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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빌보드>

오스카 씨의 선택

꾸준히 제기되어온 아카데미 시상식의 보수성이 올해는 좀 달라졌을까? 결과적으로는 역시 쇄신을 통해 생존의 길을 선택한 듯하다. 가장 많은 변화가 엿보이는 건 작품상이다. 퀴어, 여성, 인종, 판타지 장르는 전통적으로 오스카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 작품상의 후보는 이들로 빼곡했다. 아름다운 퀴어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시얼샤 로넌의 여성 영화 <레이디 버드>, 인종 문제를 과감하게 비튼 <겟 아웃>, 소수자들의 판타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그렇다. 이 중 작품상은 무려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 <세이프 오브 워터>에 돌아갔고, <겟 아웃>은 최초의 흑인 각본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록을 남겼다. 각색상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 차지했다. 또한 여성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비 와인스틴을 고발한 미라 소르비노와 애슐리 저드가 열렬한 박수를 받았으며 진행자 지미 카멜은 남성 배우와 여성 배우의 출연료 격차를 꼬집었다.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맨드에게 돌아갔다. 다행스럽게도 시상자는 전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성추행 스캔들 속 케이시 애플렉이 아닌 조디 포스터와 제니퍼 로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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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우스 오브 카드>의 로빈 라이트. 2 <신과 함께>

영화의 비용

케빈 스페이시를 둘러싼 일련의 일들은 더 이상 바다 건너 소식만은 아니다. 영화 <올 더 머니>에서 주요 인물 폴 게티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는 성폭행 사건으로 모든 분량을 폐기당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새롭게 캐스팅해 케빈 스페이시의 분량을 재촬영한 바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은 케빈 스페이시 대신 로빈 라이트를 중심으로 마무리하는 결정을 내린 넷플릭스는 그가 주연을 맡기로 했던 오리지널 시리즈 <고어 비달>의 제작도 취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과 함께2>로 불리는 <신과 함께 –인과연>이 판관 역을 맡은 오달수 촬영 분량을 폐기하고 재촬영을 결정했다. 뒤를 이어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역시 재촬영을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영화의 규모에 따라 재촬영에만 10억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옳지 않은 일을 바로잡는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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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더 선샤인 인>

사랑은 계속된다

1969년생인 줄리 델피와 1964년생인 줄리엣 비노쉬는 당대의 아이콘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여성’이었다. <비포 선라이즈>, <나쁜 피>와 <데미지> 그리고 <퐁네프의 연인들>처럼 말이다. 이제 그들의 얼굴에는 세월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누군가의 어머니 그 이상이다. 줄리 델피는 <해피 어게인>에서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교감하며 아픔을 치유해나간다. 줄리엣 비노쉬는 <렛 더 선샤인 인>에서 결혼에 실패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랑을 욕망하고 사랑에 배반당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그 과정이 더없이 자연스럽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에, 이들의 사랑의 컬러는 오히려 더욱 풍요롭다.

 


NEW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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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년의 밤> 소설가 정유정의 동명 작품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영화화했다. 7년 전 일어난 세령마을의 교통사고. 아이를 유기한 남자와 아이를 잃은 남자의 이야기다. 원작 팬의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모은 이 작품이 곧 관객의 평가를 앞두고 있다. 캐스트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개봉 3월 28일

2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매력적으로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검은 머리 소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최대한 그녀의 주변을 맴돌지만, 그녀는 쉴 새 없이 도시를 걷느라 정신이 없고, 남자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캐스트 호시노 겐, 하나자와 카나 개봉 3월 29일

3 <내 이야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풋풋한 청춘 영화다.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달콤한 영화지만, 기존의 잘생긴 꽃미남 주인공에서 벗어난 노안과 거구의 남고생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다르다. 꽃미남 역할은 주인공의 친구가 가져갔다. 캐스트 스즈키 료헤이, 나가노 메이, 사카구치 켄타로 개봉 4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