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Spectrum

차분하게 가라앉은 핑크부터 푸시아 계열의 핫 핑크에 이르기까지. 블랙 앤 화이트보다 강렬하고, 레드보다 매혹적인 핑크의 세계로. 파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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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름난 시상식에 참여한 여성들의 드레스를 보면 대부분 블랙, 화이트, 골드, 레드가 주를 이룬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이니만큼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위에 언급한 네 컬러가 위험 부담이 가장 적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많은 디자이너가 짜기라도 한 듯 핑크를 대거 메인 무대로 올렸으므로. 기존에 핑크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 사랑스럽고 귀엽고 차분하고 경쾌 · 발랄한 그것 외에도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피스가 상당하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당장 이대로 나아가 당당히 이 밤의 주인공이 되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가장 먼저, 하우스의 정체성에 따라 기품 있는 여성의 룩 그 집합체를 보여준 발렌티노가 대표적이다. 하이넥에 발목 위 길이의 맥시 드레스는 발렌티노의 시그니처. 블랙, 캔디 컬러, 손과 숫자로 이루어진 패턴의 드레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중간중간 등장하는 핑크 룩이 홀연히 시선을 빼앗는다. 특히 핑크는 레드에 가까운 짙은 핑크와 레이어드해 더욱 강렬한데, 나중에는 짙은 핑크로만 된 룩이 피날레를 장식해 황홀함을 안겼다. 기욤 앙리가 이끄는 니나 리치는 네이비, 브라운, 블랙으로 치장한 클래식한 룩 사이로 몇 개의 핑크 룩을 선보였다. 컷아웃 디테일 그 안을 레이스로 채운 드레스, 전체적으로 광택이 멋스러운 드레스. 그중 최고는 레이스 셔츠와 시퀸 스커트, 모피 코트를 한데 섞어 스타일링한 핑크 이브닝 룩이다. 소재의 믹스매치가 일으키는 시너지를 느낄 수 있는 스타일로 로맨틱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자아낸다. 몇 시즌째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고상하면서도 괴짜스러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구찌의 소년 소녀들은 핑크를 소화하는 능력도 남달랐다. 몸에 딱 맞는 실루엣의 새틴 원피스는 뱀을 형상화한 리본을 덧대 컬트적인 재미를 주었고, 톤 다운된 핑크 코트는 시어한 글러브, 새틴 팬츠, 꽃무늬 양말과 매치해 언밸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비하면 마르니가 선보인 풍성한 모피 코트, 몸에 피트되는 튜브톱 드레스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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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캐럿 로즈 골드에 루비를 더한 목걸이는 1백13만원대, 안드레아 포맨 바이 네타포르테(Andrea Fohrman by Net-APorter). 2 크리스털 비딩 장식의 브로치는 1백만원대, 구찌 바이 네타포르테(Gucci by Net-A-Porter). 3 푸시아 & 화이트 컬러 배색의 투웨이백은 가격미정, 로에베(Loewe). 4 악어가죽 스트랩에 스테인리스 스틸, 다이아몬드를 더한 오토매틱 워치는 가격미정, IWC 바이 네타포르테(IWC by Net-A-Porter). 5 핑크 시퀸에 블랙 페이턴트 레더를 더한 부츠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푸시아 핑크를 주로 사용한 디자이너의 의상에서는 어떤 레이어드 없이도 그것 자체로 강하고 세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프린지로 장식한 에밀리오 푸치의 드레스와 반짝임을 더한 프린지로 만든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드레스, 푸시아 핑크 꽃으로 장식한 파우스토 푸글리시의 로브 스타일의 코트 등이 그런 예다. 또 크리스찬 시리아노는 러플, 절개, 튈, 시퀸, 새틴, 모피 등 디테일을 이용해 당장이라도 유명 셀럽들이 탐낼 만한 드레스를 대거 선보였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컬렉션 역시 거대한 러플을 이용한 혁신적인 스타일을 여러 작품 소개했다. 니나 리치는 가방과 스톨, 벨트와 같은 액세서리 역시 핑크로 물들여 올 핑크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로에베는 룩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푸시아 핑크 컬러의 슈즈와 가방을, 미우미우는 드레시한 분위기를 한층 돋워주는 핑크 새틴 슈즈와 모피를 장식한 핑크 클러치백을, 발렌시아가는 이번 시즌 역시 핑크 삭스 부츠와 핑크 자이언트 백으로 인기몰이를 계속한다. 그 밖에 샤넬, 루이 비통,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 등에서도 핑크 액세서리를 많이 선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물들이는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 시즌이라면 유행에 편승해 과감히 시도할 만하다. 다만, 보다 현실적이고 세련된 방법을 찾는다면 하나의 핑크 컬러로 레이어드하는 것보다 핑크와 푸시아 핑크를 적절히 섞어 톤온톤으로 매치하도록 하자. 캣워크를 환히 밝힌 발렌티노의 여인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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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속 초커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2 비즈와 밀짚으로 장식한 드롭 이어링은 29만원대, Mercedes Salazar by Net-A-Porter. 3 브랜드의 시그니처 참을 패치워크한 체인 백은 가격미정, 루이 비통(Louis Vuitton). 4 투톤 가죽으로 장식한 슬립온 로퍼는 가겨미정, 로에베(Loewe).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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