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없어요

좌석이 없는 공간은 낯설지만 때로는 서 있을 때만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공간과 맛에 집중한, 서 있어도 편안한 카페와 바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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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오래 기댈 수 있도록 높이를 고심한 스탠딩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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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키에테 파스타 감자샐러드와 조니워커블랙 위스키.

스탠딩바 전기

선술집을 사랑해 마지않는 주인장이 60년대의 선술집 문화를 부흥시키고자 을지로에 스탠딩바를 오픈했다. 의자가 없는 술집인 것을 알고 열 명 중 일곱 명은 나가지만 나머지 세 명을 단골로 만들 수 있으니 괜찮다고. 이곳의 재미있는 점은 고정 메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제철재료와 주인장의 관심에 따라 메뉴는 지속적으로 변경되는데 갓김치에서 멘보샤, 프랑스식 감자파이까지 다양한 국적의 요리와 퓨전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사카에서 공수한 향신료를 듬뿍 써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마파두부와 누룩향이 나는 마르스하이볼을 추천한다. 마카로니 대신 오레키에테 면을 사용해 끼니로도 충분한 감자샐러드도 인기 메뉴다. 만일 모든 메뉴를 맛보았다면 아주 특별한 비밀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니 주인장에게 요청할 것.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42-19 문의 070-8840-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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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이 없는 에스프레소 바 형태의 리사르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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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크림이 얹혀 나오는 카페 그라나타.

 리사르 커피

진한 에스프레소로 커피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왕십리의 리사르 커피가 약수역 쪽으로 이전하며 에스프레소 바가 되었다. 공간은 협소해졌지만 커피맛은 그대로다. 원두는 무게감 있는 다크와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마일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추천하는 메뉴는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얹고 카카오 토핑을 뿌린 카페 피에노와 에스프레소 슬러시인 카페 그라나타. 기본 에스프레소에는 설탕이 들어가 있어 7번 정도 저어 먹을 때 가장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수요일, 금요일에 20컵씩만 준비되는 티라미수도 놓치지 말 것. 이곳의 음료는 2천원대를 넘지 않는다. 좋은 품질의 원두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장애인 시설에 후원을 이어나가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착한 카페다.
주소 서울 중구 다산로8길 16-7 문의 010-9646-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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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는 좌석이 구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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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새로운 그라피티를 전시하는 파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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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바에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33 APARTMENT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시각디자이너, 바리스타, 브랜드를 운영하는 오너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 공간이자 카페다. 정면의 큰 창에는 시즌별로 다른 그래픽이 그려져 마치 갤러리를 방문한 느낌이 들게 한다. 호주의 5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인 듁스커피를 선보인다. 하우스 블렌드인 듁스 블렌딩은 체리와 사과의 청량한 산미가 특징이다. 시즈널 블렌딩은 그 계절의 가장 신선한 원두로, 취향에 따라 블랙과 화이트에 어울리는 원두를 추천받을 수 있다. 공간은 의자가 없는 1층과 테이블이 있는 지하로 나누어져 있다.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해 1층의 바에 기대 있으면 ‘댕댕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다.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바질 스콘도 맛보길.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길 33 문의 02-794-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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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바라본 매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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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형상화한 로고가 그려진 파란 벽은 모멘토 브루어스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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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맛이 느껴지는 필터 커피와 수제 파베초콜릿.

모멘토 브루어스

모멘토는 사물, 공간 등에 추억이 담겨 있음을 뜻하는 ‘Memento’의 이탈리아어다. 우연으로라도 이 공간을 거치거나 스칠 누군가가 좋은 기억을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카페와 쇼룸을 겸하며 쇼룸 공간에서는 로컬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전시가 이루어진다. 젊은 예술가를 위한 지원 차원에서 별도의 대관료는 받지 않는다. 호주 멜버른의 마켓레인 커피를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의 원두는 저마다의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어 원두의 역사를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좌석을 없앤 것은 자유롭게 전시를 즐기며 사람 간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커피를 든 채 자유롭게 공간을 오가며 보면 어느새 좋은 기억이 쌓여 있을 것만 같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9-18 문의 010-9336-3844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OH EUN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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