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옛날 맛
디저트에도 트렌드가 있다지만, 유행이 아니어도 찾게 되는 맛이 있다. 떡과 팥 등 클래식한 재료를 활용한 디저트 맛집 4곳.
따뜻한 마음으로, 우디집
성수동1가 어느 금속 공장 옆 2층 건물. 누군가의 집으로, 회사 사무실로 쓰였던 이곳은 작년 7월부터 카페로 변신해 손님을 맞고 있다. 나무와 나무로부터 연상되는 것들을 압축해놓았다는 의미에서 ‘우디집(Woody Zip)’이라 이름 지었다. 왜 나무일까? 주인장은 말한다. “금속의 차가운 느낌과 반대되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따뜻함을 주기에 나무만 한 소재가 없다고 판단했죠.” 덕분에 우디집은 ‘우리 집’ 같은 아늑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꼭 맛봐야 할 대표 메뉴는 팥 전문점 옥루몽의 품질 좋은 팥과 고메 버터를 넣어 만든 앙버터 모나카. 앙버터 맛집이 즐비한 성수동에서 맹렬한 존재감을 떨치는 중이다. 커버추어 초콜릿을 잘게 슬라이스해 나뭇가지 느낌을 낸 브랜치 모카, 플랫 화이트에 초록색 피스타치오 크림을 올린 우디 카페인 등 나무에서 영감받아 만든 ‘그리너리’한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둘레9길 17 2층 문의 010-3917-0456
떡과 베이킹의 차진 조합, 시루케이크
언뜻 봐서는 서양식 디저트 카페 같다. 쇼케이스 안에 알록달록 과일을 얹은 케이크, 글레이즈 마들렌, 파베 초콜릿 등이 진열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맛을 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이 훌륭한 비주얼의 디저트가 실은 떡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시루케이크는 떡과 빵을 좋아하는 대표가 떡을 더 맛있게 먹고 싶어 차린 가게다. “베이킹 재료와 떡이 의외로 잘 어울리거든요. 특히 백설기는 빵으로 치면 카스텔라 같아요. 텍스처도 맛도 튀지 않아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죠.” 전통 디저트인 떡을 요즘 감성으로 즐길 수 있다는 매력으로 5평 남짓한 가게는 손님들로 복작인다. 미리 예약하면 홀케이크도 주문할 수 있다. 대표가 직접 개발한 이곳의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정규반과 원데이로 구성된 클래스를 경험해봐도 좋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길 4 문의 www.blog.naver.com/mintmari
정성껏 빚은, 모찌방
정갈한 미가 유유히 흐르는 이 공간은 셰프와 파티시에 출신 부부가 오랜 시간 계획해 꾸린 찻집이자 일본식 떡집이다. 다양한 종류의 모찌와 양갱, 흰 앙금과 쌀가루를 넣고 쪄 만든 화과자 등 부부의 섬세한 미각으로 빚어낸 수제 디저트를 유기농 차와 함께 정갈하게 낸다. 추천 메뉴는 일본식 떡인 오하기와 양갱. 겉을 앙금으로 두르고, 찹쌀밥을 치대 속을 만든 오하기는 한입 베어 물면 밥알이 씹혀 기존 찹쌀떡과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의 양갱은 단맛을 최대한 덜어냈다. 달기만 한 양갱을 꺼려 했던 이들이라면 그 담백한 맛에 마음이 열릴 거다. 아쉽게도 테이블은 2인석 테이블 3개뿐이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가장 적절한 테이블 수라고 생각했다고. 손님들이 오롯이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길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75길 41 문의 070-4007-6851
추억이 아닌 맛으로 다시 찾는, 태극당
장충동의 태극당은 서울 ‘빵지순례’ 필수 코스다. 올해 창립 73주년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은 그저 오래됐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맛’으로 발걸음할 만한 맛집이다. 스테디셀러인 사라다빵, 생크림빵, 단팥빵 등은 이른 아침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시그니처인 월병은 명절에 가장 많이 팔린다. 흰 강낭콩 앙금에 잣, 호두 등 견과류를 듬뿍 넣어 입안 가득 씹는 맛이 좋다. 1947년 처음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는 우유맛 모나카 아이스크림은 한겨울에도 손에 꼭 쥐고 먹고 싶을 만큼 그 고소한 단맛이 중독적이다. 2015년 12월, 가게를 리뉴얼하면서는 한쪽에 카페 공간도 마련했다. 태극당 빵에 어울리는 커피를 제공하고자 커스터마이징한 원두를 사용한다. 이왕이면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태극당의 커피와 빵을 함께 맛보길.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24길 7 문의 02-2279-3152
최신기사
- 에디터
- 최안나
- 포토그래퍼
- OH EUN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