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꽃처럼 매혹적인 박신혜

흐드러진 꽃 사이에 박신혜가 섰다. 붉게 물든 피부는 꽃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보드라운 머릿칼은 꽃보다 탐스럽게 흘러내린다. 꽃이 박신혜가 되고, 박신혜가 꽃이 되는 황홀한 순간. 만개한 꽃처럼 매혹적인 박신혜를 만났다.

드레스는 에스카다 바이 아틀리에 쿠(Escada by Atelier Ku). 귀고리는 젬마알루스(Gemmaalus).

드레스는 에스카다 바이 아틀리에 쿠(Escada by Atelier Ku). 귀고리는 젬마알루스(Gemmaalus).

여자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쁘지만, 그 예쁨을 그저 질투하는 것에 그치지 않게 하는 털털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가련한 여주인공이라도 그 역할을 그저 통속적으로만 만들지 않을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어려운 심사 기준을 통과한 몇 안 되는 배우 중에 바로 박신혜가 있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흥행에 성공하고, 스물여덟 살 여전히 어린 나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꽤나 단단한 필모그래피와 내공을 쌓아온 연기자라는 사실만으로는 박신혜를 정의할 수 없다. 소속사도 모르게 기부를 하는가 하면, 여느 20대답게 당당하고 솔직하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곱창을 굽고 볶음밥을 만드는 배우. 박신혜는 ‘멋지다’, ‘인간적이다’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임이 틀림없다.

레이스 소재 톱은 뎁 세레모니 (Debb Ceremony). 귀고리는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레이스 소재 톱은 뎁 세레모니 (Debb Ceremony). 귀고리는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드라마 <닥터스>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영화 <침묵>을 촬영했고, 이곳저곳을 여행했어요. 지금은 영화 개봉 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죠. 숙제 검사를 앞둔 것처럼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이에요.

요즘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 그리고 고양이. 날씨가 좀 더 뜨거워지면 윈드 서핑도 하러 갈 거예요 . 아빠와 골프도 더 자주 칠 거고요.

골프요?
운동은 뭐든 다 좋아하거든요. 골프는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이제 한 일년쯤 되었나? 처음엔 시큰둥했는데, 푸른산을 보며 잔디밭을 거니는 게 점점 좋아졌어요. 아빠와 함께 낚시 가는 것도 좋아해요. 친구들과는 볼링을 치고요.

그러고 보니, 꽃꽂이부터 킥복싱, 펜싱까지 취미가 많은 걸로도 유명해요.
작품을 끝내고 나면 공허해져요.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죠. 생각해보면 3~5개월의 긴 시간 동안 박신혜라는 사람 대신 작품 속 인물로 살아가는 거잖아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평범했던 일상도 어색해지고, 모든 것이 초기화된 것만 같죠. 누군가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럴 때 새로운 취미를 만들며 생각을 분산시키는 거군요.
맞아요.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마음을 채워가는 거죠. 꽤 효과가 좋아요. 그렇게 본래의 나로 돌아오는 데 3 개월이 걸릴 때도 있고, 6개월이 넘게 걸릴 때도 있어요. 유난히 힘들었던 배역도, 유난히 즐거웠던 현장도 다 마찬가지예요.

그만큼 역할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다는 의미일 테죠. 현실로 되돌아오기가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드라마 <닥터스>일 거예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영화를 찍는게 생각했던 것보다 심리적으로 꽤 버거웠어요. 변호사 역할을 맡았는데, 재판 신보다 감정 신이 훨씬 많았거든요. 법정 안에서 곧디곧았던 사람이 조금씩 변해가는, 그렇게 감정 변화가 많은 인물이라 유독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연기란 참 어렵고 끝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날것 그대로의 배우 박신혜의 연기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요. 순간,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든 것에 확신이 안 서는 순간이 있잖아요. 바로 그런 마음이었어요. 여러모로 제 연기 인생에 큰 의미가 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드레스는 알베르타 페레티 바이 아틀리에쿠(Alberta Ferretti by Atelier Ku). 시계는 샤(Chanel). 뱅글은 모두 지넷뉴욕(Ginette NY). 슈즈는 알도(Aldo).

드레스는 알베르타 페레티 바이 아틀리에쿠(Alberta Ferretti by Atelier Ku). 시계는 샤(Chanel). 뱅글은 모두 지넷뉴욕(Ginette NY). 슈즈는 알도(Aldo).

영화와 드라마의 연기는 다른가요?
드라마는 주어진 시간 내에 촬영하고 방영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이 있는 대신, 영화는 보다 여유가 있어요. 그래서 더욱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해요. 화면도 더 크니까 얼굴의 미묘한 떨림, 사소한 표정 하나까지 다 연기가 되어야 하거든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그 역할 속으로 빠져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제가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되는 건 불가능해요. 전 단지 나름의 합일점을 찾으려 노력해요. 최대한 최인하가 되도록, 유혜정이 되도록 말이죠. 촬영 시작 전, 박신혜와 그 인물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연기 선생님과 함께 연구해요. 이렇게 선생님과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면, 그 인물에 대해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될 때가 많아요. 그렇게 역할에 대해 기초를 다지고 촬영장에 가서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더하면 인물이 완성되는 거죠. 본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무한도전>, <삼시세끼> 등 예능에 출연할 때마다 엄청난 화제를 모았어요. 그렇지만 좀처럼 예능에서 보기 힘든 배우이기도 하죠.
진짜 예능감이 없어요. 그저 잘 살려주신 것일 뿐.

