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에는 나이가 없다. 패션을 사랑하고, 문화를 즐길 줄 아는 그대여, 당장 청청을 입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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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매와 밑단을 러플로 장식한 청원피스는 질 스튜어트 뉴욕 (Jill Stuart New York). 2 금색 버튼과 노란 실선의 청재킷은 사이먼 밀러 바이 네타포르테 (Simon Miller by Net-A-Porter).

데님 위에 데님을 입는 이른바 청청 패션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산재한 장면들 중 기억을 더듬자면 지난해 캘빈 클라인이 싱어송라이터 솔란지 놀스와 그녀의 크루와 함께 촬영한 광고 캠페인이 기억에 선명하다. 세대를 아우르고, 성별을 넘나들며,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님 소재는 가족을 주제로 한 촬영에 적격이었다. 데님은 그들에게 공통된 주제가 되어준 것 이상, 새로운 영감의 주체로 하나의 문화로 작용했다. 1980년대에 절정을 이뤘고, 1990년대까지 활약한 청청 패션은 잊을 만하면 런웨이를 장식하며 향수를 되살린다. 때마다 콘셉트를 조금씩 달리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명민함도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번 시즌의 소주제는 진하게 워싱한 청청 패션이다.

가장 먼저 청청 패션이 이렇게 관능적일 수 있을까 감탄을 연발하게 만든 컬렉션으로 톰 포드를 짚고 넘어가자. 위로 솟은 칼라와 잘록하게 절개를 넣은 허리선이 돋보이는 재킷, 거기에 날렵한 브라톱과 낙낙하게 접어 올린 바지로 대비를 준 스타일링까지. 데님 소재의 뾰족 구두도 쉬이 눈을 뗄 수 없는데 또 다른 옷차림에서는 둥근 어깨선의 블루종과 짧은 스커트, 부츠와 가방까지 모두 데님으로 연출해 아름다운 청청 패션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육감적인 스타일은 뮈글러도 빼놓을 수 없다. 톰 포드가 밀고 당기는 듯한 스타일링으로 파워 우먼으로서 느낌을 완성했다면, 뮈글러는 진한 청 위에 도드라지는 하얀색 실선을 장식해 실루엣을 극대화하고, 구조적 디자인의 하의를 매치해 아방가르드한 볼륨을 살리는 등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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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밑단을 언밸런스하게 장식한 벨 모양 스커트는 질 스튜어트 뉴욕 (Jill Stuart New York). 4 커다란 주머니가 돋보이는 청원피스는 빔바이롤라 (Bimba Y Lola).

한편 쟈딕앤볼테르는 칼라와 주머니, 소매와 밑단 등에 브랜드 특유의 자수와 스터드를 장식해 편안하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문득 네모난 청재킷과 허벅지가 드러나는 청반바지를 입은 앳된 모델을 보니 영화 <라붐>에서 소피 마르소가 연기한 빅과 그녀의 친구가 2018년 식으로 재탄생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니, 그 꼬꼬마 시절부터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주도적으로 파티 라이프를 즐겼으니, 이 시대를 살았다면 지방시의 거친 청청 패션, 사카이의 불균형한 레이어드 룩쯤은 가볍게 스타일링하는 패션 피플로 컸으려나(이건 또 무슨 편견 속 전개인가…).

자 다시, 런웨이를 온통 파스텔빛 군복으로 채운 니나리치는 그중 하나 진한 청청 군복을 하사(?)했는데, 금빛 단추와 노란 실선의 어우러짐이 투박한 듯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주었다. 막스마라의 점프슈트는 밑단을 깊게 접어 올려 워크웨어 분위기를 풍겼고, 데렉 램은 가벼운 셔츠와 폭 넓은 팬츠로 매일 입기 좋은 스타일을 선보였다. 데님을 잘 다루는 캘빈 클라인은 이번 시즌 역시 인물을 프린팅하고 패치워크해 강렬함을 안겼고, 티비는 당장 입고 싶은 캐주얼 데님 세트를 여러 벌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럭셔리 하우스부터 컨템퍼러리 브랜드까지 모두가 지지하는 진한 워싱의 청청 패션. 한여름까지 원없이 즐겨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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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밑위 길이가 길고 품이 넉넉한 청바지는 펜디 바이 네타포르테(Fendi by Net-A-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