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출근하기 싫은 이유
약 30%의 여성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커리어와 내면의 안정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32살의 브리타니 킹은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6개월에서 12개월마다 이직을 반복했다.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나쁜 일자리만 계속해서 얻는 기분이었어요. 몇 시간 동안 가만히 하릴없이 앉아 있는 게 다였죠. 하는 일도 성과가 좋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몇 번이나 회의에 끌려갔어요. 정말 싫었죠.” 이런 쳇바퀴 같은 생활이 5년간 이어지고 나서야 브리타니는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그리고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더군요. 줄곧 몸과 마음에 수갑이 채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우울증인 줄은 몰랐지만 이 우울이 절 짙은 안개 속에 가둔 거였어요.” 지금 브리타니는 달라졌다.
어느 때보다 거리낌없이 정신 질환에 대한 얘기를 꺼내게 되는 시대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정신 질환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논하지 않는다. 미국판 <글래머>지는 건강과 웰니스 전문 웹사이트 트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과 설문조사 업체 서베이 몽키(Survey Monkey)와 손잡고 13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정신적 문제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28%의 여성이 정신적 문제가 업무 역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인 불안증 및 우울증 협회의 베스 살세도 회장은 “이런 현상은 모든 사회 경제 부문과 직종에 상관없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응답자의 58%는 일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으며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도 답했다. 53%가 타인에게 정신적 문제 꺼내기를 불편해하고, 14%만이 직장동료에게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60%가 넘는 여성이 동료가 정신 건강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일부 여성에게는 일이 원인이다. 살세도 박사는 말한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죠. 더 열심히 일하고요. 일상의 스트레스를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돼요.” 달리 말하자면 업무가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매일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터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느낄 때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살필 수 있을까? 직장 동료가 힘들어 한다면, 그래서 내 업무에까지 영향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에게 물었다.
왜 일은 우리의 정신 건강을 망치는 걸까?
미국 정신건강협회 정책 및 프로그램 부서의 테레사 느규엔 부회장은 과도한 업무량을 원인으로 꼽는다. “오늘날 직원 한 명이 맡은 업무량은 15년 전 3명이 했던 양이에요. 사람들은 혼자 맡아야 할 업무량이 많다고 느끼고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죠.” 또 다른 전문가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또한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뉴욕시의 정신과 의사인 줄리 올랜드는 환자들과 상담 할 때 직장 스트레스를 가장 먼저 호소한다고 말한다. “얘기를 듣다 보면 결국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예요. 서로 감정 이 상하는 방식으로 일하거나 까다로운 성격의 사람들과 어울 려야 하는 문제죠.” 미국 예일대 감성지능 센터의 부연구소장 이자 <가스등 효과 (The Gaslight Effect)>의 저자 로빈 스턴은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 직장에 단 한 명만 있어도 엄청난 스트레 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일례로 의사에게 업무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간호사가 있다면, 곧 회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종일 신경이 쓰여 판단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업무 강도가 높다고 무조건 나쁜 직장이라는 소리는 아니 다. 프리드먼 뇌 연구소장이자 우울증 연구를 위한 희망 재단의 회원인 에릭 네슬러 박사는 적절한 스트레스는 이롭다고 말한다 . 적절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사람은 더 예리해지고 집중력도 좋아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느 지점에서 건강한 수준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넘어가는지 파악하기란 당사자나 의 사에게 모두 어려운 일이다. “당뇨병이 걱정이라면 포도당 검사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는 정확히 그렇다거나 아니라 고 답을 내리는 게 어렵죠. ” 업무를 끝내거나 잠자고 먹는 것이 힘 들어질 때, 일 외에도 삶의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면 전문적 도움 을 받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정신적 문제가 업무에 영향을 미쳤냐는 설 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여성 중 18~29세의 비중은 무려 41%에 달했다. 20대 여성들이 더 고통받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네슬러 박사는 20대 여성들이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표현하는 방법도 알기 때문이라고 설 명한다. 올랜드 박사는 SNS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라고 본다. 밀레니얼 세대는 정신 질환 진단 결과를 스스럼없이 밝히게 되 었고, 정신 건강을 단순히 임상적 의미로만 보지 않는다는 설 명이다. 네슬러 박사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가 상이든 실제든 친구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면 곧 직장 동료나 상사, 전문가에게도 털어놓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주변의 격려와 지 지다.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격려와 지지가 부족 한 곳이 직장이다. 갤럽의 <2017 미국 직장현황> 보고서에 따르 면 40%만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 직장 에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에서의 소외감은 커지는 눈덩이처럼 문 제를 악화시킨다. 느규엔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소외감 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런 점에서 29 살 줄리안 디니콜라는 운이 좋았다.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다 2 013 년 우울증 치료를 위해 휴직했을 때, 동료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 다. “동료들에게 ‘한동안 자리를 비우게 됐어요. 복직하기 전까지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충분히 이해해 줬어요. 동료들과 솔직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 다고 생각해요. 또 힘든 날이면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동료가 곁 에 있는 것도요. 큰 힘이 되거든요.”
직장 내 스트레스 대처법
첫째, 기다리지 말 것
대부분의 회사원은 인사고과 기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미국 비즈니스 리더십 네트워크(Business Leadership Network)의 부회장 레슬리 윌슨은 문제가 발생한 즉시 상사나 HR 담당자에게 털어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상사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보통 회사 관리자들은 진심으로 직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 한다. “정신 질환은 병가로 이어지는 주원인이기도 해요. 한 회사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처방약이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Prozac)이었어요. 직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회사의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죠. 좋은 회사라면, 직원들의 직장 내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진심으로 고심하고,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내 회사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면? 당신의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착한 회사로 떠나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둘째, 피드백을 요청할 것
올랜드 박사는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환자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들에 대해 걱정하며 미리 불안해합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는 적어요.” HR 컨설팅 및 인력 채용 회사 포 포인트 컨설팅(4 Point Consulting)의 CEO 크리스티 홉킨스도 이에 동의한다. “고객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진다는 거예요.”(이 글을 읽는 팀장이 있다면 귀담아들을 부분이다!) 또한 정확한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의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치료를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 우울증이에요”라고 말해버린다면 자칫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요즘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해요” 또는 “구체적으로 A, B, C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주도적으로 상사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에 대응할 것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늘 피할 수 만은 없다. 살세도 박사는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커지지 않도록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반드시 가지라고 말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급한 이메일에만 답하는 식으로 ‘내 시간’을 보호하라는 것. 상사와의 관계가 가장 큰 스트레스일 경우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언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으로 관련 부서의 도움을 받거나 부서 이동을 요청해볼 수 있다. ‘누가 이런 행동을 해서 내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
오로지 내 내면의 평화를 위한 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야 비로소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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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사라 게이네스 레비(Sara Gaynes Levy)
- 포토그래퍼
- Becky Ea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