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부터 받은 것,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
엄마와 딸, 그리고 그의 딸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시절을 나누는 고맙고 기특한 물건들.
From Mum
엄마와 내가 청춘이라는 가슴 뛰는 시간을 동시대에 함께 보낼 수는 없지만, 빈티지 재킷을 통해 ‘그 시절’이 내 시절 속에 스몄다. 엄마의 젊은 시절, 엄마는 이 재킷을 입고 어떤 곳에 가셨을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어떤 마음을 나누셨을까. 엄마의 젊음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아름답고 멋지다. – 이혜승(모델)
아버지는 위스키를 좋아하신다. 어느 날 부모님이 유럽 여행을 다녀오시며 위스키 디캔터를 선물로 주셨다. 남편과 위스키 한잔 기울이며 대화할 수 있는 아내가 되라는 말씀과 함께.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아버지의 남다른 위스키 사랑을 저지하고자 한 어머니의 치밀한 계획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이미경(콘텐츠 디렉터)
의상 디자이너셨던 엄마가 직접 만드신 블랙 벨벳 스커트.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중요한 행사 때마다 입었는데 이젠 더 이상 내 몸에 맞지 않아 옷장 한켠에 잘 보관하고 있다. 나에겐 작아졌지만 내 딸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블랙 벨벳 스커트가 엄마와 나, 내 딸의 전성기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아이템이 되기를! – 윤자인(코치 PR&커뮤니케이션 매니저)
티셔츠 한 장을 고를 때도 꼼꼼히 체크하시는 엄마가 지금 내 나이 때 장만한 코트다. 그레이와 다크 그레이를 매치한 베이식한 디자인의 캐시미어 울 코트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보관도 철저하게 한 덕에 구입했을 때 촉감과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평소 꼼꼼한 엄마의 성격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여쁜 그레이 모질을 뽐내는 나의 반려묘 지랭이도 함께했다. – 김지영(YG케이플러스 매니저)
늘 특별하고 싶은 순간에는 엄마가 만들어준 옷과 함께했다. 핸드메이드의 매력과 소중함도 알지만 엄마의 옷에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늘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중 최고는 결혼 피로연 드레스로 만들어주신 파란색 드레스. 리본 디테일이 더해진 드레스는 곱고 아름다운데 엄마의 사랑을 오롯이 받았던 기억이 더해져 퍽 애틋하다. – 남영아(아트 디렉터)
머리는 아는데 몸이 쉬이 따르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모피 사랑. 그러나 웰니스를 추구하는 <얼루어> 기자로서 얼루어링하기 위해 몇 가지 다짐을 했다. 세컨드 핸즈 모피를 구입할 것. 공정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물려주신 모피 코트는 내 겨울 최애템. 죄책감이 들어 탐스러운 윤기와 극강의 촉감에 대해서는 더 자랑하지 않겠다. – 김지은(<얼루어> 패션 디렉터)
To Daughter
딸 익하가 엄마의 물건으로부터 감정적 위안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남편의 그림, 일상에 여유가 되어줄 음악, 익하를 위해 생각날 때마다 적는 엄마의 지혜 노트. 딸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소한 깨달음을 적기 시작했는데 딸이 이 노트를 제일 좋아하길 바란다. – 조은경(에델만코리아 시니어 슈퍼바이저)
남편에게 선물받은 샤넬 체인백. 평소 내 스타일과 거리가 있어 몇 번이나 팔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오늘이가 대학생쯤 되어 들고 다닌다는 상상을 하니 너무 사랑스러워 고이 간직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늘아 대학생 되면 엄마가 선물할게~.” 물론 그날이 빨리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일 것. – 김귀애(헤어스타일리스트)
어느덧 훌쩍 커버린 딸 세리가 나중에 더 크면 주고 싶은 주얼리가 있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 남편에게 선물받은 반클리프의 말라카이트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이 그것. 말라카이트의 짙은 초록과 알함브라 디자인이 네잎클로버를 연상케 해 행운을 줄 것만 같다. 딸이 우리 부부의 품에서 독립해 떠나는 날이 올 때 행운의 증표로 선물하고 싶다. – 장혜인(<셀렉트 홍콩> 저자)
아이와 함께 시계 매장에 갔다. “엄마, 나중에 나 물려줄 거면 이걸로 사요”라며 이 시계를 골랐다. 심각한 결정 장애 엄마에게 아이는 그야말로 해결사였다. “화이트는 너무 밝고, 초코는 어둡고, 중간 정도 자개가 예쁘네.” 단순한데 신뢰가 갔다. “예쁜 시계 골라줘서 고마워, 엄마가 80살 할머니 되면 물려줄게.” “엄마, 그럼 내가 50살인데, 너무 늦는 거 아냐?” – 이희승(프리랜스 에디터)
각기 다른 스트라이프 셔츠가 옷장에 가득했다는 시외할아버지의 브리프케이스는 나에게 둘도 없는 값진 물건이다. 지금 그 안에는 수정 사항이 가득했던 나의 첫 원고와 딸에게 받은 첫 어버이날 카드 등 바랜 추억더미들이 담겨 있다. 딸에게도 인생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담는 귀한 물건이 되길 바란다. – 도현영(<요즘 여자>, <그녀들의 멘탈뷰티> 작가)
딸이 자신만의 독창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데 주저함이 없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로 샤넬의 가장 기본적인 블랙 트위드 재킷과 베르니어 네크리스를 선택했다. 캐주얼하면서도 관능적이고, 낙낙한 가운데 힙한 느낌을 주는 재킷과 네크리스는 언제 어디서나 그만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 니콜 정(니콜 스튜디오 대표)
최신기사
- 에디터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