걸그룹 춤을 추고, 깍두기를 담그는 박신혜를 보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좀 잘 놀아요, 하하. 그래서 가끔 질타를 받기도 해요. 여배우면 제발 좀 얌전히 있으라고. 그런데, 전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고 싶어요. 배우는 어때야 한다는 틀이 싫어요. 햇볕에 피부를 좀 그을리면 어때요? 작 품 하기 전 다시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프로답게 대중 앞에 설 수 있다면, 평소에는 좀 더 자유로워도 되지 않을까요?

아, 이건 평소 박신혜의 이미지와 좀 다른 모습인데요? ‘신혜야, 너는 왜 좋은 기사만 나오니?’ 같은 제목의 신문 기사가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박신혜 하면 곧고 바른 이미지를 떠올리거든요.
저는 무작정 상냥한 사람은 아니에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부모님 덕분에 어릴 때부터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 욱하기도 하고 무례한 걸 보면 참지 못할 때도 있죠. 사람들의 말에 소심해지고 움츠러들 때도 많고요. 그저 평범한 20대인걸요.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인터뷰할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가 많은데 그걸 기자님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긴 머리카락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려의 자양윤모 진생 샴푸액을 사용하고, 일주일에 두 번 려의 진생보 토탈 안티에이징 팩으로 깊은 영양을 더한다.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귀고리는 겟미블링(Get Me Bling).

긴 머리카락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려의 자양윤모 진생 샴푸액을 사용하고, 일주일에 두 번 려의 진생보 토탈 안티에이징 팩으로 깊은 영양을 더한다.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귀고리는 겟미블링(Get Me Bling).

의리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내 사람이다’라고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운 좋게도 주변에 한결같은 사람이 많아요. 심지가 곧은, 그러면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길을 뚝심 있게 걷는 사람들이요. 벌써 몇 년을 함께해오고 있는 우리 스태프들이나 홍기(FT 아일랜드)나 준형이(하이라이트) 같은 친구들이 그렇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한 달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어요?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어요.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빅토리아 폭포를 꼭 한번 보고 싶거든요.

만약 <꽃청춘>에서 캐스팅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아우, 무조건 해야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캠핑카 여행도 근사할 것 같아요.

함께하고픈 멤버를 꼽는다면?
서효림 언니와 크리스탈. 둘 다 여행도 즐기고 음악도 좋아해서 저와 잘 맞을 것 같아요. 아, 흥이 많아서 늘 즐거운 성경이도 좋을 것 같아요.

친오빠와의 아이슬란드 여행은 어땠어요? 남매 간의 여행은 흔치 않은 일이죠.
아무래도 아이슬란드에서는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오빠가 저를 데리고 간 것 같아요. 하하. 운전만 열심히 하다가 왔어요.

박신혜는 어떤 스타일의 여행자인가요?
얼마 전에는 친한 언니와 프랑스 남부와 뒤셀도르프, 암스테르담을 여행 했는데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을 때는 쉬며 한껏 게으르게 다녔어요 . 그 나라, 그 문화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여행이 더 즐거워진다는 사실 도 깨달았어요. 이제는 미술관에 갈 때도 책을 미리 읽어보고 인터넷 검 색을 하며 작품에 대해 알아봐요. 덕분에 그림을 보며 더욱 풍부하고 깊 은 감동을 느끼게 되었죠.

특히 인상 깊었던 그림이 있었다면?
암스테르담에서 반 고흐 미술관에 갔는데, 유화의 질감에 반했어요. 겹 겹이 쌓인 붓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입체감.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 면, 어느 순간 그림이 아니라 공간이 되는 듯한 느낌이 좋았거든요.

드레스는 페이우(Fayewoo).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andbell). 슈즈는 지암바티스타 발리.

드레스는 페이우(Fayewoo).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andbell). 슈즈는 지암바티스타 발리.

거의 십년 전, 신혜 씨를 만난 적이 있어요. 뷰티 인터뷰를 했는데 해 박한 지식에 놀랐었어요.
전 그때 사용했던 제품을 아직도 그대로 사용해요. 효소 비누를 사용하 고, 계면 활성제가 덜 들어간 세안제를 깐깐하게 고르죠. 보습이 가장 중 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언제나 수분 크림을 충분하게 바르고요. 고기능성 제품을 고집하기보단, 기초에 충실하자는 주의거든요. 헤어도 마찬가지 예요. 두피를 건강하게 하는 게 좋은 머릿결의 기본이라 생각해서 샴푸 를 가장 꼼꼼하게 골라요. 려의 자양윤모 진생 샴푸액처럼. 오늘처럼 촬 영 때문에 드라이어 열기를 많이 쐰 날에는 두피의 열을 내려주는 려의 자양윤모 두피 에센스를 듬뿍 바르고 자고요.

올해 스물여덟 살,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나요?
엄마가 오십대 중반이신데, 엄마의 눈웃음이 너무 예뻐요. 그만큼 많이 웃었다는 의미니까. 부모님 가게에 오는 손님들도 엄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걸 보면서 저도 엄마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주름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엄마 의 얼굴을 보며 알게 되었거든요.

박신혜라는 배우가 어떻게 성장해갈지 궁금해요. 십년 뒤, 이십 년 뒤 어떤 모습을 꿈꾸나요?
많이 듣는 질문이긴 하지만, 전 굳이 답을 내리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이 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정의한다면 그 틀에 둘러싸여 강박증이 생길 것 같거든요. 그저 현재를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어요.

    에디터
    이미현
    포토그래퍼
    Ahn Joo Young
    스타일리스트
    차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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