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시대의 아티스트가 사는 법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새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들을 만났다. 제품의 생김새나 쓰임은 모두 달랐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 업사이클리스트 대표 김경준 }
업사이클링 브랜드 전문 유통회사 업사이클리스트의 대표. 국내외의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물건을 선별해 편집숍 형태로 선보인다. 폐현수막으로 가방이나 지갑을 만드는 스페인 브랜드 누깍의 국내 공식 수입 유통사이며, 직접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3~4년 전쯤만 해도 저는 평범한 업사이클링 제품 소비자였어요. 스위스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을 계기로 업사이클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죠. 이후 로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국내 제품은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편집숍을 기획했어요. 당시 무역회사에서 수출입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국내외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거죠.
업사이클리스트의 대표 브랜드인 누깍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누깍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현대사회의 가장 흔한 산업폐기물을 활용한 패션 잡화,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하고 유통하죠.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한국을 포함한 호주 등의 아시아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깍은 어떤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있나요?
광고 현수막과 폐타이어, 카이트서핑 돛을 소재로 쓰고 있어요. 광고 현수막은 영화제 포스터나 박물관 전시 포스터 등 시간이 지나 버려지는 것들을 수거하여 제작하고 있죠. 현수막은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도 아름다워요. 폐타이어는 오래된 대형 트럭이나 버스의 타이어 튜브를 활용하고 있어요. 내구성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죠. 카이트서핑 돛의 경우에는 조금 특별해요. 바르셀로나 시 주변의 서핑숍에서 폐기된 돛을 기부받고, 그 보상으로 가방을 리펀드하면서 누깍은 무상으로 소재를 공급받고 서핑숍들에게는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하여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깍 외에는 어떤 제품들이 있나요?
폐우산을 업사이클링하여 패션잡화를 생산하는 큐클리프, 자전거 부품을 활용하여 팔찌를 만드는 바이시클트로피, 제주도 앞바다에서 비치 코밍을 통해 얻은 조개 껍데기를 활용한 주얼리 브랜드 바다보석, 그리고 LP바에서 버려지는 폐레코드판을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엔드앤드레코즈가 있습니다.
직접 제품을 만들고 업사이클링 체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면서요?
스튜디오에서 광고 현수막을 활용해 직접 가방이나 지갑, 열쇠고리, 휴대폰 케이스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 중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면서 보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업사이클리스트는 서울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해 있습니다. 어떤 곳인가요?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입주 기업에게 업사이클링 사업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과 기업, 기업과 시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죠. 창업 2년 차에 좀 더 업사이클링 브랜드 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해서 입주자 공모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스튜디오에서는 제품 제작 및 온라인 제품 촬영과 편집을 하고 있어요. 영업 관련 업무나 타 브랜드와 미팅도 합니다. 2층 슈퍼마켓(SUPer Market)에서는 새활용플라자 입주자를 위한 마켓을 운영 중이에요. 모든 입주 기업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합니다.
제품은 어떤 제작 과정을 거치나요?
가장 먼저 바르셀로나에서 받아온 현수막을 선별하고 세척합니다. 세척 과정 또한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부 손으로 세척하고 있어요. 제품별로 그래픽을 선정한 뒤 패턴을 땁니다. 이후에는 미싱을 이용한 봉제 과정을 거치죠.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에요?
온몸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덮여 있어요. 공정무역이나 친환경 제조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됐고요.
환경 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일이 있나요?
사내에서는 최소한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요. 요즘은 친환경 포장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죠. 업사이클링 제품을 플라스틱 봉투나 화학종이 봉투에 담아 판매하는 것은 사업 취지에 맞지 않으니까요. 생분해비닐 업체와 협업하여 업사이클링 포장지 개선에 힘을 쏟고 있어요. 이 외에도 환경과 관련된 창업을 하시는 분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는데,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업사이클링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에요?
