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책방의 북 마스터에게 물었다. 패션 서적 몇 가지 있을까요? 그저 사색하고 싶은 가을이라서 말이다.

 

| 사진책방 이라선(@irasun_official), 김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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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FINE DAY> 

모델 이혜승이 하이선(Ha Esun)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사진집이다. 4년간 그녀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를 다니며 목적 없이 사진을 찍었다. 구체적인 지점이 없던 사진을 고르고 골라 ‘Still Fine Day’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되도록 엮었다. 전봇대를 배경으로 환하게 핀 꽃, 잎이 다 떨어진 가지뿐이지만 어딘지 단단해 보이는 나무 등은 화려하지 않지만 꿋꿋하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존재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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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 WANT TO BE> 

메이크업 아티스트 토마스 드 클루이버(Thomas de Kluyver)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화보집이다. 토마스 드 클루이버는 연극 연출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백스테이지에 친숙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독학으로 메이크업을 익힌 아티스트다. 토마스는 자신이 코트니 러브, P. J. 하비, 셜리 맨슨 등 90년대 아티스트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이들로부터 배운 바를 “이들은 메이크업을 결코 가리기 위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스스로 힘과 권능을 부여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그가 동시대 사진가들과 새롭게 협업한 작업을 담고 있다. 할리 위어, 후미코 이마노, 주 게르트너, 올리버 하들리 퍼치, 샤르나 오스본, 레아 콜롬보 6명의 포토그래퍼가 이 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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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OMA WOOL 16-17> 

스페인 브랜드 팔로마 울(Paloma Wool)의 신간 도서다. 디자이너 팔로마 란나(Paloma Lanna)가 이끄는 팔로마 울은 매 시즌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 과정을 엮어 책으로 발간하는 것 역시 그들이 꾸준히 선보이는 결과물이다. 단순히 상품을 아름답게 보여주기 위한 화보 사진이 전부는 아니다. 아이디어 전개 및 구체화 과정이 함께 담겨 있다. 덕분에 브랜드의 시즌 디자인을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레퍼런스 자료, 아티스트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 스크린샷, 작업 비하인드 컷 등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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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NEW YORK> 

뉴욕에서 활동 중인 에단 제임스 그린(Ethan James Green)은 1990년생 젊은 작가로 주로 잡지화보 및 브랜드 작업을 선보여온 패션사진가다. <Young New York>은 작가의 첫 사진집으로, 그가 자신과 가까운 친구들을 3년간 촬영한 사진을 모았다. 로우 이스트 맨해튼의 콜리어스 후크 공원을 배경으로 모델, 예술가, 퀴어, 젠더 이분법을 무시하는 패션계 안팎의 뮤즈들 등 동시대 ‘밀레니얼 신 메이커’의 초상 사진을 사랑스럽게 담았다.

 

| 산책(@book.walk), 홍석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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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АЛИНИНГРАД KALININGRAD>,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SAINT-PÉTERSBOURG> 

러시아 지역 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웹 매거진 인러시아(Inrussia.com)는 2017년 1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주에서 연 2017년도 가을/겨울 시즌 고샤 루브친스키 컬렉션 캐스팅 콜에 참가한 젊은 남성 모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 <아파트>를 제작했다. 특히 칼리닌그라드는,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던 고샤 루브친스키가 다시 모국에서 연 첫 컬렉션의 도시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이후 인러시아와 고샤는 두 권의 진(Zine)을 만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칼리닌그라드>라는 제목이다. 자국의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인러시아와 다양한 층위와 시대의 자국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재해석하는’ 고샤 루브친스키의 흥미로운 결과물. 인러시아와 고샤의 두 번째 책이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90년대 레이브 문화를 다룬 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2017년 7월 15일 한정 수량으로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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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라프 시몬스가 맡은 캘빈 클라인의 캠페인 광고와 프린트, 그리고 90년대 헬무트 랭의 캠페인 광고로 패션계에도 저명한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사진집. 1990년 불핀치 출판사가 발행한 판형으로 초판 2쇄의 사진집이다. 작가가 찍은 꽃은 정물 사진에 기초를 두면서도, 보는 이에 따라서 매혹적이거나 두렵고, 때로는 관능적으로 보인다. 책의 서문은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였던 패티 스미스(Patti Smith)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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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MAGAZINE BY ALEC SOTH: PARIS MINNESOTA>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회원이자 자신의 고향 미네소타 주변의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알렉 소스(Alec Soth)가 2007년 발행한 책. 그는 이 책에서 사진가이면서 패션 잡지의 편집장 역할을 맡았다. 파리와 미네소타를 오가며 패션과 비패션계, 초상 사진과 정물 사진을 오가며 여러 장면을 담았다. 잡지 형식을 본뜬 사진집을 넘기면 바로 ‘광고’ 페이지가 나오는데, 아주 작게 들어간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찾는 재미도 있다.

