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욕망의 초상
여성의 욕망은 줄곧 그림자의 영역이었다. 야망을 숨김없이 내비친 여성은 ‘독한 여자’가 되었기에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을 희생시켜 ‘현모양처’ 역할을 떠맡았다. 이제 억눌렸던 욕망들은 다양한 여성 서사를 통해 가감 없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독한 여자와 현명한 어머니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여성이 비로소 온전하게 그려지고 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절대 권력을 가진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는 두 여성의 모습은 전장을 방불케 한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를 달성해 화제를 모았으며 연출을 맡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차가운 유머가 인상적이다.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의 연기 앙상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와이프>는 자신의 욕망과 꿈을 감추어야 했던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조안 캐슬먼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고 결국 남편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여성은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지 못하던 시대, 빛나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킹메이커’가 되어야만 했던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이번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글렌 클로즈의 수상 소감이다.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을 욕망하는 여성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빛난다. 그것이 스크린 속에서든 현실 안에서든 말이다.
유관순 열사를 기리며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누구도 잘 알지 못했던 유관순 열사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고아성 주연의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3·1 만세운동 이후 유관순 열사의 옥중 투쟁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1919 유관순>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정확한 고증을 목표로 두었다. 유관순을 비롯해 어윤희, 권애라, 심명철 등 남북을 아울러 일제에 저항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낯설지만 잊어서는 안 될 이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봄을 여는 영화제
올해로 제19회를 맞는 인디 다큐 페스티벌은 ‘실험, 진보, 대화’라는 슬로건 아래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다. 국내 독립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짚고 흐름을 주도하며 신진 감독과 작품 발굴을 위해 힘쓰는 축제의 장이다. 제작한 지 1년 이내의 신작들로 구성된 ‘국내신작전’ 부문에서는 총 31편의 상영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3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NEW MOVIE
<내가 사는 세상>
청춘의 민낯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 작품은 꿈과 사랑이 저당잡힌 현실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지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다. 담담하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출연 곽민규, 김시은 개봉 3월 개봉 예정
<돈>
누구나 부자를 꿈꾸지만 모두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은 위험한 제안을 수락하면서 순식간에 큰돈을 벌게 된다. 그러나 거래가 거듭될수록 위험은 더해지고 그를 쫓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출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개봉 3월 개봉 예정
<커런트 워>
1093개의 특허를 가진 천재 발명가 에디슨의 새로운 모습을 재해석했다. 천부적인 쇼맨십을 지닌 사업가이자 치열한 경쟁심을 가진 승부사였던 에디슨을 만나볼 수 있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섀넌 개봉 3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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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지원(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