업사이클링의 대중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문화를 차근히 만들어가고 싶어요.
자신에게 ‘업사이클링’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현수막이나 튜브는 남들에게는 쓰레기이지만 저에게는 보물과도 같아요. 저는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럽에서는 업사이클링이 선진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쓰레기로 물건을 만드는데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싸요?”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그만큼 업사이클링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많죠. 대중이 가진 고정관념을 허문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리스트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80~90%가 패션 잡화예요. 그 한계를 직접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업사이클링 의류를 기획하고 있어요. 신발 브랜드와 협업해볼 생각입니다.
{ 픽스 업사이클링 대표 이상준 }
마노스데모니크의 업사이클링&인더스트리얼 가구 브랜드 픽스 업사이클링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영상예술학을 전공한 뒤 광고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다 대전으로 내려와 픽스 업사이클링 제품을 소개하는 쇼룸을 오픈했다.
픽스 업사이클링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오일 드럼통이나 가스통, 철제, 철관 등 산업용 폐기물에 원색과 한국적인 디자인을 더해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폐드럼통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에요?
아버지가 운영하는 철강공장에서 유압유나 절삭유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폐드럼통이 남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드럼통과 철판, 철관에 각종 부자재를 더해 만들고 있죠. 팔레트나 버려진 가구의 일부인 폐목재, 플라스틱 타이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완성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원하는 디자인의 도안을 만들어 수작업으로 재단과 가공을 합니다. 도장 공장에 보내 잔여 오일을 세척하고 표면 색채 도장을 하죠. 그 후에는 테두리와 부속 자재를 수작업으로 조립해 완성합니다. 보통 10일 정도 걸려요.
한국적인 요소가 담긴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어요. 디자인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세요?
픽스 업사이클링의 테이블은 소반을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시골 마을을 돌아보는 게 취미인데, 대부분 자연스러운 것에서 영감을 얻고 있죠. 전시회도 자주 보러 다니고요.
최근 대전에 쇼룸을 오픈했어요. 쇼룸은 어떤 콘셉트인가요?
픽스 업사이클링이라는 말처럼 지하 창고를 있는 있는 그대로 고쳐서 만들었어요. 거칠고 투박하지만 컬러풀하고 섬세한 디자인의 제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했죠. 언제나 열려 있으니 놀러 와주세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에요?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요. 그래서 작년에는 전시를 할 수 있었어요. 다른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들과도 많은 교류를 하였고요.
고비의 순간은 없었나요?
바로 지금이 가장 고민이 많아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기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업사이클링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에요?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독특한 디자인과 컬러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신에게 ‘업사이클링’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우연히 업사이클링을 시작하면서부터 버려지는 쓰레기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흔한 쓰레기들은 저에게 모두 흥미로운 소재가 되어주죠.
픽스 업사이클링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제작하려고 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더해 많은 사람에게 새롭게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스트 프로젝트 대표 이영연 }
유쾌한 제품과 콘텐츠를 만드는 올해 6년 차 디자인 회사. 공간과 전시 기획을 한다. 다른 디자인 회사와 차이점이라면 소재나 콘텐츠 주제가 모두 ‘쓰레기’라는 것. 세척하고 말린 쓰레기를 직접 수작업으로 접어 파우치, 가방, 지갑 등으로 재탄생시킨다. 비정기 간행물 <쓰레기>도 발간한다.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오래되고 낡은 것을 좋아했어요. 새 것과 빈티지 제품 중에 고르라고 하면 언제나 빈티지 제품이었죠. 흩어져 있던 취향들이 사회로 나오면서 작업으로 변모했어요. 제 마지막 직장이 문구 디자인 회사였는데, 그곳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곳이었어요. 제 성향과 너무 잘 맞았고 결국 버려진 것들, 즉 쓰레기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쓰레기’라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드는데, 저한테는 설레는 단어예요. 비정기 간행물 <쓰레기>는 저의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취향으로서의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두 번째는 인간과 쓰레기 사이의 이야기를 할 거예요. 상반기 안에 발행할 예정이죠. 잡지 속에는 카테고리가 많아요. 낡고 오래된 것, 그게 무형이든 유형이든,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구슬 꿰듯 나열해보고 싶었어요.
