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라나! 타히티의 섬들

남태평양 한가운데, 거칠고도 광활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타히티에서 만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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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가 자랑하는 터키색 바다 위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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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의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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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해변이 펼쳐진 타히티 펄 비치 리조트의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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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과 수백 개의 작은 폭포, 계곡을 품은 타히티의 또 다른 얼굴.

여행의 시작

그동안 타히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고작 두 가지뿐이었다. 화가 폴 고갱이 <타히티의 여인들>을 남긴 도시라는 것과 허니문 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보라보라 섬이 있는 곳. 이미 유럽에서는 허니문 여행지뿐만 아니라, 럭셔리한 휴가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이곳에 다녀와서야 알았다. 타히티의 또 다른 이름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라는 것도 출장을 떠나기 전 검색창에 타히티를 써넣은 뒤에야 알게 됐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주도인 타히티는 크게 5개의 제도, 그 안에 속한 약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라보라, 모레아, 타하, 라이아테아, 후아히네, 랑기로아, 티케하우 등이 여행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섬이다. 수많은 섬들 중 이번 출장의 목적지는 세 곳이었다. 타히티 본섬과 랑기로아, 그리고 타하 섬. 남태평양의 진주, 신들의 섬, 태평양의 여왕…. 온갖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이곳에서 정말 생애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을까? 6박 8일간의 출장을 다녀온 결과, TV나 사진을 통해 상상해온 영롱하고 신비로운 터키색의 바다는 언제 어디서든, 시선을 돌리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심지어는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전에 여행자들이 감탄을 쏟아내는데, 나 역시 옆자리의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 아래로 펼쳐진 바다는 마치 터키색의 물감을 쏟아놓은 듯 끝을 모르고 펼쳐져 있었다. 약 11시간 비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순간이었다. 아직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없어서, 도쿄에서 타히티의 수도인 파페에테까지 주 2회(월, 토) 운항 중인 에어타히티누이를 이용했다. 대체로 4박 6일(월 출발-토 귀국), 혹은 6박 8일(월 출발-월 귀국) 일정이 편리하다.

흔히 타히티 여행은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된다고들 한다. 비행기에 오를 때 승무원이 환한 미소와 함께 입구에서 나눠주는 타히티를 대표하는 꽃, 티아레 때문이다. 기혼자는 왼쪽 귀에, 미혼자는 오른쪽에 꽂아두면, 비행이 끝날 때쯤에는 스스로 잎을 열고 활짝 핀다. 마치 여행자들을 환영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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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 펄 리조트의 오션뷰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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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의 리조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오버워터 타입의 방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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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 투어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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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바 타히티 축제의 타히시안 전통 춤.

녹색 왕국, 타히티

파페에테 공항에서 내려 가장 먼저 한 일은, 유로를 프렌치 퍼시픽 프랑으로 환전하고 와이파이 에그를 대여하는 것이었다. 섬 간의 이동이 잦은 여행 일정을 택한다면 현지 유심보다는 와이파이 에그가 편리하다. 그 후에는 10분 거리의 타히티 펄 비치 리조트에 체크인했다. 그제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타히티는 연평균 27℃로 1년 내내 온화하고 맑은 날씨로 알려져 있다. 강렬한 햇볕이나 몸을 끈적하게 하는 높은 습도가 여행자들을 괴롭히지 않아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객실 창문을 열자마자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리조트 앞에 펼쳐진 검은 모래 해변은 화산암이 오랜 시간 동안 잘게 부서져 보석처럼 반짝이는 형태가 되었다고 했다. 짐을 푼 뒤에는 검은 모래 해변 위에서 타히티 전통 카누를 타고 투명한 바다 위를 거닐었다. 작은 섬에 정박해 연어 등의 생선 메뉴를 즐기며 간단한 피크닉도 즐겼다. 이 전통 카누를 시작으로 타히티에서의 액티비티 활동이 줄을 이었다. 보통 허니무너들은 몰디브와 타히티를 비교하곤 한다. 다른 휴양지와 타히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광활하고도 때 묻지 않은 산과 협곡, 폭포와 계곡을 눈에 담으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아름다운 바다에서 워터 스포츠를 실컷 즐기는 것 외에도, 산에서 하이킹이나 사파리 투어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륜구동 사파리 투어는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던 타히티에 대한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꿨다. 타히티의 동쪽, 파페누 밸리를 따라 형성된 녹음 짙은 산과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계곡 속을 걸으면서 타히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

타히티의 섬들에 머무르면 상업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원시적 풍속과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타히티 사람들과 함께해온 믿음의 원천, ‘마나’의 정신 때문이다. ‘마나’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서로 연결된 정신적 유대감과 삶의 힘을 뜻한다. 그래서 타히티를 ‘마나가 품은 곳’이라 부른다. 상업적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 보존하며 폴리네시안 문화를 이어가는 데 힘쓴다. 이것이 아직 타히티가 다른 휴양지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산과 바다를 모두 즐겼다면, 파페에테에서 가장 활기차고 상징적인 파페에테 마켓에 들러보길. 무려 150년의 역사를 가졌다.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원주민들이 직접 만든 예술품과 바닐라, 과일, 꽃, 오일 등이 수백 개의 판매대에 진열된다. 진주 양식으로 유명한 타히티의 진주박물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7월에 여행을 온다면 타히티 최대 문화예술 축제 중의 하나인 ‘헤이바 이 타히티’ 관람을 놓치지 말 것. 타히시안 전통 댄스 경연대회는 타히티 섬 전역에서 온 댄스팀이 대거 참가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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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 오라 리조트 앤 스파의 풀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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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 오라 리조트 앤 스파 라 플라주 레스토랑의 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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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와 랑기로아를 오가는 헬기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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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 오라 리조트 앤 스파의 오버워터 방갈로.

