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남이 꿈꾸는 세상
어릴 때는 남미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가수로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꿈은 여전하다.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을 하며 자랐죠. 어떤 일을 했어요?
남미에 가장 많이 머물렀어요. 파나마에서는 마을에서 필요한 것들을 수급해주고 과테말라에서는 노숙자들의 식사를 책임졌죠. 대학생이 되어서는 케냐 아이들의 리더십 교육을 도왔어요. 볼리비아에서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필요한 소액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했고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갚아가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타인을 위한 일이었지만, 제 입장에서 배우고 느끼는 일이 많아서 얻는 게 훨씬 더 많은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을 다른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고요.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어요?
부모님의 가르침이 크죠. 항상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거든요. 아직까지 부모님께서 직장 생활을 하시는데, 아버지는 토요일 아침마다 노숙자를 위해 요리를 하세요. 그런 걸 보면서 저도 자극을 많이 받아요.
가수가 되기 전,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를테면 어떤 것들인가요?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NGO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러다 다른 식으로 조금 더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네요.(웃음)
가수가 된 것도, 활동을 잘해내고 싶은 것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의 연장선인가요?
그렇죠.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수가 되면 훨씬 더 많은 임팩트를 줄 수 있겠더라고요. <얼루어>의 그린 캠페인에 참여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자체가 참 의미 있고 감사한 일 같아요.
지난해 말에는 KBS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에 참여했어요. 어떤 프로그램이었나요?
배우 문근영, 김혜성과 함께 자연 다큐멘터리의 감독이 되어서 멸종 위기의 동물을 주제로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는데 당시에 다른 촬영이랑 겹쳐서 너무 아쉬웠어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아르헨티나로 떠났죠. 펭귄과 지구온난화에 대해 좀 더 알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촬영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재작년에 빙하가 녹아서 새끼 펭귄 4만 마리가 한꺼번에 죽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현실을 직접 마주하니까 인간이 자연에 굉장한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의 온도가 계속 달라지니까 가야 하는 거리나 방향이 바뀌면서 길을 잃는 펭귄들도 보았고요.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지도 않고 잊은 채 살아가지만 결국 모든 것은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악순환이죠. 요즘 한국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촬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다큐멘터리 촬영은 정말 힘들더라고요.(웃음) 기다림의 연속이었어요. 시간에 맞춰 먹이 활동을 하러 나가기도 하고 늘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 동물들을 기다려줘야 해요. 배설하는 장면을 30분 이상 찍기도 했고요. 재미있게 찍어서 지금의 자연을 대중들에게 잘 보여주고 알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정말 좋았죠.
촬영 후에 실제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제 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살면서 최대한 낭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어요. 텀블러를 사용하고 필요 없는 비닐 봉투는 사용하지 않죠.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물티슈, 냅킨, 포크, 스티커, 플라스틱 용기, 종이 가방까지, 함께 주는 게 너무 많은데 모두 받지 않으려고 하고요. 사소한 습관이라도 잘 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작은 관심과 행동이 지구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나요?
사소한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늘 환경 문제에 대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의 연장선상으로 기업도 무엇을 판매할 때 과대 포장을 멈춰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외국에는 패키지 없는 슈퍼마켓도 생겼어요. 담아갈 용기를 가져가고 꼭 필요한 것만 쓰는 거죠. 그런데 한국 슈퍼마켓에 가보면 양파를 까서 포장까지 한 게 있잖아요. 이걸 사면 집에 가서 요리를 할 때 정말 편하겠지만, 포장되어 있지 않은 걸 구입해도 사실 양파 까는 데 1분도 걸리지 않거든요.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쓰레기를 줄여가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나 하나 낭비를 줄인다고 지구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다 같이 쓰지 않으면 10개, 100개, 1000개로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소한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은 분리 배출만큼은 세계 최고로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미국은 주마다 달라요. 아직 미국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이 많죠. 트럼프 대통령도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일이니까 아직 갈 길이 멀죠. 한국 역시 잘하는 것은 잘하는 대로, 부족한 점은 보충해서 각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환경 난민을 알리고 싶어요. 지금은 난민이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환경적인 부분이 대두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할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는 거죠. 물이 점점 없어지는데 어떻게 할 것이며, 너무 더워서 땅에 어떤 걸 심어도 아무것도 나지 않는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미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아랍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사람도 너무 많고요.
다양한 환경 보호 관련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죠? 그린피스 정기저금에 동참하고 기후영상제 홍보를 하기도 했고요.
사실 더 많이 해야죠. 조용히 여기저기 기부도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과 공유했으면 하는 환경 관련 이슈들은 SNS에 올려요. 혼자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에릭남의 선한 영향력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저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제대로 된 교육이 있어야 지구의 모든 것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부모님께, 그리고 학교에서 선한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요. 얼마 전 리서치를 보니,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여성이 속한 가정이, 그 나라가 훨씬 더 잘 산다는 결과를 봤어요. 한국이나 선진국의 여성들은 똑같은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잖아요. 아직 저의 먼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교육에 관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롤모델이 있나요?
앨 고어 전 미국 부대통령이요. 지구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활동을 많이 하셨어요.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션 선배님도 정말 멋지세요.
누군가는 에릭남을 롤모델로 꼽을지도 몰라요. ‘1가구 1에릭남’이라는 별명도 있잖아요.
제가 특별한 장점을 가진 건 아니에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이 별명에 맞게 더 멋지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현재는 해외 공연 투어로 바쁘죠? 오늘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촬영을 하러 이곳에 왔잖아요.
네. 오늘 아침까지는 분명 호주에 있었는데…(웃음)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에서 공연을 했죠. 내일은 곡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토요일에는 다시 일본에 가고 다음 주에는 싱가포르에 있어요. 4월 말, 5월 초쯤 싱글 앨범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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