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짝사랑남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범으로?
영화 <목격자>의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연기한 곽시양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 테스트’가 SNS를 휩쓴 적이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한 사람.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챈 살인범은 손가락을 치켜든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때 손가락으로 층수를 세고 있다고 대답하면 사이코패스라는 것. 물론 확인되지 않은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다. 영화 <목격자>는 영리하게도 이 도시괴담을 따라간다. 마피아 게임을 해도 선량한 시민밖에 하지 못할 것 같은 곽시양은 이 영화에서 냉혹한 살인범을 연기했다. 그의 연기가 낯설다가도 어느새 너무 무섭고, 심장이 조여올 것이다. 새로운 얼굴의 곽시양이다.
어쩐지 오랜만인 것 같아요. 작년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이후 처음이죠?
많은 분이 꽤 오래 쉬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렇진 않았는데…. 드라마 끝나고 한두 달쯤? <목격자>는 작년 가을부터 준비해서 올해 초에 촬영이 끝났어요.
기다려온 작품이었나요?
갈망은 있었어요. 멜로에서 달달한 짝사랑남, 직진남 역할을 많이 하니까 고정화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변신할 기회가 있기를 바랐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내가 해온 역할과 정반대 역할인 거예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고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범인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의아했어요? 물론 스포일러는 아니에요. 영화는 첫 장면부터 누가 범인인지를 드러내니까요. 첫 장면부터 납치와 살인을 하고, 목격자(이성민)와 눈이 마주친 후 목격자를 쫓는 역할이죠.
좀 많이 놀랐어요.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전 자신감이 있었어요. 악역에 대한 갈망도 있었던 것 같아요.
20~30대 잘생긴 남자 배우는 항상 인터뷰에서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해요.
왜 그럴까.(웃음)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아요. 임팩트도 강하고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범인은 사이코패스 성향입니다.
그렇죠. 감독님과 범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사이코패스거나 소시오패스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요. “아무 이유가 없는 그런 사람이야. 그런 애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범인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바로 쾌락살인마의 살인이죠. 연기를 위해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관련 영상이 굉장히 많아요. 그것도 챙겨 보고, 해외와 국내 연쇄 살인범의 자료를 수집하고, 변호사 친구에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조사하면서 진짜 많이 놀랐어요. 범죄라고 하면 TV에 흔히 나오는 절도, 강도 이런 게 떠올랐는데 이렇게 잔인하고 치밀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니까요.
범인인 태호는 목격자와 눈이 마주치고 손가락으로 층수를 세죠. ‘도시 괴담’으로 듣던 얘기가 스크린에서 펼쳐지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공포를 건드리거든요. 아파트에 살아요?
아파트라는 주제가 있다 보니까 되게 많은 분이 공감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아파트 살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저희 집 층수를 세어봤어요. 반대로 베란다에서 내려다봤을 때, 저 장면에서 제가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살인을 하고 있다면,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저와 눈이 마주쳤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했죠. 그만큼 범인이 대담한 거예요.
반대 역할인 이성민 배우는 대출을 통해 간신히 아파트를 장만한 평범한 샐러리맨인데 바로 그 집에서 위협을 받게 되잖아요? 또 주민들은 집값 등을 이유로 방관자 효과, 제노비스 신드롬을 드러내죠. 영화의 많은 부분이 현실을 반영해요. 그래서 더 무섭고요.
아파트라는 주제가 있다 보니까 맞아요. 영화를 보시면 범인뿐만 아니라 제노비스 신드롬이 주는 공포가 커요. 정작 촬영지였던 아파트 주민분들은 정말 촬영팀에게 잘해주셨어요.
대선배인 이성민, 진경 등 베테랑 배우와 작업한 건 어땠나요?
두 분 다 편집본 보시면서 무섭다, 잘했다 해주셨죠. 같이 영화 보면서 잘했다고 어깨를 툭툭 쳐주시더라고요. 부끄러웠죠. 잘한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내게 후배가 생긴다면, 선배님들로부터 보아왔던 모습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사는 정작 네 문장밖에 없었다면서요?