벌써 6년 차가 됐어요. 그동안 변화한 것이 있어요?
초반에는 지금의 형태가 아니었어요. 진지하고 설명이 너무 많았죠. 손으로 만드는 데다 소재가 쓰레기이다 보니, 제품에 대한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착한 소비를 하세요’ 같은 부연설명을 했죠.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면서부터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국내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실제로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수치화해봤어요.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쓰레기 양이 환경을 살릴 만큼도 아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해본 거죠. 제품으로서 얼마나 매력 없는 콘텐츠인지 깨닫게 됐어요. 윤리적 소비를 폭력적으로 강요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톤을 완전히 바꾸었어요.
어떻게 달라졌나요?
기존 친환경, 에코 콘텐츠의 틀에서 벗어나서 이게 매력적이고 흥미롭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는 유쾌한 연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환경단체에서는 쓰레기가 취향이면 환경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소재로만 쓰는 거냐는 질문을 하시는데, 사실 저희는 그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많이 하고, 보여주는 결과물이 그런 유쾌한 무드일 뿐이라고 답하는데, 이걸 전혀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실 저희는 이런 쓰레기 문제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우리 매거진을 보고 관심을 갖고 웃고 좋아하는 모습만 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재를 구하러 쓰레기장에 가나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고 있어요. 단지 디자이너가 소재를 보러 동대문에 가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쓰레기가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집 근처 집화장에 가서 인터뷰를 했어요. 그곳에서 제품 룩북 촬영을 하기도 하고요. 다만 쓰레기를 주워오지는 않아요. 저희는 시그니처 제품을 소량만 만들거든요. 서울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에 비하면 엄청 적죠. 외부 기업이나 기관과 함께 콘텐츠나 컬래버레이션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이런 작업을 하면 쓰레기가 생성되는 단계부터 볼 수 있어요. 그러다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죠. 정부의 캠페인을 보면 대부분 ‘나 하나 때문에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알면 알수록 생산 자체를 규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개인에게만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일반인이 가기 어려운 집화장에서 소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점들을 느끼고, 환경에 대한 컨설팅이나 자문을 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제품은 어떤 제작 과정을 거치나요?
처음에 과자 비닐봉지로 파우치를 6개월 정도만 만들려고 했어요. 쓰레기를 세척해서 말리고 접는 작업을 거쳐서요. 저희 부모님이 지금은 한국에 계시지만, 원래는 필리핀에 이민을 가 계셨거든요. 필리핀에서 손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거죠. 지금 저희는 14명 정도의 필리핀 직원을 고용 중이에요. 거의 완성 단계까지 작업해서 가져오고, 마지막으로 스트랩, 고리, 태그 작업을 해요.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쓰레기 종류는 무엇이에요?
저는 빈티지 유리컵을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거의 천 개 정도 모았는데, 주변에 나누어주고 이사하면서 깨진 것도 있고, 사용하는 것도 있고, 다음 달에는 판매도 해보려고 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궁금해요.
<쓰레기>의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만들 거예요. 생활과 작업 밸런스를 맞추어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하이사이클 대표 김미경 }
2013년 환경문화프로젝트팀으로 시작한 하이사이클은 업사이클링 제품과 교육, 전시 캠페인 활동 등을 하면서 커피 산업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소재로 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다듬:이와 커피팟과 호텔 리넨으로 만들어진 마음:이 등을 선보였다. 일상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일상 속의 업사이클링을 만들어나간다.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시간의 흔적이 묻은 나름 의미 있는 것을 모으고 그걸 활용해 무언가 만드는 행위를 좋아했어요. 미술을 전공해 오브제로서 스토리가 있는 사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나 공공미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죠. 소재의 스토리에 집중한 업사이클링을 통해 현실적 대안을 찾는 방식을 고민합니다.
