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달 4월을 맞이해 준비했다. 뷰티 브랜드들이 환경을 위해 지키고 있는 신념과 그들의 의미 있는 움직임에 대한 리포트.

 

쿨하기까지 한 친환경 포장법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포장재와 쇼핑백을 과감하게 없앤 브랜드들이 있다. 그런데 심지어 예쁘기까지! 선물받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친환경 포장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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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쉬의 샤워 스크럽 매직 크리스탈스. 300g 3만2천원. 2 러쉬의 핸드 앤 보디 로션 드림 크림. 240g 4만2천원. 3 러쉬의 낫랩 러블리 페어. 1만원.

러쉬는 모든 제품을 포장할 때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특히 유명한 건 ‘낫 랩(Knot-rap)’으로, 2005년부터 러쉬가 제품을 포장할 수 있는 포장재로 선보이고 있는 보자기다. 매 시즌 새로운 컬러와 다양한 패턴을 만드는데, 이 보자기는 단순히 제품을 포장하는 포장재로만 기능을 마치는 게 아니라 스카프 또는 반다나로, 그리고 테이블보와 가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낫랩으로 포장된 기프트 박스도 존재해 선물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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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솝의 젠틀 페이셜 클렌징 밀크. 200ml 6만원. 2 이솝의 퓨리파잉 페이셜 크림 클렌저. 100ml 4만5천원.

화장품을 구입하면 쇼핑백에 담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솝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종이 쇼핑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매장에서 제품 구매 시 코튼백에 담아 증정하는 것. 이 코튼백은 가벼운 소재 덕분에 활용도도 높다. 여행 갈 때 작은 물건을 담아 가기에도 좋고, 서랍 안에 물건들을 분리해 보관할 때도 쏠쏠하게 쓰인다. 이솝 특유의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 덕분에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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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이직의 코렉팅 페이셜 스크럽. 70ml 3만8천원. 2 베이직의 리제너레이팅 오일. 35ml 4만8천원.

베이직은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제품을 배송받을 사람들을 위해서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우면서도 그와 동시에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포장을 해서 발송한다. 크래프트 상자 안에 ‘뽁뽁이’ 비닐 대신 ‘지아미(Geami)’라는 친환경 종이를 사용해 제품을 파손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 베이직의 포장법. 지아미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인 데다 제품을 안전하게 배송해주는 완충재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우리 회사 이렇게까지 합니다 with 내부자들