대사가 별로 없다 보니까 설명하는 데 있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행동 하나, 눈빛 하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장 평범한 게 가장 무서운 게 아닐까.
오늘 촬영은 스릴러의 거장인 히치콕 영화의 장면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스릴러, 호러 영화를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요?
네, 좋아해요. 저는 귀신 나오고 엑소시즘, 좀비 나오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요. 쫄깃쫄깃한 긴장감이 제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즐겨요. <검은 사제들>이나 <엑소시스트>, <컨저링> 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배우로서 영화, 드라마를 찍고 한편으로는 <정글의 법칙>과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예능으로 인지도를 얻었어요. 다 놓치고 싶지 않나요?
제 자신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연기의 모습, 장르를 넘나드는 모습. 만능 엔터테이너네,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해주시면 좋겠죠.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시카고 타자기> 등 최근 출연한 작품은 기대작으로 손꼽혔지만 정작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그럴 때 실망하는 편인가요?
전 그러려니 해요. 어쩔 수 없다고요. 그 상황에서 노력 안 하는 배우, 감독, 작가, 스태프 분들이 어디 있겠어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을 준비하는 스타일이에요. 아직까지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연기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항상 불만족한 것 같아요. 만족한 게 없어요.
연기 생활하면서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저는 집돌이인데 일을 안 하고 집에 있으면 많이 처져요. 무뚝뚝한 성격이라 집 밖을 많이 안 나가다 보니 외로움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촬영장 나와서나, 이렇게 기자님과 인터뷰를 할 때나, 다른 여러 일을 하고 있을 땐, 살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행복하구나. 꾸준히 계속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요?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해요. <나 혼자 산다>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뭔가를 어떻게, 뭘 보여드려야 할지는….
어떤 게임을 즐겨요? 만약 연예인 게임 대회가 열리면 어떤 종목에 출전하겠어요?
다양하게 하는데요, 음… 그럼 ‘배틀 그라운드’에 도전하려고요. 게임 잘하는 연예인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도 ‘배그’ 분야라면 톱텐 안에는 확실히 들어가지 않을까. 진영(B1A4)이랑 같이 했었거든요. 둘 다 굉장히 열중했었어요.
올해는 어떤 계획이 있어요?
<바다경찰>이라는 파일럿 예능을 촬영했어요. <시골경찰> 스핀오프 버전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탄 거예요. 튜브 타고 낚시하다가 먼바다로 나간 어르신을 구조했어요. 약주를 좀 하셨나 봐요. 구조해서 육지까지 모셔다 드리고 왔어요. 방송으로 보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또 <사자>의 촬영이 중단되었는데, 다시 촬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잘 해결되어 하루빨리 촬영을 하고 싶어요.
촬영이 중단된 건 큰일 아닌가요? 담담하네요.
성격인 것 같아요.제가 선택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거든요. 잘되길 바랄 뿐이죠.
누군가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설거지하는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다고 하더군요. 많이 해본 사람 같았다고. 1인 살림이 익숙한가요?
하하하. 설거지는 어릴 때부터 많이 해왔죠. 어머니가 음식을 하면 항상은 아니어도 제가 설거지를 하곤 했고요. 혼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저 음식 잘해요. 파스타, 갈비찜 같은 것도 잘해요.
셰프 역할도 했죠? 자신만의 비결도 생겼어요?
갈비찜은 핏물을 잘 빼야 하고, 아롱사태찜 같은 경우 많은 분이 고기를 그냥 삶아요. 근데 고기를 프라이팬에 좀 구운 뒤에 찜을 하면 더 맛있거든요. 저는 손이 커서 음식을 많이 만들어요. 저도 먹지만, 누가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것도 요리의 맛인 것 같아요.
그럴 땐 누구를 부르나요?
친구를 부르기도 하지만 음식이 많다 싶으면 옆집에 가져다 드려요. 복도식 아파트라 서로 인사하면서 지내거든요. 더불어 사는 사회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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