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TERDAY YES A DAY
그러니까 전종서는, 비밀스럽다기보다 담담한 쪽이다. 우리가 그녀를 볼 때, 그녀 역시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알려진 게 많지 않더군요.인스타그램을 염탐하려고 했는데, 계정이 비공개였어요.
인스타그램 별거 없어요. 좋아하는 이미지나 책 읽은 걸 올리거든요. 도형을 많이 올리고 제 사진은 진짜 가끔 올려요.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 하는 쪽인가요?
비밀이 많진 않은데(웃음). 원래 비공개였는데 갑자기 데뷔하게 되어서요. 아직 못 버리고 있나 봐요.
작업하고 싶은 사진가가 있다고 해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 이미지 작업에 관심이 많은가요?
사진에 관심이 많아요. 사진 느낌이 좋아서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었거든요. 신기한 것 같아요. 관점에 따라서 같은 걸 다르 게 찍는 거니까.
오늘은 ‘다르게’ 찍었나요? 사랑스럽다는 칭찬에 너무 쑥스러워하던데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도 제 안에 있어요. 애교도 많고요. 그런데 아주 친한 사람들한테만 보여줘요. 사실은 어색해서 그러는 건데요.
스태프에게 미리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넬 때도 ‘오다 주웠다’ 느낌이던데요?
하하하. 맞아요.
설명 안 해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 같아요. 꼭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요.
<버닝>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가요.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인가요?
전혀 아니에요. 아직 <버닝>에서 헤어나오진 못했어요.여전히 제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덕분에 다음 작품도 하게 되었고요.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있어도 당신이 춤추는 장면만큼은 모두가 아름다웠다고 입을 모으죠.
꼭 1년 전인 것 같은데 저도 그 장면을 좋아해요. 제 장면이라 객관화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찍을 때에도 재미있었어요. 그 장면 촬영할 때, 울기도 했고, 제 감정을 배설도 했고. 하지만 영화에선 그 부분 말고도 좋아하는 장면들이 많아요. 그중 하나예요.
춤출 때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나요?
그게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형화된 장면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틀이 없었어요. 미리 짜놓은 춤이 있었지만 막상 촬영 들어갈 때엔 감독님이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원작이 하루키의 소설이죠. 항상 여주인공은 평범한 듯 특별하고 아주 단순하면서 복잡한 환상 같은 인물이에요.
제 모습도 좀 그런 것 같아요. 차갑다가도 뜨거울 땐 정말 뜨겁고, 현실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나 행동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중도를 못 찾을 때도 많아요 . 그래서 거리낌없이 그 여자애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1년 사이 사람들이 보는 당신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그게 저라는 생각은 사실 잘 안 해요. 그냥 보여지는 거니까. 채워나가야죠. 제가 밟지 않은 걸 꼼꼼하게 채워나가려고 해요.
첫 작품으로 칸에 간 배우가 많지는 않죠.
칸도 너무 엉겁결에 가게 된 거라서.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생각될 것 같고요. 지금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많은 것들이. 뭘 겪었는지, 겪고 있는지 제 자신도 두서가 없어요. 칸은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버닝>이라는 팀으로 다시 한번 뭉쳐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그게 의미 있고 좋았어요.
<버닝> 출연료로는 뭘 했어요?
집에 가져다줬어요. 돈에 대해 잘 몰라요. 용돈을 받아 쓰는 게 편한 것 같아요. 많은 돈도 필요 없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중학생 때 캐나다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어요. 글쎄요. 다 그렇지 않나요? 전 학교가 싫었고, 멀었고, 재미없었고. 전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집에서는 계속해서 공부를 주입시켰는데, 결국 지금은 너의 인생이니까, 라고 말씀하세요.
사람들에게 전종서라는 사람을 더 알리고 싶나요?
