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통한 이해

수많은 화장품을 접하는 뷰티 에디터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상대가 있다. 에디터에겐 그런 브랜드가 이솝이었다. 그저 ‘상품’으로 기억하기보다는 만나고, 교감하고, 체험하면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이솝과 함께한 여정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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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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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 새롭게 오픈한 이솝 시드니 스토어.

이솝과 교감하다

이솝과 시드니를 방문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스케줄 표를 받았을 때 사실 의외였다. 시드니에 머무는 3일 동안 무려 6곳의 매장을 돌아볼 계획이라니! 하지만 매장을 굳이 여러 곳 방문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섣부른 생각은 이솝 매장을 직접 방문해본 후 완전히 접게 되었다. 이솝 매장은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고객과 브랜드가 교감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솝의 매장에 들어서면, 환영의 의미로 향긋한 티를 건네준다. 평소에는 ‘무슨 제품을 찾으세요?’라고 묻는 매장 직원의 눈을 피하기 바빴던 에디터도 티를 호로록 마시다 보면 마음이 무장해제되며 나도 모르게 얘기를 꺼내게 된다. 그날의 날씨나 나의 기분 같은 사적인 내용도 주절주절 꺼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비로소 제품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자 매장 직원은 내 손을 덥석 잡기보다는, 자신의 얼굴에 제품을 시연해 보였다. 그러고 나서 거울을 보며 나도 따라 발라보기를 권유했다. 남이 발라주는 것보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설명을 들으며 직접 발라보니 훨씬 와 닿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솝 매장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세면대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시드니에서 총 6곳의 매장을 방문하면서도 신기하게 느낀 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곳이나 같은 제품을 파는 같은 브랜드의 뷰티 스토어인데 말이다. 그 비결은 모든 매장이 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솝의 매장을 지을 때는 장소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매장이 들어설 지역의 역사에서부터 주변 커뮤니티 등을 충분히 고려하죠. 이솝 매장이 지역 사회에 의미 있는 공간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솝의 리테일 건축 담당 매니저 드리스 네리가 들려준 이솝의 철학은 매장 곳곳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더 록스에 위치한 ‘이솝 더 록스’ 매장은 148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에 자리해 있다. 이곳은 호주의 첫 번째 국가 건축가였던 프랜시스 그린웨이의 집이기도 했었다고. 때문에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벽이나 바닥, 천장에 못 등 건물을 손상할 수 있는 요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인테리어를 완성해냈다. 실제로 이 매장에 손을 댄 것은 흰색으로 새롭게 칠한 벽뿐이라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매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독립형 텐세그리티 구조물 덕분이죠. 못 없이도 제품 선반과 싱크, 조명 기구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지침 속에서 지어졌다고 이솝이 미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오렌지색 나일론 로프와 주문 제작한 나무못, 자연 알루미늄 접합 소재들이 오래된 요소와 새로운 요소를 조심스럽게 경계 짓는 동시에 따뜻함과 흥미로운 요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번 이솝 방문 기간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이솝의 스토어 오픈 소식도 있었다. 피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이솝 시드니’ 매장이 바로 그것. 이솝은 새로운 스토어를 디자인하기 위해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스뇌헤타와 손을 잡았다. 일단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서 매장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지며 긴장이 탁 풀어진다. 여기에 거대한 스테인리스 싱크가 중심을 잡으며 제품에 절로 손이 가게 만들었다. 스토어 중앙에 위치한 석재 계단을 오르면 원형 극장으로 이어지는데 방문객은 이곳에서 영화를 감상하거나 잠시 멈춰 사색을 할 수도 있다. “이 스토어는 모든 이솝 스토어에 존재하는 정신을 충실히 따릅니다. 심지어 진화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기념비적인 장소가 편안함과 친밀감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았습니다. 성당이나 거대한 계곡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웅장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작아지는 느낌도 들죠. 이러한 모순 속에 우리 디자인이 있습니다.” 평소 이솝 브랜드를 좋아했던 이라면, 시드니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솝의 정수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이솝 시드니 매장을 꼭 한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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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신제품을 위해 해나 롭슨이 제작한 패브릭 작품.

