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식탁, 비건 플레이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사찰 음식부터 비건들의 장보기를 도와줄 전문 슈퍼까지, 다양한 채식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을 찾았다. 직접 가보니 비건을 위한 곳이기도, 모두를 위한 곳이기도 했다.
우리 동네 비건 디저트, 평상시
우유와 달걀 없이도 한입의 달콤함을 누릴 수 있는 비건 디저트 카페. 곧 부부가 될 커플이 넉넉한 미소로 반겨준다. 이름이 ‘평상시’인 이유는 동네 산책 나오듯 이곳에 들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동물복지와 환경 보호에 꾸준한 관심이 있던 여주인장은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 비건 베이킹을 익혔다. 한국에 돌아와 잠깐 다른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베이킹 재주를 살려 매일 건강한 빵을 굽는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비건 베이킹을 위한 재료 수급이 쉽지 않아요. 가게 콘셉트가 ‘Raw&Natural’인 만큼 재료는 최대한 원물 그대로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디저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쿠키, 스콘, 브라우니, 케이크류로 때마다 변화를 준다. 생크림 대신 코코넛크림, 젤라틴 대신 한천을 베이스로 만든 판나코타가 신메뉴다. 우리 집 ‘댕댕이’와 함께 갈 수 있어 더 좋다.
주소 서울 강동구 고덕로20길 26 1층 문의 인스타그램 @pyeongsangshi
모두를 위한 식탁, 슬런치 팩토리
슬런치라는 샐러드 도시락 사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매년 블루리본을 받고 있는 믿음직한 비건 맛집이다. 비건 레스토랑이기도 하지만, 단계별 채식 메뉴를 골고루 꾸려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슬런치 팩토리 대표는 채식주의자가 식탁에서 소외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저는 비건이 아니지만, 비건 친구들이 있어요. 비건과 비건 아닌 여럿이 밥을 먹으러 갈 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식탁을 만들고 싶었죠.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채식을 경험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채식이 처음이라면 익숙한 메뉴의 채식 버전부터 시도해보면 어떨까? 생크림 대신 두유를 넣고 고기 대신 버섯을 사용한 크림 리소토 등 어렵지 않은 채식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38 문의 인스타그램 @slunch_factory
채식주의자의 장보기, 비건 스페이스
한국에서 보기 드문 비건 전문 식료품점이다. 임재석 대표는 채식주의자인 전 직장 동료와 취미로 시작한 요가 덕에 채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비건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비건 식료품이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제대로 된 비건 식료품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가 비건 스페이스를 꾸린 이유다. 다양한 우유 대체품, 콩고기, 곡물, 견과류, 각종 소스 등 작은 공간에 알차게 진열된 아이템을 구경하다 보면 비건인이 아니어도 지갑을 열 만하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비건 요거트와 치즈는 물론 인도네시아 메주라 불리는 템페도 구할 수 있다. 샴푸, 대나무 칫솔, 크루얼티 프리 치약 같은 비건 뷰티 아이템도 준비했다. 이곳까지 걸음하기 어렵다면 온라인 숍(www.veganspace.co.kr)에 들러보길.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26 문의 인스타그램 @veganspace.korea
내 가족의 건강식. 다이너 재키
가족의 건강 때문에 직접 채식 요리에 나선 것이 다이너 재키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운전대를 잡고 지방의 개인농장까지 찾아가 신선한 채소를 공수해올 정도다. 루콜라, 바질 등 샐러드를 위한 몇 가지 채소는 가게 한켠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다. 다이너 재키는 비건식과 함께 유제품, 생선, 닭고기까지 먹는 페스카테리언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연어 요리가 인기인데, 다 이유가 있다.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연어를 사들여 직접 손질하고, 항산화에 좋은 연어껍질을 그대로 살려 요리한다. 부단히 수고스럽지만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은 맛으로 이어진다. 집 같은 편안함 속에서 맛있고 균형 잡힌 한 끼를 경험해보길.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82 문의 인스타그램 @diner_jackie
해방촌의 힙한 사찰, 소식
음악과 요리, 동물 보호에 관심 많은 세 명의 친구가 밀레니얼 세대가 사찰 음식을 친근하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차렸다. 사찰 음식 고유의 섬세함은 잃지 않으면서 풍미나 ‘단짠’ 맛을 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로 꾸렸다. 밥은 흑보리, 녹미, 메밀 등 국내산 곡물로 짓고 무농약 식재료를 사용한다. 밀레니얼을 위한 사찰답게 의외의 요소가 곳곳에 있다. 이를테면 BGM 장르가 테크노다. 마치 목탁 소리처럼 반복적인 기계음이 느릿하게 흐르는데, 듣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전통주도 곁들일 수 있다. 사찰에서 웬 술이냐고? 이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사찰에서 나누는 음식이라면 그게 어떤 것이든 사찰 음식이 된다고 생각해요. 철학이 있고, 동물을 해치지 않는 정신만 있다면요.”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57 문의 인스타그램 @soseek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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