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질 방법은 많다. 지갑 두께에 한계가 있을 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달성하기 위한, ‘지출 선배’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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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이 생기면 무엇을 살 것인가’라는 행복하고도 허황된 계획을 한 적이 있다. 패션 에디터는 에르메스 가방을 살 거라고 했고 나는 몸의 틀어진 근육을 결결이 바로잡는 리셋 시술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누구나 나이는 드는 법. 늙고 초라해진 몸뚱이를 커버해줄 반짝이는 패션 아이템은 필수”라며 혀를 찼고 나는 “유니클로를 입은 아가씨로 남고 싶지, 에르메스를 든 아줌마로 늙고 싶지는 않다”며 응수했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은 설전, 당신은 누구의 편을 들겠나?

나는 십수 년 동안 몸에 많은 돈을 써왔다. 시작은 통증, 이후는 직업적 호기심이었다. 잡지사에 입사해 처음 3년은 예쁜 악마 스틸레토 힐을 신고 거리를 쏘다녔고 자세는 언제나 껄렁하게 구겨져 있었다. 패션 에디터의 ‘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이명과 안면비대칭, 고관절 통증으로 돌아왔다. 예쁜 것 찾다가 못생겨진 나는 뷰티 필드로 이직했고, 이후 본격적 인체 탐구를 시작했다. 카이로프랙틱, 스플린트, 수면 마우스피스, 도수치료, CST, 크라니오, 근막테라피, 골기테라피, 웨이트 트레이닝, 요가, TRX, 필라테스, EMS 등 통증과 밸런스를 잡기 위한 여정이 이어졌다. 당장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보톡스, 필러, 콜라겐실 등 각종 시술과 수술을 감행한 건 물론이다. 뷰티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적 명분이 있지만 가벼워진 통장에 변명이 통할 리 없다. 회사원이 저금도 하며 빚 없이 위의 것들을 경험하려면 지갑을 열 때마다 ‘쩐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문제는 위의 체험이 모두 돈값을 하진 않았다는 거다. 근육을 적당히 릴랙스시키면 교정도 빨리 된다는 권유에 뜨거운 쌀겨에 몸을 묻었다가 화상을 입을 뻔했다거나, 치아에 끼우고 입천장에 혀를 대고 있으면 팔자주름이 줄어든다는 리프팅 기구를 구입한 직후 ‘XXX 수입사 과장 광고, 폭리 논란’ 기사를 마주쳤을 땐 돈이 아까워서 대굴대굴 굴렀다. 하지만 그 시절을 모두 지나보니, 돈을 쓸 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 먼저 투자할 것과 나중으로 미뤄도 될 것이 가려졌다.

작년 이맘때였다. 호모스피리투스에게 인생의 가르침을 듣고자, 배우 겸 요가 구루인 문숙 선생에게 만남을 청했다. 촬영장에 등장한 그녀는 낙낙한 면 팬츠와 티셔츠 차림이었고 손에는 백 대신 간식으로 먹을 오이가 담긴 대나무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문숙은 내가 본 여배우 중 가장 소박한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위압적일 정도로 우아했다. 얼굴에 자신 나이만큼 세월의 흔적이 파여 있는 와중에도 스미듯 침범하는 아름다운 기운. 그 아우라의 근원은 바로 6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가볍고 곧은 몸의 인상이었다.

물론 아름다움의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고 어느 곳에 투자를 하느냐는 각자의 가치관에 달렸다. 하지만 이리저리 기웃대며 다양한 뷰티 장르를 맛본 나의 결론은 아름다운 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건강하면 반드시 아름답다는 것. 우아한 아우라가 풍기는 바른 체형은 건강을 담보하기에, 지갑을 열어야 할 제1덕목이다.

성형보다 균형

대칭이 잘 맞아 균형 잡힌 당당한 몸. 진화생물학자들은 대칭이 잘 맞는 신체를 우수한 면역체계와 동일시한다. 느낌적인 느낌 아니냐고? 더 클리닉 김명신 원장은 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한다. “비대칭은 척추의 틀어짐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순환 요소들이 척추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데 그곳이 엉망으로 꼬여 있다면 몸이 건강할 수 없죠.” 리뷰티 디렉터 안미선 이사 역시 얼굴 비대칭을 바로잡기 위한 플랜 A는 성형이 아니라고 말한다. “몸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칼을 대어도 다시 비대칭이 시작되니까요. 더 이상 큰 눈, 높은 코가 미의 기준이 아니에요. 자연스럽고 밸런스 잡힌 개성이 제1 덕목인 시대가 도래했답니다.”

