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풍경

<1년의 아침>의 저자는 “아침은 일종의 가능성의 시간이다. 밤이면 그날 하지 못한 일의 무게가 마음을 짓누르지만 아침에는 그 이불을 박차며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새로 깨어나는 시간,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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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 포토그래퍼

아침 독서 아침잠에서 쉽게 깨는 방법 중 하나는 후각을 깨우는 것이다. 커피잔을 데우고, 그라인더로 홀빈을 간다. 천천히 떨어지는 커피 방울만큼 향도 은은하게 퍼진다. 어느 정도 잠에서 깨면 읽던 책을 펼친다. 아침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문장이 있다. 일과 삶에서 얻고 싶은 부분일 수도 있고, 잊고 있던 것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동시에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기록한다. 가뿐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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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 젠틀몬스터 비주얼 에디터

원고 쓰기 언젠가부터 일주일에 두어 번은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난다. 그날은 카페에 들러 책을 읽고 원고를 쓴다. 처음에는 마감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지만 몇 번 하고 나니 아침이 있는 하루는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았다. 아침에 책에서 읽은 문장이 그날 하루를 돕기도 하고, 원고를 무사히 완성하고 카페를 나올 때는 하루 종일 의기양양한 기분이 든다. 다만 잠을 더 자고 싶은 게으른 날도 있어 매일 하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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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현 | 오이뮤 대표

반려묘와 함께 하는 출근길 오이묘가 이불 빨래를 하듯 작은 손으로 꾹꾹이를 하며 골골송을 부른다. 아침잠에서 깨어났다는 뜻이다. 함께 출근하기 위해 이동장 지퍼를 열면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 자연스레 자리를 잡는다. 차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할 때는 이동장의 창문을 꼭 열어주어야 한다. 오이묘가 상체를 내밀고 창문 밖 세상을 구경해야 하니까. ‘저기 굴러다니는 빨간 잎은 단풍잎이야, 저기 저 동그란 건 해야. 이제 겨울이 왔어.’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들을 직접 설명해주는 아침은 우리에게 참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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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 카레 대표

나만의 홈 카페 바쁜 아침, 드리퍼와 서버, 커피잔을 데우기 위해 물을 끓인다. 그 후 다시 식수를 끓이며 핸드 밀로 원두를 갈고, 천천히 커피를 추출한다. 아침에 굳이 번거롭게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이유는, 일련의 과정들이 바쁜 일상 속 나를 위한 어떤 의식이기 때문이다. 쉬는 날엔 전날 구워둔 과자나 케이크를 곁들이기도 한다. 구입한 원두의 특징을 고려해 어울리는 잔을 고르고 커피를 내린 뒤, 초록색으로 칠한 벽에 커피잔을 들어 올려 사진을 찍는다. 원두의 생산지와 농장, 품종 등을 기록해 인스타그램(@__uncafe)에 업로드한 지는 벌써 5년이 되었다. 아침 커피를 즐긴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예민해진 미각과 내 생활 패턴이다. 맞다. 커피를 즐긴 후의 나는 참 부지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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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 학생

시리얼 한 그릇 눈을 뜨자마자 유튜브의 즐겨 듣는 음악 채널을 튼다. 그걸 들으며 ‘오늘의 시리얼’을 먹는다. 시리얼은 다양한 영양소를 챙길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질리지 않아 좋다. 예쁜 패키지 디자인의 시리얼을 구매할 때마다 기분까지 좋아지니 진정한 ‘소확행’인 셈. 오트밀은 다양한 종류만큼 활용법이 다양하다. 그냥 말아먹어도 되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데워도 좋다. 오버나이트 오트밀처럼 자기 전에 미리 오트밀과 우유, 두유 등을 섞어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키는 방법도 있다. 다음 날 아침, 좋아하는 제철 과일이나 견과류, 씨앗을 토핑으로 얹으면 된다. 나는 대봉감과 시나몬파우더, 딸기와 블루베리의 조합을 좋아한다. 내일 아침은 또 어떤 시리얼을 먹게 될까? 매일 밤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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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 푸드 스타일리스트