끝없는 산호의 바다, 랑기로아

타히티에는 아름다운 섬이 많다. 한곳에만 머무르기보다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섬을 옮겨 다니면서 휴가를 즐기는 것도 이곳을 꼼꼼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두 번째 목적지인 랑기로아 섬으로 향하기 위해 또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에어타히티가 파페에테와 보라보라 섬에서 랑기로아 항공편을 자주 운행한다. 랑기로아는 바다 위 옥빛으로 반짝이는 라군과 이를 둘러싼 산호초를 자랑하는 섬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다이빙 장소로 꼽히기도 한다. 물론 다이버뿐만 아니라 스노클러, 유리 바닥 보트 승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머무는 누구든 대양과 라군 사이에서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가 유영하는 풍경과 거대한 가오리, 상어 등을 만날 수 있다. 덕분에 랑기로아 섬에 도착하면서부터는 잔뜩 챙겨온 일상복이 의미가 없어졌다. 블루 라군 투어를 할 때나 사용하려고 챙겨온 수영복과 아쿠아 슈즈가 일상복이 되어버렸으니까. 언제 어디서 ‘어서 내게 몸을 던지라’ 말하는 바다의 유혹이 시작될지 모른다.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티셔츠 속에 항상 수영복을 입은 채 리조트를 거닐었다.

블루 라군 나들이를 제대로 즐기길 원한다면 키아 오라 리조트 앤 스파에 머무는 걸 추천한다. 리조트 앞으로 새하얀 모래가 펼쳐져 어디서든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내가 머무른 객실은 풀빌라였다. 침대에서 창문을 올리면 작은 수영장이 보이는 객실이었다. 대부분을 바다에서 머물렀지만, 소나기가 쏟아져 날씨가 좋지 않은 때에는 이 작은 수영장을 애용했다.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온 섬에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으면 수영장에 몸을 누이고 밤하늘의 별을 세었다. 폴리네시안 전통 댄스 공연을 보며 먹는 디너 또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리조트 밖으로 나가고 싶거나, 라군, 섬 주변을 모두 둘러보고 싶어지면, 모터 보트나 카누, 세일 보트를 이용해도 좋다. 돌고래를 구경하기 위한 하루 나들이도 랑기로아에서의 휴식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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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타하 아일랜드 리조트 앤 스파의 오버워터 스위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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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타하 아일랜드 리조트 앤 스파의 조식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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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플랜테이션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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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산호와 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코랄 가든 투어.

바닐라 섬, 타하

세번 째 목적지인 타하에 도착하니 익숙한 바닐라 향이 났다. 타히티의 대표 작물인 바닐라가 바로 이곳 타하 섬에서 80% 이상 생산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타하 섬에서는 바닐라의 생산과 건조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플랜테이션 투어가 마련되어 있다. 가이드와 함께 차를 타고 굽이진 산길을 오르면 비닐하우스 형태의 농장에 도착한다. 농장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게스트하우스에서 현지인과 수다를 떨며 런치 코스도 즐길 수 있다. 타하 섬에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필수 코스인 셈이다.

출장의 마지막 밤을 보낸 르 타하 아일랜드 리조트 앤 스파는 타하 섬에서도 45분가량 다시 한번 보트를 타야 하는 작은 섬에 있다. 섬과 가장 멀리, 바다와는 가장 가까운 오버워터 스위트룸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방 안 곳곳의 틈새로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렸고, 심지어는 침대에도 아래로 뚫린 창문이 달려 있어 어서 뛰어들라 손짓했다. 그림 같은 바다를 선 베드에 누워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에서 바다로 연결된 작은 사다리를 발견했다. 바닷속에서 섬을 바라보니, 폴리네시아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던 오버워터 스위트룸과 빌라, 레스토랑, 스파 건물 등이 한눈에 보였다. 어떤 것도 이질감 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하나의 멋진 그림이 되었다. 이곳에서 꼭 즐겨보아야 할 ‘코랄 가든 투어’는 형형색색의 산호가 바닷속 정원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 투어를 가장 손꼽아 기다렸다. 리조트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가이드와 함께 물속으로 잠수하면 수면 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드리운다. 수백 마리의 이름 모를 물고기와 산호 덕이다. 가이드와 함께 리조트 쪽 해변에서 출발해 건너편 다른 섬까지 수영해 다녀오는 투어는 전날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건너편 섬까지 간다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발목부터 가슴까지 잠길 정도로 깊이가 얕고 심지어는 온도가 따뜻하다. 수영을 못한다면 카누를 빌려 노를 저어봐도 좋다. 상상만 하던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6박 8일의 일정은 생각보다 짧다. 아직 둘러보지 못한 비밀의 섬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 집 한켠에 놓아둔 조개 목걸이(랑기로아의 키아 오라 리조트 앤 스파에서는 모든 여행객에게 웰컴 조개 목걸이를 선물한다)가 반짝일 때마다, 타히티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일렁인다. 어서 빨리 다시 뛰어들고 싶지 않냐고, 천천히 손짓한다.

    에디터
    황보선
    포토그래퍼
    COURTECY OF TAHITI TOURISME, TAHITI PEARL BEACH RESORT, KIA ORA RESORT & SPA, LE TA HAA ISLAND RESORT & SPA
    취재 협조
    타히티 관광청(www.tahititourisme.kr), 에어타히티누이 항공(www.airtahitinui.com/kr-ko), 타히티 펄 비치 리조트(www.tahitipearlbeach.pf), 키아 오라 리조트 앤 스파(www.hotelkiaora.com), 르 타하 아일랜드 리조트 앤 스파(www.letaha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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