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으로 유명한 패션 모델이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카일리 제너나 버질 아블로와 어울려 노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그저 인스타그램만 열심히 해서? 대답은 ‘아마도 그렇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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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구글도 실망스럽다. 검색 시스템을 이렇게밖에 못 만드나? ‘인스타그램으로 부자 되는 법’ 정도는 탁 치면 파바박 하고 답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부모보다 부자가 될 수 없는 첫 번째 세대,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방법이 무엇일까?’의 답을 찾기 위해 내가 지난 며칠간 얼마나 많은 웹페이지를 떠돌아다녔는지 모른다. ‘인스타그램으로 부자가 되는 법’ 같은 건 누구나 궁금해할 것 같은데 왜 구글도 네이버도 알려주지 않는 것인가. 그래서 내가 정리해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흙수저 10대(혹은 20대)가 인스타그램으로 백만장자가 되는 방법!’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우선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도매 시장에서 떼 온 옷을 파는 정도의 사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버질 아블로 같은 패션계 핫 스타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 전자라면 우선 동대문 시장으로 가라.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는 10대나 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원피스나 스커트 같은 걸 사 입고 좀 좋은 가방(샤넬, 에르메스 신상 핸드백)을 들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라. 포즈는 조금 수줍은 척, 장소는 도서관이나 카페 야외 테라스 정도면 무난하다. 이걸 천 번쯤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계정에 쇼핑몰 링크를 걸고 옷을 팔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되고 싶은 게 아티스트 수준이라면 동대문 시장 대신 빈티지 숍으로 가라. 빈티지 숍을 뒤져 1960년대 입생로랑 재킷, 1980년대 아르마니 슈트 같은 것들을 찾아내라. 그런 뒤 그 옷들을 당신만의 스타일로 변형한 다음 슈프림, 오프 화이트, 베트멍 같은 최신 캐주얼 아이템들과 적절히 믹스해서 입어라. 사진을 찍어 올리되 해시태그 남발은 금물. 당신의 목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기에 있는 게 아니라 버질 아블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패럴 윌리엄스다. 지디가 자기 사진 올리면서 #ootd #오오티디 같은 해시태그 다는 거 봤나? 진짜 멋쟁이들은 그런 해시태그 안 쓴다. 당신의 목표는 평범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아니라 강력한 ‘한방’이다. 패럴, 버질 아블로가 당신의 게시물을 ‘좋아요’ 누르고 팔로우를 하고 가끔 댓글까지 단다면 팔로워는 한방에 수천 명씩 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처음엔 팔로워 수가 아닌 당신의 스타일에 집중하라. 꾸준히 찍고, 꾸준히 올려라. 버질 아블로가 당신을 발견할 때까지.

꾸준히 콘텐츠(사진)를 업로드한다는 것에 앞서서 더 중요한 수칙이 있다. 일단 어떤 목표(부자가 되겠다, 스타가 되겠다 등등)를 갖고 시작한 이상 당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소소한 일상의 감정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술을 함께 마신 상대와의 대화가 너무 즐거워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 사진을 올리면서 “나 얘 좀 좋아”라는 문장을 쓴다든지, 주욱 늘어서 있는 술병 사진을 올리면서 ‘어제 또 달렸습니다’ 식의 글을 올리는 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철저히 하나의 이미지를 위해 관리되어야 하고, 사진 한 장을 따로 떼어놓고 봐도, 사진이 모여 있는 상태로 봐도 일관된 톤&매너가 느껴져야 한다. 당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일기장이 아니고 사업장이라는 점을 늘 기억하라.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착착착 이루어진다면 당신은 버질 아블로와 머지않아 친구가 될 것이고, 뉴스 기사에도 몇 번 나왔을 것이며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돈을 벌 차례. 우리가 팔아야 할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당신 자신. 돌체앤가바나의 런웨이나 꼼데가르송의 런웨이에 설 수도 있고, 누군가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할 수도 있으며, 헬무트 랭 광고 캠페인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당신의 레이블을 만들어 옷이나 신발을 팔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물건들도 당연히 팔 수 있다.

그냥 해라, 지금은 그래도 될 때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간단하지 않나? 좋은 패션 학교를 나와야만 디자이너가 되고, 유명 디자이너 밑에 들어가서 수년간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배우고, 선배 디자이너들의 텃새를 견디며 사람들에게 내 옷을 보여주기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도 그 기회가 잘 오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모델이 되기 위해 연수를 받고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짧은 기간에 자신의 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해 불합격하고 눈물을 흘린 모델도 수없이 많았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는 지금까지 세상이 정해온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도 스스로의 매력과 열정과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창구이고, 정말 기쁘게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심지어 공짜다!

<블리드 포 디스>라는 영화가 있다. 목뼈가 부러져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권투 선수가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는 예측을 깨고 재기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그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말한다. “세상은 거짓말을 해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쉽지 않아’, ‘간단하지 않아’… 라고 계속 우리를 겁주죠. 그러나 직접 몸을 일으키고 하나씩 해보면 금방 알게 돼요. 간단하지 않다는 건 세상의 거짓말이고 모든 일은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을요. 그냥 하면 돼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부자가 되는 방법도 비슷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나 구독자를 언제 모아?’ ‘인스타그램으로 정말 유명해지는 게 가능하겠어?’ ‘그런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이런 생각이 당신을 지배하기 전에 몸을 움직여라. 멋지게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올려라. 꾸준히, 정말 꾸준히. 카일리 제너도 밴쯔도 팔로워 112, 구독자 3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버질 아블로가 친구하자고 할 만큼.

    심정희(패션 저널리스트)
    포토그래퍼
    Splas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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