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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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는 예능

전례없는 산불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정치인들은 노란 옷을 입고 대피소를 방문하고 연예인들의 기부가 연일 기사화된다. 퍽퍽한 세상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기부 열풍이 반갑다. 방송가에서도 기부를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양심 냉장고>, <체험, 삶의 현장>, <사랑의 리퀘스트> 등의 공익 예능이 막을 열었다. 이때는 기부와 사회 공헌을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워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목적을 뒀다. 점차 프로그램에 메시지를 넣어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했다. <무한도전>의 굿즈, 공연 수익 기부가 그 예. 최근 종영한 <커피 프렌즈>, <기부 앤 테이크: 사세요>,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도 기부를 작은 장치로 활용한다. <커피 프린스>는 유연석, 손호준, 최지우가 제주도의 한 카페를 운영한다는 설정이다. 재미있는 건 메뉴에 가격이 없다는 것. 음식을 맛보고 원하는 만큼 값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모인 1천2백여만원은 장애 어린이를 위한 후원금으로 쓰였다. <기부 앤 테이크: 사세요>는 스타의 재능 기부 프로그램으로, 총 24명의 스타가 메이크업, 의류 리폼, 청소 등을 하며 약 1천2백만원을 모았고 이 역시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했다. 새로 시작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역시 기부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청자를 모으는 것 외에도 후원금 5백만원까지 달성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채팅과 기부금액이 화면에 나타난다. 인터넷 방송의 ‘별풍선’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했다. MBN의 예능 <국경 초월 신개념 어학당-훈맨정음>은 한국어 실력이 2% 부족한 해외파 셀럽이 한국어를 배우며 획득한 장학금을 수강생 이름으로 한국어 교육 기관에 기부한다. 이렇게 기부 열풍이 불면서 신조어도 등장했다. 퍼네이션(Funation), 재미와 기부 두 단어를 합쳤다. 공연가에서는 티켓 판매 수익을 기부하고 나무를 키우는 게임에서는 그 숫자만큼 실제로 나무를 심는다. 거창한 게 아니라 기부 문화 자체를 즐기는 것. 단짠의 자극적인 예능에 속이 쓰렸는데 좋은 취지의 예능을 보니 황태국을 한 사발 마신 것처럼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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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웃음 코드

<개그콘서트>에 하달된 특명이 아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 이야기다. 2019년 드라마 흥행 공식은 이렇다. 웃겨야 잘된다. 영화 <극한 직업>이 쏘아 올린 작은 코미디 붐이 TV 드라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놓고 박장대소하든가 최소한 실소는 짓게 해줘야 시청률이 나온다. <열혈사제>는 다혈질에 알코올중독의 사제가 등장해 정의를 외친다. 버닝썬 게이트가 생각나는 ‘라이징문’ 클럽 에피소드는 몰입감을 높이고 공감을 자아낸다. 정경 유착에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김남길의 모습이 사이다처럼 시원하다는 평가로 시청률 20%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 여러분>은 사기꾼이 경찰과 결혼해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 최시원처럼 잘생기고 능청스러운 국회의원이라니, 그가 TV 토론회에서 핏대를 세우는 모습이 현실과 비교되어 더 재미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폭력 교사였던 김동욱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되어 갑질하는 사업주를 응징한다는 내용. <더 뱅커> 김상중은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출신 감사관으로 은행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에 도전한다. 김상중 특유의 무거운 연기에 코믹한 상황이 더해져 더 재밌다. 마약, 몰카, 사건·사고로 점철된 현실이 답답해서일까. 그걸 유쾌하게 풍자하는 드라마라도 봐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 코믹 드라마의 유행은 계속될 듯.


NEW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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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1894년 동학 농민항쟁을 배경으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이야기.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가 출연하고 <뿌리 깊은 나무>의 신경수 PD가 연출을 맡았다. 첫 방송 4월 26일 방송사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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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열 명의 청춘 남녀 뮤지션이 함께 생활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싱어송라이터, 래퍼, 프로듀서 등 다양한 직군으로 만나 같이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설렘을 주고받는다. 첫 방송 5월 1일 방송사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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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피플
<하트시그널> 팀의 새로운 프로그램. 로펌으로 첫 출근한 8명의 인턴. 한 달간의 치열한 인턴 생활이 끝나면 최종 2명만이 로펌의 선택을 받는다. 강호동, 이수근이 MC를 맡았다. 첫 방송 4월 13일 방송사 채널A

    프리랜스 에디터
    박한빛누리
    포토그래퍼
    COURTESY OF TVN, KBS, JTBC, CHANNEL A, SBS, SM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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