이솝의 신제품을 만나다

이솝과 함께 시드니에 온 또 다른 이유는 신제품을 만나보기 위해서다. 이솝은 지난 9월 30일 민감성 피부를 위한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를 새롭게 출시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모든 화장품 업계에서 민감성 라인을 앞다퉈 선보이는 요즘, 이솝이 선보이는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제품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앞섰다. 결과는? 흔하디흔한 민감성 제품이지만, 역시 이솝이 만들면 달랐다. 우선 제품의 이름부터 살펴보자. 화장품 이름 치고는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시킹 사일런스’라니! “저희는 제품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 꽤 많은 공을 들인답니다. 이 제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피부 상태가 악화되고 자극을 받으면, 편안함을 얻고 쉬면서 진정되길 바라죠. 이 아이디어로부터 이름이 탄생했어요.” 말 그대로 피부가 고요한 상태를 찾아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화장품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면 PPT 화면부터 띄우고 제품의 성분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이것이 피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솝의 제품 및 혁신 R&D 총괄 제너럴 매니저, 케이트 포브스는 에디터를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화려한 제품 디스플레이나, 제품에 대한 두꺼운 자료 대신,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이 작품은 영국의 직물 디자이너인 해나 롭슨이 디자인한 것이에요. 저희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이를 형상화할 수 있는 작품을 해나에게 의뢰했죠.” 작품은 총 3가지 구조물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은 붉고 거친 민감한 피부와 복잡한 원인으로 인해 민감해진 피부의 속, 그리고 이솝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 제품을 쓰고 난 뒤 진정된 부드러운 피부를 의미하고 있었다.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이며 그 어떤 피부 속 구조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와 닿는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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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신제품 론칭 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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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더 록스 매장.

이솝을 체험하다

에디터가 이솝의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를 처음 만나고 난 뒤 꼬박 한 달이 지났다. 사실 에디터에게는 일년 중 가장 바쁜 한 달이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호주 출장을 떠나기 전부터 시드니에서 머무른 기간 내내,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바쁜 일상을 보낸 그 매일매일의 아침을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와 함께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뷰티 에디터의 직업적 특성상 한 제품을 꾸준히 오래 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화장대 위에 여러 크림이 놓여 있음에도 자꾸 이솝에 손이 갔다는 사실은 꽤나 의미가 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스스로가 묵직한 질감의 크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묽은 제형의 크림을 써보니 마음에 들었다. 그 어떤 피부 컨디션에서도, 이와 함께 어떤 세럼을 써도 부담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밀키한 텍스처가 피부에 빠르게 스며들어 메이크업이 들뜰 염려도 적었다. 제품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아로마 향도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계절이 변하는 이 시점에도 피부가 땅기거나 거칠어지는 느낌 없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산다. 이솝의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가 추구한 그 ‘고요한 상태’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마치 피부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위로감을 뷰티 제품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이솝의 ‘시킹 사일런스 페이셜 하이드레이터’를 사용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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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제품 및 혁신 R&D 총괄 제너럴 매니저, 케이트 포브스.

이솝에게 물어보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제품이 나왔어요.
이솝은 전 세계 스토어로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요. 최근 5년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피부가 민감해진다고 얘기하더군요. 이런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찾게 되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피부가 예민하다고 느낄까요?
오늘날 환경적인 요인이 사람들의 피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가 더 바빠진 삶을 살아가면서 피부가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제품이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제품임에도 에센셜 오일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 역시 독특한데요.
맞아요. 에센셜 오일은 유효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다하게 사용 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죠. 하지만 이번 신제품을 위해 선택한 것은 라벤더와 샌들우드, 그리고 주니퍼 베리 오일이에요. 원료의 효능은 얻되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정확한 양을 배합했습니다.

예민한 피부를 위해 이솝은 ‘수분 공급’과 ‘진정’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 뷰티 브랜드는 비교적 더 적극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유산균이나 시카 성분 같은 것들이죠. 이런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솝 제품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민감성 피부를 위해 다양한 제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이솝 제품의 포인트는 피부가 받는 자극을 최소화하고 피부를 튼튼하게 보호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입니다.

제품이 굉장히 묽어요. 마치 로션 같은 질감이네요.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의외로 답답하고 무거운 느낌을 원하지 않아요. 이것이 더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가볍지만 깊은 보습감을 줄 수 있는 묽은 텍스처를 의도했습니다.

이 제품과 함께 쓰기 좋은 제품들이 있을까요?
‘젠틀 페이셜 클렌징 밀크’가 서로 궁합이 잘 맞아요. 겨울철에는 ‘패뷸러스 페이스 오일’이나 ‘다마스칸 로즈 페이셜 트리트먼트’를 블렌딩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아요.

    에디터
    서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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