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의 노랫말

5년 만에 미니앨범 <노랫말>을 발표한 박재정을 목요일 오전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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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는 팔로모스페인(Palomo Spain). 셔츠는 코스(Cos). 유니폼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타이는 꼼 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박재정의 앨범이 드디어 나왔네요.
이렇게 제대로 된 앨범은 5년 만이네요. 그동안 싱글도 내고 나름대로 꾸준히 활동했기 때문에 공백은 없었지만요. 분명히 어떤 무게감이 느껴지긴 해요. 새롭게 데뷔 앨범을 내는 것 같은 기분.

5년이라니, 간질간질하고 감질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기다렸어요?
맞아요. 나이도 그렇고 아직 펄펄 끓는 청년이잖아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빨리 음반 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죠. 왜냐하면 이게 자랑하는 거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자랑하고 싶어 하잖아요. 또 사랑받고 싶은 욕망도 있고요. 그럴수록 차분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서 만든 앨범이에요.

이번 앨범 수록곡을 듣고 또 보다가 특이점을 발견했어요. ‘윤종신’이라는 이름이 어디에도 없더군요.
그전까진 제가 그분의 코치를 받았다고 한다면요. 이번에는 유학을 보내주신 셈이죠.(웃음) 전혀 다른 코칭 스태프로 팀을 꾸렸어요.

그 기준은 뭐였죠?
제 취향의 반영?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한 창작자에게 직접 전화를 드리거나, 인스타그램 DM을 보내거나 하는 식으로 연락드렸어요. 그렇게 모인 분들과 함께 만든 앨범이에요.

어디 유학 가서 만들어 온 앨범이 딱 맞네요.
정말 진지하게, 진중하게, 진실되게 만들고 싶었어요.

당신의 마음은 그렇지만, 어느 순간 박재정이 예능인처럼 되어버린 건 어때요?
처음엔 좀 당황하기도 했고,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저는 원래 아주 길게 봤거든요. 제 노래로만 승부를 보고 싶었어요. 제가 윤종신 씨를 존경하는데요. 그분 보면 음악은 음악대로 진지하게, 예능은 프로 예능인답게 활동하시는 걸 보고 생각이 좀 변했어요. 사실 그게 엄청난 삶의 루틴을 이뤄낸 거니까요. 요즘은 나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음악을 들을 때, 그 개인의 캐릭터나 성격까지 생각할까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요즘 시대가 워낙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어 예능에서 망가지고 웃긴 이미지가 생겨도, 사람들은 그 이미지를 오래 기억하지 않아요.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피드가 매 순간 올라가버리는 것처럼요. 인생의 피드를 계속 업데이트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피드를 업데이트한다’는 말이 마음에 드네요.
음악도 똑같아요. 제가 ‘월간 윤종신’의 팬인데요. 그 방식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 음악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건데, 그게 쌓이면 아카이브가 되잖아요. 아카이브에는 엄청난 힘이 있고요. ‘월간 윤종신’의 노래는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다시 찾아 듣게 되죠. 저도 그런 걸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앨범 제목이 <노랫말>이죠. 당연히 노랫말에 눈이 가더군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들을 보면, 결국 가사가 훌륭해요. 어떤 노래는 듣는 대신에 가사만 펼쳐놓고 읽기도 해요. 이 앨범 프로젝트 이름이 처음에 ‘진심’이었거든요. 노래를 통해서 진심을 표현할 때 중요한 건 멜로디 진행 코드나 조합보다는 노랫말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충분히 제 진심을 표현했으니, 그걸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좋은 문장을 향한 고민과 욕심, 질투, 좌절의 시간도 보냈겠네요.
엄청나게요. 지금보다 어릴 땐 글을 쓰기보다 그냥 말하면 될 때가 많았거든요. 살면 살수록 글을 써야만 하는 순간이 닥쳐오더라고요. 특히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할 때와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 정말 잘 써서 보내고 싶어요. 그런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글쓰기 연습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앨범에 실린 7곡은 어떤 말을 건네나요?
보통 발라드는 대부분 2개의 감정으로 나뉘거든요. 사랑에 빠지거나, 이별하거나. 근데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단순한 사랑과 이별 말고요. 아주 직접적인 노랫말도 있고, 추상적인 표현도 있고요. 실존하는 배우 오드리 토투를 향한 노래도 있어요. 최대한 참신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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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는 김서룡 옴므 (Kimseoryong). 유니폼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발은 생 로랑(Saint Laurent). 팔찌와 반지는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

축구를 좋아한다면서요.
공연장에 가는 일과 축구장에 가는 일이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관객 입장에서는 기대하고 가는 거니까요. 이 가수가 어떻게 노래할까, 이 선수는 어떤 플레이를 할까. 내가 음반이나 텔레비전으로 보던 모습과 얼마나 같거나 다를까. 현장감도 그렇고요.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죠.

플레이어로서의 입장은 어때요?
역시 같다고 봐요. 무대 위에서 오늘 공연을 어떻게 끌고 갈지 전략을 짜는 것과, 경기장에서 오늘 플레이를 어떻게 끌고 갈지 전략을 짜는 일. 아마 그런 비슷한 점 때문에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아, 결국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드리고, 그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건 진짜 중요한 일이네요.

요즘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는요?
저는 한국에 살잖아요. 오늘 유니폼도 가져왔는데,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염기훈 선수를 가장 좋아하고 응원해요.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직관’하고 싶은 경기가 있던데요?
아직 해외에서 실제로 경기를 본 적이 없어요. 새벽에 늘 텔레비전으로만 봤죠. 박지성 선수를 좋아하니까 맨체스터에 가보고 싶고요. 리버풀의 감독 클롭의 팬이거든요. 그 경기도 실제로 보고 싶고요. 오늘 가지고 오신 소품들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들이던데, 준비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신기했어요.(웃음)

발라드와 축구의 융합의 시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앨범 <노랫말>의 7곡을 반복해서 듣다가, 탁 걸리는 지점이 있어요. 유일하게 5번 트랙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이 좀 매몰차요.
맞아요. 유일하죠. 누구나 나쁜 사람 되고 싶은 마음은 없잖아요. 상처 주기 싫고요. 그냥 끝끝내 좋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남고 싶죠. 그런 마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거절해야 하는데, 그게 아주 많이 미안한데 결국 해야 하는 말이죠. 그걸 아주 정성스럽게 표현한 노랫말이에요.

정직하고 솔직하게?
네, 저는 결국 그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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