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마니또로 선물을 주고받기로 했다. 한 친구는 책을 준비했는데, 제목이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책을 꺼내자마자 모임의 친구들이 동시에 ‘아…!’라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들은 모두 장녀였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만 보고도 폭풍공감했던 맏딸들. 정말 첫째 딸이라서 느낄 수 있는 있는 유대감이 있는 걸까?
책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다. 책의 저자는 전 세계 공통으로 첫째 딸의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맏딸들은 자신들의 형제자매보다 다른 맏딸들과 더 많이 닮았다면서. 정말로 태어난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미칠까? 첫째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대체 어떤 것들일까?
온갖 일들에 책임감을 느낀다
‘책임감에 대한 학위가 있다면 맏딸들은 분명 아주 어린 나이부터 취득 가능할 것이다’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맏딸은 어린아이일 때부터 ‘엄마가 현관 문을 열 동안 동생을 잠깐 보고 있을래?’, ‘네가 언니니까 양보하는 게 어떨까?’ 등의 말을 듣고 자란다. 이외에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책임감을 부여하는 상황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 결과 맏이는 온갖 잡다한 일들의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된다. 책임감은 인간관계나 직장에서 성과를 이루어내게 만들지만 때로 맏딸들은 그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스스로에게 부과된 책임감을 견디다 소진될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책임감을 떠나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당신이 없어도 사람들을 잘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믿어라’고 저자는 해답을 제시한다.
남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에 익숙하다
어릴 때 맏딸은 부모와 동생 사이의 다리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동생을 돌보는 동안 부모님이 흐뭇하게 웃는 모습은 맏딸 스스로에게도 뿌듯했던 순간일 것이다.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커서도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모든 일이 잘 되어가는지 상황을 확인한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 외로운 영혼이나 친구들을 절대 외면할 수 없다. 저자들은 맏딸에게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당신이 하소연을 늘어놓고 머리를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려서는 더 어린 동생을, 어른이 된 후에는 부모님을 살뜰하게 살피는 맏딸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보살핌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누구보다 성실하다
맏딸들은 대체로 성실하다. 깊이 생각하고 성실하게 과제를 하며 늘 열심히 준비한다. 또한 하나의 과업이 주어지면 일단 모든 것을 다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맏딸들이 완벽주의자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때로 단점이 된다. 일에는 마감 기한이 있고 어느 시점에는 손을 털고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항상 신중한 접근을 해왔으므로 어느 정도의 업무 퀄리티는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누군가 비판의 말을 했다 하더라도 세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두자. 때로는 최선을 다해도 실수하고 만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 다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공통점들을 짚어줌으로써 저자는 맏딸 독자들이 자신에 대해 더 잘 인식하고, 해방감을 느끼길 바란다. 살아온 방식을 인식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행동도 서서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맏딸들이라면 앞으로는 가족 행사를 기획하고 예약하는 일이 온전히 내 몫이 아님을 깨닫고 한발 뒤로 물러서서 내가 없이도 다른 사람들끼리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신뢰받는 친구, 능숙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배려하는 동료와 딸인 당신이 ‘첫째 딸로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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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현경
- 참고
- 책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 비스 엔트호번 저/이상원 역 | 갈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