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A NEW YUNHWAY / 윤훼이
윤훼이는 <쇼미더머니 8>이 끝난 후 좀 변했고, 이제 새 노래를 부를 일만 남았다.
인터뷰하는 걸 좋아해요?
원래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저는 뮤지션이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음악으로 하면 된다는 쪽이었죠. 요즘은 SNS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제 가리지 않고 좀 해보려고 해요.
꽤 이국적인 느낌마저 드는 ‘윤훼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건지 궁금한데요?
본명은 양윤화예요. 제 이름을 좋아하지만, 뮤지션으로 활동할 땐 좀 다른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본명과 아주 다르지 않은 이름이면 좋겠다 싶었죠. 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Yunhway’거든요. ‘윤화’라는 영문 뒤에 ‘양’의 이니셜 Y를 붙인 거예요. 그대로 읽으면 윤훼이가 되죠.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이 저를 윤훼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게 좋아졌어요.
<쇼미더머니 8>에 출연한 게 화제가 됐죠. 방송이 끝난 요즘은 어때요?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앨범 작업도 꾸준히 하면서요. 이런저런 무대에 서기도 하고요. 저는 경험주의자거든요. 살면서 해보지 않은 다양한 걸 다 경험하고 싶어요. 특히 오늘 같은 비주얼 작업에 욕심이 많죠. 음악은 듣는 매체이지만, 함께 가는 이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 완성된 느낌이 들거든요. 달라진 게 있다면 대중의 관심이겠죠. 사람들이 알아보는 일도 있어요.
방송에서 랩을 하는 윤훼이의 모습은 강렬했어요. 그 후 당신의 원래 음악을 찾아 듣고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노래하는 윤훼이가 잔뜩 궁금해졌죠.
제 목소리나 보컬 스타일이 특이하다고, 새롭다고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제 목소리로 말하듯이 부를 뿐이거든요. 편안한 상태로요. 만들어내거나 어디서 배운 보컬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도 제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본능에 충실할 따름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목소리에도 삶의 흔적이 반영될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음, 아마 그럴 수도 있죠. 알게 모르게 영향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에서만 쭉 살진 않았거든요. 어린 시절을 바누아투라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에서 보냈어요. 영어도 거기서 배웠고요. 그 다음 대학 때문에 미국으로 옮겨갔어요. 되게 다른 걸 경험하고 살았던 게, 인생뿐 아니라 목소리나 노래하는 방식에도 영향 줬을 거예요. 리듬감이나 무드 같은 것도 그렇고요.
어쩌다가 ‘행복의 섬’이라고 불리는 바누아투에 살게 된 건가요?
아버지의 결심 때문에요.(웃음) 아버지가 한국에서 영상 작업을 하셨는데 정말 열심히 일하셨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너무 지쳐버리셨고, 아예 정반대의 삶을 선택하신 거죠. 그렇게 어느 날 이민을 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불편한 게 많은 곳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안 되는 게 많았어요. 인터넷도 느리고요. 그래도 워낙 아름다운 곳인지라 긍정적인 바이브를 많이 받고 자랐죠.
이제 퍼즐이 좀 맞춰지네요. 당신의 이름, 노래, 뮤직비디오, SNS에 올리는 사진을 보면서 정체불명, 국적불명, 그런 단어를 생각했거든요.
아마 정말 많은 취향이 섞여 있을 거예요. 만약 제가 한곳에서 평생 살았다면 어디든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 같아요. ‘에지 워크’라는 말이 있잖아요. 말 그대로 어떤 끄트머리를 걷는 거죠. 저 같은 사람이 그래요. 저는 늘 문화와 문화 사이, 그 경계를 오가며 살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에서도 100%를 느끼기 어렵죠. 완벽한 소통이나 완벽한 이해 같은 면에서요. 위태로울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많아요. 어찌 됐든 그 모든 조각이 다 합쳐져서 지금 저를 하나로 만들고 있는 거잖아요. 뮤지션에게는 아주 유니크한 장점이지만, 제 삶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은 뭐죠? 당신의 음악을 일렉트로니카, 록, 힙합, R&B 장르가 전부 섞인 PBR&B 장르로 규정하는 일에 동의하나요?
저는 어떤 장르만 선택하거나, 그 형식에 부합하는 음악을 하고 있진 않아요. PBR&B라는 장르 자체가 정답이 없죠. 자기 기준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장르를 짬뽕시키는 장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프랭크 오션이나 위켄드, FKA Twigs 같은 뮤지션의 음악이 모두 PBR&B로 분류되지만, 다르게 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 좀 달라진 건 그 울타리 안에서 대중과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어요. 같은 눈높이와 속도로요.
많은 이들이 윤훼이라는 이름을 이제 알게 됐지만, 2015년 디지털 싱글 앨범 <Fatal Love>를 시작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리스너들 사이에선 점차 입소문을 탔어요. PBR&B라는 장르 자체가 낯선 시기였죠. 그 몇 년 사이 그 장르가 소위 말하는 주류 음악으로 올라섰잖아요. 어때요?
자부심 같은 게 있죠.(웃음) 남보다 먼저 앞을 내다봤다는 자부심. 2015년만 해도 PBR&B는 마이너 장르였어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요. ‘Fatal Love’라는 곡은 그중에서도 특히 마이너한 감성이 담긴 노래였고요. 그땐 제 주변 사람들조차 어려워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질 못했죠.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를 선택한 거예요. 의도한 건 아닌데 첫 단추가 그렇게 끼워져버린 거죠. 오기로 버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기도 할까요?
제 개인에게는 사랑이라는 표현보단, 관심이라는 단어가 더 맞는 것 같고요. 제 음악은 확실히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있죠. ‘불편함’이라는 감정이 있잖아요. 그 감정 자체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불편한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은 대중과 친해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당신이 레퍼런스로 삼는 건 뭐죠?
요즘 에이브릴 라빈의 초기 앨범을 다시 듣고 있어요. 결국 다 돌고 돌잖아요. 당시 10대들이 즐겨 듣던 에이브릴 라빈의 음악이 지금의 10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파고들고 있어요. 또 영화가 도움이 될 때가 많죠. 한 장면을 이미지화시켜서 그걸 묘사하는 방식으로요. 며칠 전에 함께 작업하는 프로듀서 세우에게 옛날 미국 호러 영화를 보여주면서 이런 느낌의 음악을 만들자고 했어요. 좀 막연하지만요. 특유의 이미지와 사운드, 거기서 묻어나는 음습함과 두려움, 우울함이 담긴 음악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음습함과 두려움과 우울함은 모두가 품고 있는 감정이지만, 소화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죠. 어떤 편인가요?
저는 일단 베이스에 우울함이 깔린 사람이에요. 그걸 즐기는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감정이 치고 올라올 때마다 그걸 음악에 반영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포털 사이트에 ‘윤훼이’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데리야키’가 올라와요. 거의 모든 노래가사에 등장해요. 진실을 밝힐 때가 온 것 같은데요?
별 의미 없어요.(웃음) 어머니가 미국에서 데리야키 식당을 하고 계세요. 가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온 마지막 포스팅이 거의 1년 전이더군요.
저는 언제나 작업 중이에요. 최대한 빨리 앨범을 내고 싶어서 준비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런데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더 이상의 업데이트가 없을지도 몰라요. 이제 공식적으로 릴리즈되는 방식을 주로 택할 것 같으니까요.
일종의 선언처럼 들리네요. 대중 음악인이 되겠다는 선언.
맞아요. 그렇다고 지금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간 게 비공식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보낸 것 중 그냥 재미로 한 건 없어요. 뭐든 허투루 하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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