친환경 철학을 가진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조용하게 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냐고? 각 뷰티 브랜드에 종사하고 있는 내부자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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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고 있는 닥터 브로너스의 미국 본사에서는 2014년부터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위해 전담 부서를 꾸려 진행해왔습니다. 그에 따라 닥터 브로너스 코리아에서도 본격적으로 친환경 활동을 시작하고 있죠. 주로 어떤 걸 하냐고요? 우선 2019년부터 격월로 사내 에코 캠페인을 진행 중이에요. 2, 4, 6, 8, 10, 12월 짝수 달에 매월 다른 주제로 친환경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죠. 2월엔 종이컵과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텀블러 사용 의무화를 진행해 전 직원이 텀블러 혹은 컵을 구비해 사용하고 있어요. 4월엔 ‘손수건 휴대하기’를 준비 중인데 종이타월과 티슈, 물티슈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간단하게 간식을 나눠 먹을 때 일회용 접시 대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전 직원에게 에코백과 100% 재생지로 만든 탁상용 캘린더를 주셨답니다. 직원들이 아주 알차게 이용하고 있어요.”
– 김도연(닥터 브로너스 코리아 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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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 베이직은 회사 구성원들의 평균 나이가 20대인 만큼 젊은 회사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친환경적이면서도 조금은 무리한 시도를 해보곤 해요. 얼마 전엔 사무실을 옮겼는데 새 사무실에 입주하자마자 사내 쓰레기통을 없애보았죠. 자신이 만드는 쓰레기의 양을 파악하고 최소화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처음엔 무리일 것 같았지만 쓰레기통 없는 일상이 일주일, 그리고 한 달 넘게 지속됐죠. 이렇게 지내는 동안 우리가 만드는 쓰레기의 양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지만, 사실 이러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었어요. 대신 작은 사이즈의 쓰레기통을 소량 구비해두었답니다. 이렇게 쓰레기통만 작아져도 쓰레기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저희 회사의 친환경 철학이 ‘작심삼일’인데, 비록 3일짜리라도 이렇게 친환경적인 시도를 2019년에 더욱 자주 해볼까 합니다.”
– 남궁린(베이직 마케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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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티카는 자연 친화적 철학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레스 플라스틱, 렛츠 프랙티스’ 라는 사내 캠페인에 따라 직원들 모두 플라스틱 일회용품이나 비닐백, 기타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합니다. 신규 입사자에게는 머그잔을 제공하고 사내 비품 역시 친환경 용품으로 구비해요. 또한 직원들을 위해 운영되는 복지 프로그램인 ‘A+ Kitchen(핸드메이드 F&B 제공 프로그램)’에서는 쌀과 타피오카로 만든 쌀 빨대를 제공해요. 심지어 이 빨대는 먹을 수도 있죠. 식재료 조리 후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메뉴들로 구성하며 갈아 만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음료를 유리병에 담아 직원들에게 제공해줍니다.”
– 윤동제(아로마티카 경영 지원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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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는 환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브랜드인 만큼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죠. 대부분의 직원들이 개인 컵과 텀블러를 사용하고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용으로 사용하는 머그잔이 사내에 배치돼 있습니다. 또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이도 재생지예요. 하지만 이 모두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니에요.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고 있지만 모두 기꺼이, 즐겁게 참여하는 편이지요. 저의 경우엔 빈 블랙팟을 연필꽂이로도 쓰며 사무실 책상을 정리할 때 알뜰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스태프와의 미팅이 있으면 비건 메뉴를 준비하고요. 음식 서빙도 일회용이 아닌 그릇에, 음료도 유리잔에 담아 마십니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자 합니다.”
– 윤예진(러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PR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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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는 임직원들 사이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이 아주 잘돼 있어요. 우선 사내 오설록 카페에서 텀블러를 지참하면 5백원을 할인해주고요. 사내 카페에서 사용하던 플라스틱 비닐과 포크가 종이 봉투, 나무젓가락으로 바뀌었고 빨대는 제공되지 않아요. 또한 조식이나 중식을 테이크아웃할 때 원래 플라스틱이었던 포장재가 종이로 변경됐고요. 일회용 종이컵을 제공하던 서비스는 사라졌고 개인 컵을 사용하거나 일부 층에 머그컵을 배치해두어 임직원들이 사용 후 직접 컵을 씻도록 하였습니다.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환경을 위한다고 생각하며 모두들 열심히 동참하고 있어요.”
– 고은비(아모레퍼시픽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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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E’의 출범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 운동이 이슈인 가운데, 뷰티 업계도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로레알과 콴티스가 만나 ‘SPICE’라는 지속 가능한 포장 이니셔티브를 공동 출범한 것. SPICE는 ‘The Sustainable Packaging Initiative for CosmEtics’의 약자로, 화장품 패키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단체이며 현재 로레알과 에스티 로더 컴퍼니, LVMH, 클라란스 그룹, 코티, 샤넬, 록시땅, 시세이도, 시슬리 등 많은 화장품 회사가 소속돼 있다. 이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다.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며, 리필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패키지를 만들고 과도한 포장은 멈추거나 대체해야 한다. 몇몇 브랜드는 이미 움직임을 시작했다. 랑콤은 최근 압솔뤼 크림을 유리 용기와 리필 호환이 가능한 패키지로 만들었고 디올 역시 라이프 스킨케어의 단상자를 재활용 종이로 만들고 크림과 세럼을 리필 가능한 케이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로 웨이스트 매장엔 어떤 화장품이 있을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란 환경을 위해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려는 사회적 운동으로, 국내에는 이러한 콘셉트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딱 두 개뿐이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샵 지구’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더 피커’. 이 두 곳에는 어떤 뷰티 아이템이 있을까? 호기심 많은 뷰티 에디터가 직접 매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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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연 비누 in 제로 웨이스트샵 지구
가게는 작고 아담했다. 많은 제품이 전시돼 있기보다는 사장님이 엄선한 제품만 판매하는 느낌. 뷰티 아이템은 생각보다 적었다. 플라스틱 패키지가 없는 친환경 비누 브랜드 ‘솝퓨리’의 샴푸바와 비건 비누 브랜드 ‘트망트망’의 각종 세안 비누를 판매한다. 이 비누들 모두 생분해가 용이하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주소 서울 동작구 성대로1길 16 문의 070-764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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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회용 유기농 화장솜 IN 더 피커
더 피커 역시 가게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이템은 꽤 다양했다. 특히 에디터의 눈에 띈 건 일회용 화장솜을 대체하는 100% 유기농 면의 재사용 화장솜. 사장님이 해외에서 수입해오는데, 매장에 있는 모든 수량이 소진됐을 만큼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세탁만 잘하면 1년까지도 쓸 수 있다고. 가격은 20매에 2만2천원이다. 그 외에도 올인원 샴푸바와 비건 비누를 판매하고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3 문의 070-41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