그런 욕심은 없어요. 그렇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영화가 줄 수 있는 메시지, 제 캐릭터가 실제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같은 것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저라는 사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같이 앉아서 차 한잔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매스컴에 비춰지는 것보다 연기라는 본분에 충실하고 싶어요.
현재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있어요?
학교는 1학년도 제대로 안 다녔어요. 졸업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각자 생각이 다른 거니까요.
지금까지 어떤 책, 어떤 영화에 빠져들었어요?
센 거 있잖아요. 징그러운 것? 사람 심리와 감정을 징그럽게 다루는 영화요. 피 튀기는 게 아니더라도 징글징글한 영화 있잖아요. <매치 포인트>를 좋아했어요. <만비키 가족>, <걸어도 걸어도>를 재미있게 봤고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관심을 갖는 편인가요?
사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느끼는 건 절대 한 사람을 알더라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거예요 . 그런 게 어려워요. 지켜줘야 될 부분? 욕심 내지 말아야 하는 것? 선? 균형? 관계가 시소 같단 생각을 했어요. 모든 관계가 50대 50이 안 되더라고요.
새 작품 <콜>의 촬영을 앞두고 있어요. 전종서를 향한 충무로의 기대가 있죠. 어떤 작품인가요?
<콜>은 과거에 사는 여인과 현재에 사는 여인이 전화기 하나로 연결돼서 과거에서 미래를 바꾸는 내용이에요. 약간의 반전도 있어요. 좋은 건 여성이 주연인 스릴러라는 것. 박신혜 배우님, 이엘 배우님, 김성령 배우님 이렇게 캐스팅되었어요.
왜 그 작품을 선택했어요?
제 역할은 많이 불안한 여자앤데 일정 부분부터 스위치가 켜지면 기관차처럼 폭주해요. 그런 게 섹시했어요. 저의 어떤 부분도 해소될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제 리딩과 고사를 하고 새해부터 바로 촬영을 시작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신이 한 가지 능력을 준다면 뭘 달라고 할 건가요?
다양한 영화, 배역을 줬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가진 면 중에 맘에 드는 면은 어떤 건가요?
어려운데…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게 하는 것. 또 솔직함. 아주 솔직한데 그 솔직함이 절 갉아먹기도 해요. 그런데 그게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양날의 칼인데 그런 부분을 잃고 싶진 않아요.
바꾸고 싶은데 쉽지 않은 면도 있나요?
중도가 없어요. 예를 들어서, 삼겹살에 꽂히면 저는 매일 먹어요. 스시에 꽂히면 스시 매일 먹고, 그런 식으로 누군가가 좋으면 그 친구만 매일 만나요. 그런 식인 것 같아요. 고치고 싶어요.
마음에 없는 말 못하는 편인가요?
못하죠. 하하. 못해요. 무슨 고집인 줄 모르겠는데, 입에 발린 소리를 해서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한들 상대방에게 그게 정말 꽂힐까? 뒤돌아서면 끝나는 건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한 번 대하는 것이라도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요.
<콜> 이후에는 어떤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부녀 관계, 부성애를 다룬 것도 해보고 싶고,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도 해보고 싶고. 하지만 운명도 있을 것 같아요. 하고 싶다고 애써도 저한테 오지 않는 게 있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도 있겠죠. 그냥 흐름대로 가고 싶어요. 제 흐름이 뭔지는 가봐야 알겠지만.(웃음)
흐름대로 가다 보면 뭐가 있을 것 같아요?
죽음이 있지 않을까요? 끝은 죽음이니까. 허무주의는 아닌데 뭐 미련 없이 지내려고 해요. 뭘 하든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현재에 충실하고 있어요. 생일, 새해, 이런 날들에 대해서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집에서 영화나 보려고요.
- 포토그래퍼
- Kim Hee Jun
- 에디터
- 허윤선
- 스타일리스트
- 이정아
- 헤어
- 유미(제니하우스 청담힐)
- 메이크업
- 무진(제니하우스 청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