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뭐길래!

SNS는 이 시대 최고의 소통 매체로 꼽힌다. 그러나 때론 연인 간의 불통과 억측, 그리고 오해를 낳는 바람에 싸움의 불씨를 만들기도 한다. SNS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은?

Q #자니? #잘지내니? 한 달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요즘에 내가 하는 일은 전 남친의 SNS를 열심히 훔쳐보는 것이다. 헤어지고 난 후, 그는 혼자 여행도 잘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잘 지내는 것 같다. 내 생각은 하나도 안 나는지, 나와 헤어진 걸 후회하지 않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없다. 전 남친의 SNS를 염탐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지질하게 느껴지면서도 제어할 수가 없다. 그를 잊어야 하는데, SNS 때문에 더 그립기만 하다.
A 시간은 만병통치약 한창 미니홈피가 유행하던 시절, 나 역시 이와 같은 경험이 있다. 헤어진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 몇 년이 지나도 이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그리워서가 아니라 정말 단순히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다. 다른 사람이 생기거나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남자에 대한 생각도 안 하게 되고, 이런 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 시간이 흘러서 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해도 ‘나랑 헤어지고 이런 여자를 만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무덤덤하게 지나칠 날이 올 것이다. 그를 잊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라.

Q 우리 친해질 수 있을까? 사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가 전부터 SNS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의 아이디를 물어보니 그는 “이건 내 일기장 같은 거야.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 알려주기 곤란해. 네가 이해해줘”라며 부드럽고도 냉정하게 거절했다. 서운한 마음은 들었지만 존중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의 아이디를 알아내 들어가보니, 나와 함께 갔던 카페를 비롯한 맛집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는 그냥 ‘혼자 열심히 돌아다니는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진만으로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마치 총각 행세하는 유부남을 본 느낌이랄까. 게다가 댓글 남긴 사람 중에는 그의 ‘여사친’도 꽤 많았다. 이렇게 다른 여자들과 시시덕거리려고 나에게 철벽남처럼 굴었나 싶고, 괘씸하다.
A 꼭 공개할 필요는 없다 오래 사귄 관계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작 3개월밖에 사귀지 않은 관계라면, 남자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섣불리 자신의 SNS에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고, 성향에 따라서는 여자친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보다는 당신과 단둘이 있을 때 당신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또한 사진을 올리며 어떤 글을 썼는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누가 봐도 여자친구가 없는 것처럼 외로움을 표현한다면 그 남자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 그럴 때는 비록 몰래 찾아서 봤더라도 능청스럽게 모른 척하며 “어머, 이곳 어디인가요? 나도 갔던 곳인데…”라며 댓글을 남겨보시라. 반응을 보면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Q 훅 들어오는 남자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는 내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다. 나는 다시 만날 의향은 있는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소개팅하고 집으로 돌아간 그날 바로 나에게 SNS 친구 요청을 했다. 다시 만나려면 연락을 지속해야 하니, 수락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무방비인 상태에서 ‘훅’하고 들어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나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SNS를 보여줘도 될는지 모르겠다.
A 관계에서 벽은 백해무익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자도 아니고, 소개팅에서 만났고, 대화를 나눠본 사이라면 호감은 호감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까? 호감이 있어서 SNS 친구 요청을 하고 연락을 하는 것일 테니 지나치게 벽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사생활이 드러나서 부담스럽다면, 누가 봐도 괜찮은 수준의 것만 게시를 하는 방식으로 SNS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침해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SNS는 아예 하지 마시라. 남들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SNS는 소통 매체가 아닌 스트레스가 된다.

Q 두 얼굴의 사나이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외모 못지않게 훌륭한 인품이 나의 이상형에 가깝다. 사람들에게 친절해서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에 대해 열심히 염탐한 끝에 알게 된 그의 SNS 아이디.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친구 신청을 했다. 좋아해서 그런지 그가 올리는 게시물, 댓글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우연히 그가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을 보게 됐다. 내 얼굴만 한 엉덩이를 자랑하고 있는 여자, 아슬아슬한 망사 스타킹을 입은 여자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내 추측으론 그는 아마 자신의 팔로워들이 그가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솔직히 실망스러웠고, 나의 환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남자를 잘못 본 것일까?
A 짝사랑이 더 문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여자들도 근육질의 남자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오히려 뒤에서 숨어서 몰래 보는 것보다는 음흉하지 않아서 더 좋은 게 아닐까? 물론 여자친구한테는 성인군자처럼 굴면서 뒤에서는 그런 사진을 좋아한다면 배신감 느낄 만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 사실만으로 그 남자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 나는 짝사랑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빨리 상대와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거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뒤에서 몰래 남자를 염탐하면서, 이 사람에 대한 환상만 키우는 건 정말 영양가 없는 행동이다.

Q 남자친구의 시간 여행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 호기심 때문에 남자친구의 아이디로 SNS를 접속하게 됐다. 최근 검색어를 누르니 그동안 그가 찾아본 사람들의 목록이 떴다. 살펴보니 전 여자친구뿐 아니라, 이전에 잠깐 만난 ‘썸녀’의 이름까지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너무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나와 사귀기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2년이 넘어가고, 썸녀들도 대부분 소개팅에서 한두 번 만난 게 전부인데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았을까. 나를 만나면서도 과거의 여자를 SNS에서 찾고 있었다는 생각에 찝찝하고, 또 불쾌하다. 나와의 연애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A 판도라의 상자는 평생 봉인하라 남자친구의 핸드폰에 집착하거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봤자 싸움의 원인이 되고, 상처만 될 뿐이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종종 상대에게 그토록 자신이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 남자는 내 남자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왜 이런 행동을 하며 자신을 낮추려고 하는가? 남자의 이런 행동은 단순히 희로애락을 함께한 군대 동기의 근황이 궁금했던 마음처럼 비슷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기회가 됐을 때 남자친구에게 물어보시라. “내가 전에 사귄 남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SNS로 검색하면 어떨 것 같아?” 그에 대한 반응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고, 노발대발하며 화를 내면 짚고 넘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

0531-208-“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SNS에 올린 사진은 거짓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무조건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겪어봐야 알 수 있어요. SNS로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관계의 벽을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죠.” – 안영미(개그맨)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Courtesy of YG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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