 

| 사진책방 고래(@photobooks.gorae), 차윤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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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MODERN TIMES>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한국은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심은 전쟁 이후 복구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한 ‘삶’이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사진가 한영수의 프레임에 담긴 1950~60년대 서울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배웠다고 생각한 풍경이 아니다. 중절모와 양복을 갖추어 입은 신사들, 곱게 차려입은 한복이나 맵시 좋은 양장에 양산을 받친 숙녀들, 밍크코트를 입고 명동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멋쟁이. 한영수 프레임 속 서울은 ‘송옥’, ‘아리사’, ‘노라의 집’, ‘엘리사’ 등 그 시절 멋쟁이들이 양장을 맞춰 입던 유명한 명동의 양장점이 등장한다. 그의 사진 속 서울은 전쟁 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남루하지 않고 모던하다. 우리가 몰랐던 아련하고 멋진 옛 시절의 낭만적인 풍경을 만나는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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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ENNE WOOD, ANDREAS KRONTHALER, JUERGEN TELLER> 

‘영국 패션의 여왕’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그녀의 남편이자 파트너인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크론탈러,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 3인이 협업해온 20여 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 기존의 전통과 질서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창조해온 세 거장이 만든 사진집은 이들이 세상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동안 공개한 적 없는 희소성 있는 장면이 가득한 한정판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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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ES IN BLACK & WHITE> 

뉴욕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이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편집인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그룹이자 동명의 매거진 <더그라운드뉴욕(The Ground NewYork)>의 설립자로 활동중인 라이언 윤(Ryan Yoon)의 흑백사진집이다. 지난 10여 년간 뉴욕에서 촬영해온 패션계 인물들의 흑백 사진을 선별해 담았다. 찰나의 순간에 영원함을 담으려는 시도가 흑과 백으로 떠오른다.

 

| 오에프알 서울(@ofrseoul), 박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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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 NOTES ON FASHION> 

1964년에 쓰인 수전 손탁의 동명 에세이에서 이름을 따온 올해의 MET 칼라 테마이자 <The MET Costume Institute> 전시 도록이다. ‘Camp’라는 단어는 루이 14세 때 ‘과장된 포즈를 취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이기 시작해,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확대되고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구찌가 스폰서를 맡은 이번 전시에서는 2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고, 극적임을 강조하는 ‘Camp’가 패션계에 미친 영향과 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Camp’의 품사별 사용 유래로 섹션을 나눈 것이 인상적인 이번 전시는 도록에 쓰여 있는 설명을 통해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넘쳐 흐르는 듯 튀고, 절제되지 않은,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Camp: Notes on Fashion> 속의 컬렉션들이 마음에 쏙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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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NTAGE YOU> 

<셀프서비스> 매거진이 창간 25주년을 맞이해 패션 역사와 정체성의 기초가 되는 인물들을 담은 책을 만들었다. 질 샌더, 비비안 웨스트우트, 톰 포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패션 거장들의 친숙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1500부 한정으로 발매했으며,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모델 등 패션계에 종사하는 유명인의 오래된 사진을 한곳에 모았다. 그들의 앳된 얼굴과, 젊음이 가득한 표정, 사적인 순간을 가득 담은 이번 책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빈티지 스타일을 엿보기에도 충분한데, 지금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어색하고 조금은 어설픈 사진과 그들의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서 살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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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ER THEYSKENS – IN PRAESENTIA> 

프랑스 칼레의 국제 레이스 패션 박물관 <The Museum for Lace and Fashion>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박물관 소장품과 패션 디자이너 올리비에 테스켄스의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기로 기획했다. 이 책은 2020년 1월까지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내용을 담았다. <The Museum for Lace and Fashion>은 2009년부터 레이스가 패션의 역사에 기여하는 과정과 동시에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과정을 꾸준히 알려왔다. 특히 올리비에 테스켄스는 작품에 아름다운 소재를 즐겨 사용해왔는데, 이번 전시 도록을 통해 아주 오래된 그의 컬렉션에서부터 최근 컬렉션까지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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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L ABLOH – FIGURES OF SPEECH> 

패션 신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인 버질 아볼로(Virgil Abloh)는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의 창립자이자, 루이 비통 맨즈웨어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 컨버스, 꼼데가르송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혁신적인 협업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볼로의 전시 내용을 담았다. 기록이 주된 목적인 전시 카탈로그 기능을 넘어서, 버질 아볼로가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과 과정을 상세히 담은 것이 특징이다. 매번 출시될 때마다 전 세계 마니아들을 이목을 끄는 오프화이트×나이키의 작업 노트와 미출시 샘플 등을 엿볼 수 있고, 이케아, 루이 비통 등 버질 아볼로의 프로젝트를 글과 사진으로 가득 담았다. 한 시대의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거장 버질 아볼로의 작업 노트 같은 이 책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는 필독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