공의 구조와도 같다고. 그리고 매년 여름, 양치기들은 염소가 다치지 않도록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빗질로 이 밑털을 채취한다. 이것이 이들의 캐시미어가 귀하고 값진 이유다. 로로피아나의 베이비 캐시미어도 희소성과 우수성은 마찬가지. 중국과 몽골의 히르커스 새끼 염소에게서 얻는 가볍고 부드러운 캐시미어는 채취하는 데 걸리는 긴 시간과 그에 비해 적은 양 때문에 더욱 희귀한 섬유로 인정받고 있다. 또 이탈리아 브랜드 파비아나 필리피는 모든 제품을 이탈리아 중부지방 ‘지아노 델 움브리아’에서 만들지만 캐시미어 원사만큼은 추운 몽골지역에서 자란 염소에서 나오는 섬유를 사용한다.
이것은 캐시미어의 주요 원산지만 알고 있어도 질 좋은 캐시미어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 몽골의 극심한 고원 지대에서 자란 것일수록 캐시미어의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유럽 등에서 채취한 캐시미어는 섬도가 굵고 길이가 짧아 고급 원사를 얻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전해지니 최고급 캐시미어를 소장하고 싶다면 알아두자.
| 가성비 |
요즘 대세 가성비 캐시미어
그렇다면 캐시미어는 이렇게 비싼 것만 있는 걸까? 최근 캐시미어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또 대중화되면서 가격 장벽을 낮추고 ‘가성비’를 챙긴 캐시미어 브랜드의 행보가 눈에 띈다. 유통 과정을 줄이거나 선 기획을 통해 대규모로 물량을 미리 확보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고 품질이 낮은 건 결코 아니다. 프리미엄 소재와 합리적인 가격대를 동시에 제공하는 니트 전문 브랜드 유닛은 37가지 컬러와 10가지 디자인을 통해 100% 캐시미어를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도록 제안한다. 이들은 주요 캐시미어 산지로 알려진 내몽골에서 채취한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한다. 기본 라운드넥 니트를 평균 8만8천원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개한다니 이 정도면 가성비 캐시미어로 충분하지 않을까. 또 뉴욕을 기반으로 한 캐시미어 브랜드 퓨어 캐시미어 뉴욕은 모든 제품에 ‘소프트 골드’라 불리는 몽골산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해 품질을 보증하고 있으며, 양털보다 8배 이상 따뜻한 고급 캐시미어를 10만원대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만든 무신사 스탠다드는 캐시미어 블렌드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따뜻한 울과 내몽골 캐시미어를 혼방해 만든 니트, 코트, 머플러 등 총 116가지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개해 ‘가성비 갑’ 캐시미어 라인으로 불리고 있다. 품질을 보증받은 캐시미어를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고 있는 것. 똑똑한 고객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관리만 잘하면 울보다 오래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잘 고른 캐시미어를 한 철만 입고 버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보통은 캐시미어가 울보다 관리가 까다롭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캐시미어가 울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울보다 더 오래 잘 입을 수 있다. 여기에 골든 룰이 있다.
1 캐시미어는 2일 이상 연속으로 착용하는 것을 피하자. 이는 필링 현상을 막아준다.
2 착용 후에는 적어도 하루 동안은 평평한 곳에 눕혀 공기를 순환시켜주자.
3 세탁할 때에는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사용해 가볍게 손 세탁하는 것이 좋으며, 평지에서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시킨다.
4 양모 함유량이 많을수록 울 세탁이 필요하므로 손 세탁은 삼가자.
5 박하나 라벤더 같은 방향제와 함께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잘 고른 캐시미어 오래 입을 수 있다.
-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HUYNUGN W KOYNU NYGO UJUNNG, COURTESY OF BRUNELLO CUCINELLI, FABIANA FILIPPI MATCHESFASHION.COM MUSINSA, PURE CASHMERE NEWYORK, REPLAIN, UN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