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윤과 떠난 로드 트립

스스로를 제어하고, 절제할 줄 아는 배우 윤시윤. 누군가는 속박이라 느낄테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바른 청년’ 윤시윤은 사실 그 누구보다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이다.

셔츠는 리바이스(Levi’s). 선글라스는 생로랑 아이웨어 바이 케이엔디 패션 (Saint Laurent Eyewear By KND Fashion). 시계는 페라가모 바이 갤러리 어클락(Ferragamo by Gallery O’clock). 팔찌는 구찌(Gucci).

셔츠는 리바이스(Levi’s). 선글라스는 생로랑 아이웨어 바이 케이엔디 패션 (Saint Laurent Eyewear By KND Fashion). 시계는 페라가모 바이 갤러리 어클락(Ferragamo by Gallery O’clock). 팔찌는 구찌(Gucci).

귀를 덮을 만큼 덥수룩한 머리를 한 윤시윤이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09 년대 톱스타를 연기해야 하는 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윤시윤은 미리 준비한 차에 타서 직접 운전했고, 사진가는 보조석에 앉았다. 운전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였다. 연휴 덕에 도로는 한산했고,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는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를 좋아한다고 했고 우리 역시 그의 사진처럼 자유로운 윤시윤을 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생수를 마시며 때이른 더위를 식혔고, 초록색을 잔뜩 머금은 나무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1박 2일>에서는 데뷔 전에 사용한 이름 ‘윤동구’로 불리고 있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책을 좋아하고, 이따금씩 글을 쓰며 사진을 찍는 윤시윤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는 부유하는 단어를 자신만의 입담으로 단정하게 말했다. 때로는 속삭였고, 때로는 힘주었다. 스스로를 멘탈이 약하다고 했지만 유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주관이 뚜렷한 소신 있는 사람이었다. 1년 전, 군에서 제대한 후 윤시윤다운 것을 찾기 위해 탐구하던 배우는 6월의 나무처럼 여물었다.

셔츠는 데님앤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Supply Ralph Lauren). 팔찌는 구찌. 선글라스는 베디 바이 베디베로 바이 세원(Vedi by Vedivero by Sewon).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데님앤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Supply Ralph Lauren). 팔찌는 구찌. 선글라스는 베디 바이 베디베로 바이 세원(Vedi by Vedivero by Sewon).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_화보 콘셉트가 드라이브였어요. 차는 좋아해요?
차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좋아요. 다른 곳으로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는 바퀴가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도 있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에어컨도 있잖아요. 차는 저에게 일탈의 공간이에요.

_<1박 2일> 촬영 때문에 국내 여행을 자주 다니죠?
워낙 여행을 좋아해요. 촬영 전에 이미 가봤던 곳도 있고, 촬영하고 나서 다음에 또 가봐야겠다 싶어서 점찍어놓은 곳도 있죠.

_여행할 때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국내 여행을 할 때는 볼거리보다는 먹거리에 집중하게 되죠 . 오히려 뭘 봐야겠다 생각하고 가면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맛집을 갔다가 소화도 시킬 겸 구경하러 다니는 편이에요.

_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해요?
사실 혼자 여행하는 건 쉽지 않아요. 목적도 뚜렷해야 하고, 계획도 잘 짜지 않으면 힘들고 외로워져요. 힐링하고 싶을 때는 친구들과 시간 맞춰서 가요. 그럴 때는 오히려 계획은 한두 개만 잡고, 나머지 시간은 친구들 과 함께 채워나가는 편이에요.

_스스로를 ‘아날로그적인 인간’으로 규정했어요. SNS는 의식적으로 안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정말 재미를 못 느끼는 건가요?
SNS 하는 거 재미있죠. 그럼에도 안 하는 이유는 나만의 학습을 멈추게 될까봐 두려워서예요. 연예인이지만 매체가 주는 정보만 취하고 거기에 함몰되는 게 싫어요. 스스로 고른 책을 읽고, 여행 가고, 글을 쓰고, 사진 찍는 활동을 하다 보면 쌓이는 것들이 있어요. 공부할 시간을 갖기 위해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잘 안 하려고 해요.

_애서가이자 독서광으로도 유명해요.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노력도 많이 해요. TV 보는 것과 독서는 상극 의 활동이에요. TV를 보면 독서 시간은 반드시 줄어들어요. 저희 집 거 실에는 TV가 없고 책상과 책장을 두어 공부하는 곳으로 꾸몄어요. 침실 은 잠만 잘 수 있게 침대만 뒀고요. TV 룸은 따로 있고, 목적이 있어야지 만 TV를 켜죠. TV가 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굉장히 달라 요. 후배들에게도 추천하는데, 집이 넓지 않으면 파티션으로라도 나눠야 해요. 이런 생활을 몇 살까지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래야 한 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보다 나이를 먹으면 TV를 많이 봐야죠. 새로 운 것도 많이 접하고, <개그 콘서트>도 열심히 볼 거예요. 그때 돼서 자신 만의 깨달음만 고집하면 굉장히 편협해질 것 같아요.

_지금까지의 얘기만 들어보면 <1박 2일>에서의 모습이 당신에게는 더 비일상적으로 느껴지네요.
저에겐 일탈이죠. 하지만 재미있어요. 주변에 죄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멤버들이 있으니까요.