페트병, 유리병, 현수막, 버려진 옷 등 다양한 재활용 소재 중에서 커피 자루를 떠올린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커피를 좋아하는 저에게 산지의 이야기가 담긴 황마 자루는 무척 매력적인 소재였어요. 업사이클링 제품으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소재의 조건들에도 부합했어요. 소재 공급의 지속성과 소재의 특성에 부합하는 상품군, 가공하여 제작했을 때의 상품의 완성도 등에서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재로서 커피 자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커피 자루로 만든 화분의 경우 디자인 상품으로서 고려해야 할 심미성과 기능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자루는 식품을 운반하기 위해 천연소재인 황마로 만들어져 질기고 튼튼하면서 통풍이 잘돼요. 안감이 있어 흙은 잡아주면서 배수도 잘되기 때문에 식물 뿌리의 생착에 좋은 숨쉬는 화분이 되는 거죠. 식물을 담는 용기인 화분이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무겁고 깨지기 쉬운 도자기 소재로 되어 환경적으로나 활용도에서 불편함이 많거든요.
커피 쓰레기는 직접 수집하시나요?
정기적으로 로스팅 공장에 가서 상태가 좋은 자루로 선별해오고, 교육 재료로 쓰는 커피 슬러지, 플라스틱 빨대와 컵 등은 지역 카페 몇 곳에서 연락해주시면 수거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폐기 예정인 소재를 먼저 알려주시기도 해요
다듬:이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요?
수거해온 커피 자루는, 자루의 짜임이나 올 굵기에 따라 제작할 상품이 달라지기 때문에 분류하여 자루를 해체하고 세탁을 합니다. 그 뒤 제작할 상품에 맞는 소재 가공 작업을 거쳐 한 마 정도의 원단이 나오면 상품 도면에 따라 재단 후 봉제 작업을 거쳐 상품으로 만들어요. 다듬이 제품 생산의 70%는 2013년부터 지역의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고 있습니다. 7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다른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커피 자루로 만들어진 다듬이 브랜드 제품은 크게 패션, 인테리어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작년에 출시한 마음:이 브랜드는 호텔이 리뉴얼할 때 소각 예정이었던 고급 리넨류를 활용해 만든 제품입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세트로 입을 수 있는 나이트 가운과 목욕 가운 등이 있고, 쿠션베드 등의 상품이 있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당장의 매출액만으로 산정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걸 인정받을 때.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이 일에 함께 임해줄 때요.
일하는 데 동력은 어디에서 얻나요?
업사이클링이 재활용이지만 이전과 다른 용도의 쓰임을 발견하여 새롭게 만드는 것이기에,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걸 발견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건 재미있어요. 근데 이걸 사업으로 하기엔 많이 힘들죠. 그럼에도 이 일이 환경과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저희의 교육이나 워크숍을 듣고 일상에서의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분들이 늘어가는 것을 듣고 느낄 때 힘든 줄도 모르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이사이클을 운영하며 찾아온 변화가 있나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일과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요. 마음 같아선 푸드 마일리지를 따져 채식을 하고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살고 싶지만, 외부 활동이 많아 끼니 거르는 것도 다반사인 제 생활에서도 마음만으론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지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저 역시 어느 정도 절충안을 선택하여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고 있어요. 일과 일상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 삶을 돌아보고, 더 행동하게 되더군요.
새롭게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플라스틱을 버리기 전에 업사이클링하여 새로운 쓰임을 주는 프로젝트요. 플라스틱은 생활 곳곳에 너무 많이 퍼져 있고 또 편리해서 안 쓰기 어렵지만 재활용률도 매우 낮아요. 버려지는 플라스틱 양이 줄어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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