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되지 않는 패션계의 혼돈은 안주하고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 구역의 숙명이 아닐까. 타 도시로 이주한 디자이너,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탈 패션위크를 꿈꾸는 젊은 패션 구루들. 그럼에도 새롭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세계 4대 도시의 패션위크는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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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의미 있는 컬렉션으로 채운 소니아 리키엘과 라코스테, 거대한 패션 판타지적 요소로 눈을 즐겁게 한 발렌시가아와 디올. 해질녘 따뜻한 담요를 품에 안고 쇼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에르메스. 엘르 패닝을 필두로 1960년대 불량스러운 여성을 미우미우식 걸로 변모시킨 미우미우, 간간이 선물처럼 함께 만나는 남성 컬렉션까지. 다채로운 명분으로 발길을 끈 파리였다. 그뿐인가. 타국에서 프런트로를 차지한 한류 셀럽들을 만나면 이산가족을 만난 것보다 반갑고, 한국 모델이 런웨이를 활보하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쏟아지는 눈과 비를 뚫고 종횡무진 활보한 파리에서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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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오르는 쇼

일본 작가 구도 데츠미와 영국 건축가 E.W. 고드윈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과 함께 컬렉션을 선보인 로에베. 각종 언어로 고전문학을 담은 책이 놓여 있는 쇼장에는 그만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컬렉션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게다가 당장 입고 싶은 웨어러블한 매력까지 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고. 그런가 하면 기이한 미술 시간으로 초대한 톰 브라운은 고요한 작업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 그리고 그 주위를 활보하는 조각과도 같은 룩이 가득했는데, 쿠튀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아티스틱한 컬렉션은 톰 브라운을 두고 하는 말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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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타는 남자

가을을 가장 사랑한다는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쇼를 위해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함부르크 북쪽 집을 회상했다고 말했다. 낙엽이 무성한 숲을 그랑팔레 안으로 들인 것. 그동안 칼 라거펠트를 향한 부정적 논평과 비평에 힘들었다고 밝힌 그는 더욱 편안하고, 자연적인,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을 이끌어낸 듯 보였다. 과도한 설정 없이 인생의 노스탤지어를 담은 우아한 컬렉션이 눈앞으로 아득히 지나갔다면 조금 이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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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라코스테 85주년 올해로 85주년을 맞은 라코스테는 자신들의 헤리티지인 나무 경작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조셉 알투자라 조셉 알투자라가 데뷔한 지 벌써 10주년. 이를 축하하듯 마티스와 피카소가 즐겨 찾기로 유명한 파리의 유서 깊은 레스토랑 라쿠폴에서 쇼를 열였다.
소니아 리키엘 50주년을 맞이한 소니아 리키엘. 마치 50년 전 소니아 리키엘의 향수에 젖은 듯 자유롭고 우아한 프랑스의 여인들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