일요일의 브런치 주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여유 있는 아침이 찾아온다. 그래서 일요일만큼은 마실 것, 먹을 것, 음악, 좋아하는 책까지 완벽히 세팅한 후 브런치를 즐긴다. 나만의 일요일 브런치 레시피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인스타그램(@__Sunday_morning__)도 시작했다. 그중 누텔라 브레드 푸딩은 초보자도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브런치 메뉴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① 버터를 전자레인지에서 5초 정도 녹여준다. 볼에 우유, 달걀, 설탕과 녹인 버터를 넣고 잘 섞어준다. ② 데니시를 반으로 가른다. ③ 누텔라를 듬뿍 바른다. ④ 뚜껑을 덮고 4등분한다. ⑤ 깊이가 있는 그릇에 담고 달걀 물을 빵이 반쯤 잠길 때까지 골고루 부어준다. ⑥ 전자레인지에서 8분 정도 돌린다. 시나몬 파우더와 슈가 파우더를 뿌리고 초콜릿, 견과류를 올려 마무리한다. 처음 브런치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해보길. 생각보다 더 멋진 일요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심지어 일요일은 매주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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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 작가

좋은 문장 가장 자연스럽고 따뜻한 조명이 창을 통해 들어오면 좋은 문장 읽기, 한 줄 일기 쓰기, 명상과 운동, 이 모든 것을 녹여낸 필사를 한다. 아름다운 문장은 한 줄, 한 페이지가 되고 나의 하루가 된다. 나는 주로 해외 서점에서 사 온 책을 따라 적는다. 한글과 달리 영어는 낯섦 때문인지 ‘적는다’는 행위에 좀 더 몰두할 수 있고, 그날그날 색다른 필체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필사를 처음 시작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이 담긴 책을 골라보길. 볼펜보다는 연필로 적는 것을 추천한다. 뾰족하거나 뭉툭한, 매일 길이가 달라지는 연필로 그날의 느낌을 담아볼 것. 연필은 마치 오늘과 같다. 같은 날이란 없고, 그래서 오늘은 가장 특별한 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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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 매거진 <아침> 에디터

시큼한 레몬 티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뜨겁게. 계절의 온도에 맞는 물에 식초 한 큰술을 넣고 레몬 슬라이스를 띄운다. 처음에는 시큼새큼한 식초 맛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 맛 때문에 마신다. 침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뭉툭한 감각을 깨워준다. 눈 뜨고 아침을 먹기까지 두어 시간의 공복을 달래기도 좋다. 오늘도 어두운 부엌을 조용히 밝히는 조명과 함께 레몬 티를 만든다. 예상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한 매일. 문밖을 나서면 항상 긴장이지만 같은 컵, 같은 계량으로 차를 우리는 이 시간만큼은 내 안에서 온전하다. 차를 내리는 시간 덕에 차분히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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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 포토그래퍼

센트럴 파크의 아침 이른 시간, 고요한 센트럴 파크를 달린다. 숨을 헐떡이며 눈앞에 마주한 도시가 너무나 아름답다. 그 뒤로 뉴욕의 아침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며 프레임 안의 아침 빛을 머금은 거대한 도시가 오직 나만의 것이 된 상상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담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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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 페인터

한 장의 행복 혼자 머무는 밤엔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그래서 쉽게 우울하다. 그에 반해 아침은 확실히 밝고 산뜻하다. 행복을 그리는 일에 제격인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 그 주에 가장 행복했던 일들을 오브제 형식으로 모아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준비가 번거로운 물감보다는 마카와 색연필을 애용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게 생각보다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한 일들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 기분을 계속 간직한 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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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 1304 플라워 스튜디오 플로리스트

꽃, 그리고 볕 거의 매일 방문하는 꽃시장이지만, 그날의 기분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꽃이 달라진다. 마음에 드는 꽃을 한아름 안고 스튜디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전에 스튜디오에 쏟아지는 아름다운 볕을 즐기기 위해서다. 아침 볕 아래에서는 어떤 꽃을 만져도 기분이 좋지만, 1월이 되면 꽃 시장에서 목련을 만날 수 있다. 목련은 내가 좋아하는 꽃 중 하나다. 꽃봉오리가 활짝 피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그걸 서서히 관찰하는 아침 시간은 하루 중 절대 놓칠 수 없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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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초록 | 피팔레트 대표

솔직한 일기 창문을 활짝 연다. 오늘 하루 일어날 일들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미 일어난 일도 좋다. 그저 솔직하면 된다. 아침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다. 전날의 묵은 감정은 사라지고 새로운 감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일기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 순간의 생각을 적어두면 그만이다. 일기를 읽으며 이미 떠나보낸 과거를 추억하기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제는 무엇을 했는지, 그동안의 아침 일기들을 모아보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에디터
    황보선
    포토그래퍼
    A YEAR OF MORNINGS(BOOKS ON WEDN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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