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나의 힘
오늘도 누군가 당신을 화나게 했는가? 그렇다면 그를 미워하는 데 골몰하지 말고,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부터 들여다보라. 분노로부터의 힘은 거기에서 나온다.
분노는 죄가 없다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우울, 무기력, 짜증, 분노… 그중 분노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욕구의 좌절을 경험할 때 주로 느낀다. 그 자체로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분노’라고 하면 긍정적인 느낌보단 대개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그 감정으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애쓴다. 하지만 ‘화’라는 감정이 꼭 나쁘기만 한 걸까? 잇다심리상담연구소 박지혜 대표는 말한다. “사람들이 분노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분노라는 감정 자체 때문이 아닌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아서예요. 이를테면 무조건 화를 내고 짜증을 퍼붓는 등 건강하지 않은 분노를 자주 드러내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 상처들이 분노라는 감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을 겁니다.” 분노라는 감정은 얼마든지 좋은 에너지로 바꿔 쓸 수 있다. 남을 미워하거나 자신을 질책하는 안 좋은 방향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분노를 ‘힘’으로 바꾸는 법
기운 빠지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또 제 탓인가요>의 저자 로베르트 베츠는 당신을 화나게 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닌, 그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태도’라고 말한다. 즉, 나 자신이 스스로를 화나게 만든 거라는 의미다. 상처 주는 사람들의 행동을 정당화 혹은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분노를 마주할 때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누군가 그랬다. ‘분노는 나의 힘’이라고. 한데 그 힘이 순간적인 반항심이나 복수심에서 비롯되는 거라면? 마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것처럼 잠깐은 의욕이 생기고 성과도 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산적이지 못한 방법이다. 또 분노로 생긴 트라우마나 자괴감이 마음속에 들러붙어 계속해서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분노를 나의 힘으로 만드는 방법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동력 삼아 행동하는 것이 아닌, 내 ‘분노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스리는 데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 분노의 근원을 찾아서
분노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 분노의 시작점을 찾아야 한다. 한마디로 분노의 씨앗을 찾아 나서는 것. ‘내 주변에는 왜 이런 사람들만 꼬이지.’ ‘어쩌다 걔가 내 앞에. ‘그 사람만 보면 자꾸 화가 나는 이유는 뭘까?’ ‘그 사람 그림자도 밟기 싫어.’ 이런 어두운 생각을 품게 하는 대상을 한번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그 다음, 그들 사이에 공통점은 없는지 생각해보길. 박 대표는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분노 심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받고 싶었던 애정이나 보살핌, 인정 같은 욕구가 좌절되거나 결핍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현재의 삶에서 누군가에 의해 다시 그 부분이 건드려질 때 강렬한 정서, 즉 수치심, 자괴감, 분노 등을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아요. 예컨대 아빠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아버지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상사를 봤을 때 화가 더 많이 날 수 있는 거죠.” 분노의 진원지를 파악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 감정, 생각을 찾아내고 그 감정을 소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 덩어리들이 해소되면, 나를 화나게 했던 대상을 대할 때의 분노의 크기가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베르트 베츠는 책에서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은 실은 나를 구원하러 온 ‘천사’라고 비유한다. 그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건 그들 덕분에 오래전부터 끌고 다니던 ‘진짜’ 감정들과 직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노 들여다보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분노를 알아차리는 것의 시작이다. 마음에서 분노가 올라오면 몸이 떨리고 근육이 긴장되는 등의 신체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신체적인 반응들이 나타날 때 초기에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알아봐주는 정서적 반응도 중요하다. 내 감정인데 그걸 눈치 못 채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분노 같은 격한 감정은 인식하지 못한 사이 나도 모르게 표출할 때가 대부분이다. 화를 알아차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분노를 언어화하는 것이다. 말 뒤에 “~구나”를 붙여주면 된다. “아, 기분 나빠”가 아니라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쁘구나”라고 화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 그 다음 나는 어떨 때 화가 나는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어떤 것이 자신에게 중요한 욕구인지 정리해볼 것.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화가 나는가, 열 받게 하는 행동이나 말이 정확히 무엇인가, 상대가 어떻게 날 대할 때 말문이 막히고 당황하는가, 참을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 과거에 비슷하게 행동한 사람이 있는가, 그 모습이 나에게도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등 구체적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이 과정을 통해 분노 뒤에 숨어 있던 다른 감정을 알아차릴 수도 있고, 내 분노의 본질을 찾아낼 수도 있다. 습관이 되면 어느새 분노를 능숙하게 다루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TIP 조용히 분노하기
나쁜 감정을 에너지로 만들기 위한 어드바이스. 성난 얼굴로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화를 분출하는 방법을 기억할 것. 타인의 감정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면서 나의 감정을 명확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다.
1 시간을 두고 감정을 표현하라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서로의 갈등이 더 깊어질 뿐이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찬물을 한잔 마신다거나, ‘침착하자’라고 말해보거나, 일정 시간 딴 곳을 쳐다보겠다 등 나만의 분노 대처법을 미리 생각해두자. 잠시 시간을 갖고 다시 중심을 찾게 되면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차분하고 확실하게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보는 거다. 단, 화난 책임을 상대방에게 묻고 있지는 않은지 관찰해야 한다. ‘넌 대체 왜 그래?’가 아닌 ‘나는 이 상황이 힘들어’라고 고백하는 편이 좋다.
2 한 달에 한 번, 감정을 주고받아라
자신의 감정이나 진짜 상태에 대해 털어놓지 않고 지내는 이들이 있다. 그러다 화가 쌓이면 결국 후회하게 될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일찌감치 입을 열어 자신의 내면 상태에 대해 얘기하라. 용기가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를 때일수록 말이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시간을 내 서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30분 정도는 최근에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가볍게 근황 토크를 하는 거다. 이때 서로 그저 들어주기만 하고 서로가 하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3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편지를 써라
나를 괴롭혔던 친구, 전 상사, 시어머니 등 불화를 겪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써볼 것. 그 편지는 발송하지 않고 나중에 태워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수신자는 ‘나’와 내 자신 안에 있는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분노, 무력감, 중오 등 나쁜 감정을 손으로 적어 내려가며 내 감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편지를 여러 번 써서 첫 번째 편지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갈수록 평화로운 기운이 맴돌면서 상당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상대방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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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최안나
- 포토그래퍼
- JEONG JO SEPH
- 도움말
- 박지혜(잇다심리연구소 대표)
- 참고도서
- (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