_제대 직후 한 인터뷰에서 나다운 모습을 찾고 있다고 했어요. 당신 다운 모습은 어디에 가까운가요?
늘 자유로운 인간이기를 꿈꿔요. “피아노를 잘 치려면 지금의 자유를 제 한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러면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라 는 말이 있잖아요. 고차원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자기 관리를 하는 거 예요. 계속 나 자신을 제어하려는 것도 결국엔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예 요. 연기는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잘되는 것 같지는 않고, 자유로워야지 만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티셔츠는 겐조(Kenzo). 재킷은 올세인츠(Allsaints). 팬츠는 리바이스.

티셔츠는 겐조(Kenzo). 재킷은 올세인츠(Allsaints). 팬츠는 리바이스.

_아무 목적 없이 ‘그냥’ 하는 것도 있나요?
글 쓰는 거요. 물론 책을 내고 싶기는 하지만, 일단은 그냥 써요. 머릿속 에 떠오르는 글을 정리하고 싶어요. 마치 빨래를 개는 것처럼요. 노트북 에 수필이나 시나리오도 써보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쓰고 보는 거죠.

_<얼루어>에 정기적으로 연재해보는 건 어때요?
아, 그건 힘들 것 같아요.(웃음) 창조가 규칙이 되면 고통스럽잖아요. 만 화 <유리가면>이 왜 완결이 안 되고, <열혈강호>의 진행 속도가 왜 그렇게 더딘지 알 것 같아요. 아는 분이 ‘글은 절대 무르익거나 완성되어가는 게 아니다, 지금 나이, 기분,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글이 있다’고 하더라고 요. 그래서 일단 지금 쓰는 거예요.

_요즘에는 어떤 책을 읽어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많이 못 읽고 있는데요, 어제 읽은 책은 한홍구 교수 님의 <대한민국사>예요. 근현대사가 재미있어요. 그 책을 보면 역사는 역 시 반복된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_한 달에 책 20권을 우선 훑어보고 그중에 여섯 권 정도를 완독한다 고 하던데,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서점에 가면 우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는지 살펴보죠. 정 치, 사회 분야 책 중에서도 유시민 작가의 책을 좋아해요.

_한때 ‘연애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라는 말처럼 실전보다 이론만 아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 유행이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책으로 예습하면 바보고, 복습을 해야 해요. 연애도 마찬가지죠. 연애를 한 다음에 길을 모를 때 책을 봐야 해요. 모든 이론은 길을 잃었을 때 좋 은 지렛대가 되는 것 같아요.

_드라마 <최고의 한방>은 예능PD 유호진과 배우에서 연출자로 변신 한 차태현의 첫 드라마로 사람들의 기대가 커요.
연출자들이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사람들이라 부담스러워요. 저희의 목표는 시청률보다는 젊은 친구들에게 회자되는 것이에요.

_맡은 역할이 90년대 톱스타죠?
듀스의 고 김성재를 모티프로 삼았어요. 생각해보면 그분은 당대 멋쟁이 들과 레벨이 달랐던 것 같아요. 옷도 모노톤으로 아주 세련되게 입었고 요. 원래도 좋아하는 가수였는데, 이번에 연기할 때 ‘그분이 지금 살아 있 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_90년대 톱스타를 차용한 드라마가 꽤 많았어요. 그 캐릭터들과 어떻 게 차별화하고 있나요?
비슷한 캐릭터로 보이겠지만 연출자, 시나리오, 조명, 카메라, 대사도 모 두 다르기 때문에 저는 그걸 믿고 가요. 누군가가 “쟤는 왜 연기가 똑같아?”라고 한다면 그건 제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고 진정성이 없었던 거라 생각해요. <최고의 한방> 촬영하면서도 톱스타처럼 연기하려고 하면 (차)태현이 형이 자연스럽게 하자고 말려요.

로브는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로브는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_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했죠. 그러다 보면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이 생기지 않나요?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반드시 존경받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인간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책임감을 느껴요.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서 권위를 잃으면 안 되니까 늘 조심하죠.

_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미친 듯이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제대하고 이틀 만에 촬영했던 드라마< 마녀보감>을 할 때요. 2년 동안 연기를 굶었던 터라 에너지가 폭발했어요. 그 작품 끝나고 사진 찍는 것에 빠져서 하루에 128기가짜리 메모리 카드를 다 채운 적도 있어요.

_오늘 <백상예술시상식>에 참석한다고 들었어요. 끝나고는 뭐 할 거예요?
저녁에 집에 가서 아침에 못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할 거예요. 오늘은 흰색 옷 빠는 날이에요.

_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웃음) 자다 말고 침실에 둔 스탠드의 전선이 눈에 거슬려서 그거 가리려고 몰딩 자르고 붙이느라 세 시간밖에 못 잔적도 있어요.

_하나에 꽂히면 집착하는 스타일인가요?
네. 아무것도 안 보여요.(웃음)

_연애할 때도 그래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해요.

_한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으면 연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사실 제가 술자리에서 사람을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잔 정도 하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하지만 얼굴이 알려졌으니 소개팅이나 미팅도 못하겠고. 괜찮은 데이트 앱 있으면 외국 계정이라도 만들어서….(웃음)

_이번 달 <얼루어>는 여행 특집이에요. 애서가답게 여행지에서 읽으면 좋은 책 추천해주세요.
여행 갈 때는 주로 아트북을 가져가요. 사진이나 그림은 읽는 게 아니라 해석하는 거라서 어떤 상황과 기분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니 여행지에서 느끼는 기분은 또 다르겠죠?

셔츠는 시리즈(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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