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대
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7월은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축복받은 계절이다. 이 중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과 연극도 있다.
배우 류정한의 연출 데뷔작인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보통 사람보다 크고 못생긴 코를 가진 주인공 시라노가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아름다운 록산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코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록산은 미남 청년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지고, 시라노는 친구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사랑의 편지를 대필한다. 서로 어긋나는 사랑의 작대기는 어떤 결말을 낳을까? 이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는 면면이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구제불능의 로맨티스트 시라노 역은 믿고 보는 배우 홍광호가 맡았고, 배우 류정한과 신화의 김동완 역시 같은 배역으로 합류했다. 사랑스러운 록산 역에는 배우 최현주와 린아가 캐스팅됐다. 7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극 <3일간의 비>는 지난 2003년 토니상 수상자인 미국의 유명 극작가 리처드 그린버그의 작품으로 줄리아 로버츠, 콜린퍼스, 제임스 맥어보이 등 해외 스타들이 연이어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995년과 1960년대의 서로 다른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내용. 리처드 그린버그 특유의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로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을 풀어나가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번 국내 초연은 배우 오만석이 총연출을 맡았으며, 연출뿐만 아니라 각색에도 참여해 어떤 무대를 완성할지 주목된다. 배우 윤박, 이윤지 등이 합류한 라인업도 알차다. 특히 출연 배우들은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 아래 현재와 과거의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깊은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 예정.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7월 11일부터 9월 10일까지 무대에 선다. 권력의 힘을 에로틱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 <비너스 인 퍼> 역시 국내에서는 처음 공연된다. <비너스 인 퍼>는 ‘마조히즘’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가 원작이다. 극중 ‘연출’이 가진 권력과 배역을 소화하는 ‘여배우’의 권력이 가장 잘 보여지는 오디션장 안에서 각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지배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디스트 취향의 연출가 토머스는 멍청한 여배우를 극도로 싫어해 여배우들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주장한다. 반대로 당돌한 여배우인 벤다는 연출가가 쓴 작품을 ‘SM 포르노’라고 지적하며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2인극이지만 현실 속 ‘연출과 여배우’, 두 인물이 연기하는 극중 대본 속 ‘쿠솀스키와 두나예브’, 그리고 신화 속의 인물 ‘비너스’를 절묘하게 뒤섞어 권력의 힘에 따라 변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고대와 근대, 현대를 오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뒤섞어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7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딱 한 달 동안만 공연하니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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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