척추를 정렬하면 미모 외에 체력도 얻게 된다. 에너지의 낭비가 없기 때문. 정렬 운동을 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던 시절, 고관절이 밖으로 더 튀어나온 듯한 체형으로 변형되고 통증이 더 심해진 적이 있었는데 이건 내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뚝딱이’였기 때문이다. 고장 난 인형처럼 틀어져 덜그럭거리는 몸은 힘을 넣어야 할 코어 근육이 아닌 엉뚱한 곳에 힘을 주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부상을 유발한다. 그러니 슬리밍 마사지보다 SNPE 셀프 교정 운동이나 도수 치료 등의 체형 교정에 먼저 돈을 투자하자. 움직여서 땀을 내면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디톡스’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의식하지 않아도 몸을 바르게 쓰는 법을 알려주는 알렉산더 테크닉. 비용이 다소 비싸지만 평생 바른 몸을 쓰게 만들어주는 무의식을 배우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리프팅 시술 전에 미소 연습

돈 내고 웃는 연습을 하러 다닌 적이 있다. 눈과 입 사이 얼굴의 중안면부 근육을 강화하면 리프팅이 된다는 이론이 일리 있어 보여서였다. 팔뚝 운동으로 통통하고 짧게 펌핑시킨 이두박근처럼 앞쪽 광대뼈 부분 근육을 볼륨감 있게 키워 리프팅 효과를 노린다니! 신박함에 반해 찾아간 클리닉에서는 입천장에 혀를 대 하관에 힘을 빼는 습관을 들이고, 하루 몇 번씩 콧방울을 눈 쪽으로 끌어올려 찡그리듯 웃는 훈련을 시켰다. 결과?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보톡스를 함께 시술하기에 웃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안티에이징에 효과적인지는 비교가 어려웠다. 미소가 얼굴 근육을 바꾼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건, 엉뚱하게도 치과에서였다.

치아에 손상을 주지 않는 에나멜층만 아주 가볍게 연마한 후 초박형 세라믹을 덧붙이는 안티에이징 시술, 미니시는 화이트닝과 치아 성형 효과까지 겸하기에 미소에 자신이 생긴다. 처음엔 ‘본래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타입이 아니니 앞니 6개만 시술받겠다’고 선언했다. 치아 개수당 돈이 들어가는지라 작은 입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추가로 사이드의 2개를 더 시술해야 했다. 오늘안치과 강정호 원장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더 크고 환하게 웃기 시작하면 입꼬리가 올라가며 얼굴 밸런스도 달라져요. 자연히 더 안쪽의 치아까지 드러나게 되죠. 치아 시술이 곧 인상 치료이자 안티에이징 시술인 건 재미있는 일이에요.”

치아 시술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거울을 보고 대칭으로 웃는 연습을 하라는 거다. 단, 턱을 가볍게 떨어뜨리고 치아가 보이게, 광대가 승천하듯 웃어야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다. 웃을 일 하나 없는데 굳이 이렇게 해야겠냐고? 인간의 뇌는 얼굴 근육이 웃는 모양을 취하기만 해도 행복 호르몬을 분비한다. 무엇보다 웃음으로 뇌를 속이며 예뻐지는 데는 돈이 필요 없다.

바른 자세보다 바른 환경

수십 년 살아온 자세를 바꾸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골반을 신경 쓰면 목이 나가고, 목을 풀면 등이 굽어진다. 최선을 다해 ‘더 바른’ 자세를 취하려는 나에게 카이로프랙틱 협회 안준용 회장은 힘을 조금 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몸을 억지로 세우려 너무 애를 쓰면 그에 따라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요. 어깨를 펴려고 상체를 너무 뒤로 젖히니 등과 목이 긴장하고 있잖아요.” 그가 권한 건 뒤쪽이 조금 더 높은 교정 방석이었다. “발바닥이 땅에 뿌리 박힌 듯 무게를 실어 앉을 수 있게 하려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몸의 무게중심이 잡히며 호흡의 깊이까지 달라진답니다.”

1회 10만원도 넘는 교정 운동이나 치료를 받으러 가기 전에 5년 넘은 매트리스를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디자인 체어라 부르지만 예쁜 쓰레기에 불과한 의자 위에 너무 오랜 시간 몸을 맡기는 건 아닌지 체크하는 게 먼저다. 초저가 딱지를 붙인 3만원짜리 사무용 의자에 현혹되어도 안 된다. 조금 비싸도 등받이 아랫부분이 약간 들어가고 등을 받치는 부분은 볼록하게 나온, 체형에 맞게 등받이 높낮이, 팔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가 장기적으로는 돈을 아껴준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모두 다르고 어느 곳에 투자하느냐는 각자의 가치관에 달렸다. 하지만 우아한 아우라를 풍기는 바른 체형은 건강을 담보하기에 지갑을 열어야 할 제1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