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그동안의 커리어, 사랑, 사회 참여 활동과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대해 말한다. 아름다운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이토록 흥미롭다.

톱은 엘러리(Ellery). 브리프는 맥스 블랙(Max Black). 팔찌와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Cartier). 슈즈는 마르코 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

톱은 엘러리(Ellery). 브리프는 맥스 블랙(Max Black). 팔찌와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Cartier). 슈즈는 마르코 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

 

드레스는 구찌(Gucci). 오른팔의 팔찌는 까르띠에와 불가리(Bulgari). 오른손의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 왼손의 반지는 불가리. 스타킹은 맥스 블랙. 슈즈는 아담 립스(Adam Lippes).

드레스는 구찌(Gucci). 오른팔의 팔찌는 까르띠에와 불가리(Bulgari). 오른손의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 왼손의 반지는 불가리. 스타킹은 맥스 블랙. 슈즈는 아담 립스(Adam Lippes).

 

아만다 사이프리드와의 인터뷰는 페이스 타임으로 진행됐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갑자기 내게 몇 살이냐고 묻더니 말을 이었다. “어때요? 사람들이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해 많이들 말하잖아요. 토성이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9년에서 30년이라고 하고, 이때가 엄청난 변화의 시기라고도 말하죠. 그런 의미에서 제겐 서른 살이 최고의 시기였어요. 낭비한 시간이 없었어요.”

지난해 말, 인터뷰 당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브로드웨이 연극 <더 웨이 위 겟 바이(The Way We Get By)>에서 호흡을 맞춘 토머스 새도스키와 약혼해 임신한 상태였다. “인생에서 이렇게 들떴던 순간이 없었어요.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되었죠”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내던 그녀. 아만다의 스물아홉은 연극 무대를 통해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무대 공포증을 극복한 해이기도,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해이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연극을 하기로 했다며, 두려운 만큼 이를 계기로 크게 성장했다고 말한다. “많은 것을 배웠어요. 예를 들어, 헤어짐에 관한 것도요. 사실 많은 것이 어른으로서 일이고, 어른으로서 결정이잖아요. 스스로 좀 더 분명해질 필요가 있었어요.”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스톤리지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약혼식을 올렸는데,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고 한다. 로맨틱한 것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선택답다. “친구들이 약혼을 한다고 하면 약혼반지도 보고 싶고 드라마틱한 러브 스토리도 듣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조금 불편해요. 심지어 제 약혼반지는 다이아몬드도 아닌걸요.” 인터뷰는 자연스레 결혼과 결혼식 이야기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약혼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가까운 사람들 몇 명만 불러 치르는 스몰 웨딩부터 큰 규모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의 장단점까지 말이다. 아만다의 손가락에는 글자를 새긴 얇은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녀가 직접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큼직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약혼반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아만다가 처음 구입한 반지는 열여섯 살에 스스로에게 선물한 티파니 반지다. “그때 처음으로 큰돈을 벌어 반지를 샀어요.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것이었죠. ‘조금 무리지만,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니 사야지’라는 마음이었어요. 그 후 나를 위해 다이아몬드를 계속 샀죠. 그래서 남자가 내게 다이아몬드를 사줄 필요는 없었어요.” 아직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지는 확실치 않다고 한다(이후 두 사람은 2017년 3월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요. 시사회나 시상식에 갈 때마다 늘 완벽하게 차려입고 가잖아요. 작년 메트 갈라(Met Gala)에서는 리카르도 티시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었고, 신부 연기를 수없이 했어요” 그녀는 영화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빅웨딩>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레드 카펫에서는 주로 화이트 계열 드레스를 택했다. 그리고 이제 막 약혼식을 올린 사람이라면 다 비슷하겠지만, 결혼식을 둘러싼 질문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의외로 고루한 질문을 많이 해서 사실 좀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이 부분은 여전해서요. 제 또래 사람들이 저에게 연애나 결혼에 대해 하는 질문이 놀랄 만큼 비슷하고 전통적이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스타벅스 펌킨 스파이스 라테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약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로웠어요. 한 명 한 명 제각각 다른 질문을 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녀의 약혼반지가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아만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사람들이 제 약혼반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엄청 많이 하는 것에 좀 놀랐어요. 물론 사람들이 아무 관심도 안 보이고 제 영화도 보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정말 의외였어요. 뭐랄까, 배우나 가수들은 일거수일투족이 다 드러나니까 대중도 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제 인생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는 좀 특이한 편이죠. 그러나 제가 약간 알려진 ‘유명인’이라 해서 타인들이 제 삶이 이러이러할 것이다 하고 예상하는 건 여전히 흥미롭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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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디올(Dior). 오른손의 팔찌는 불가리와 까르띠에.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 왼손의 반지는 모두 마르틴 카츠(Martin Katz). 스타킹은 맥스 블랙. 슈즈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드라마 <애즈 더 월드 턴즈(As the World Turns)>로 데뷔한 이래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 상업적인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모두 거머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이후에는 많은 블록버스터 작품에 출연했다. 그렇다 보니 그녀의 이미지가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섹시 퀸’, ‘로코 퀸’으로 각인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의외로 다양한 역할을 맡았음을 알 수 있다. 미스터리 수사물 <트윈픽스> 시즌 3, 셜리 맥클레인과 함께한 코미디 영화 <더 라스트 워드(The Last Word)>도 찍었고, 곧 내시 에저턴 감독의 새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다. 내시 에저턴은 아만다에 대해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평가한다. “지금 인기가 많다고 해도 엄청난 노력과 재능이 있어야 그 인기를 쭉 유지할 수 있어요. 데뷔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잖아요. 금방 불안해지기 쉬워요. 하지만 지금까지 선택한 작품에 대해 후회는 전혀 없어요.”

아만다의 빛나는 금발 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그녀를 인형 같은 여배우로만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아만다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미우미우의 새로운 뮤즈로 발탁되었으며, 지방시의 대표 얼굴이자 리카르도 티시의 절친으로 지방시의 새로운 향수 캠페인 ‘베리 이리지스터블(Very Irresistible)’의 전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만다는 스타들이 친근함을 주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만의 솔직함이 매력인 ‘보통 여자’다. 모든 인터뷰를 일의 연장선이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긴다. “인터뷰를 기회로 만나는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통해 뭔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그녀는 인기 리얼리티 쇼 <더 배철러(The Bachelor)>를 즐겨 본다며 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스스로 협찬 상품을 인스타그램 등에 마구 홍보하기 시작해요. 저는 그런 것도 막 찾아보죠. 안 봐야지 안 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빠져들어 보게 되는 재미가 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요. 참가자들이 리얼리티 쇼를 통해 스타가 되어 돈을 버는 게 기발한 것 같아요. 아주 잠깐 유명해졌다가 또 이내 사라지지만요.” 그녀는 홍보 등을 위해 아주 잠깐 인터뷰를 하고 후다닥 끝내는 방식을 혐오한다. “그런 방식은 익숙해지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상황도 아니고요. 실제 그런 상황에서는 제가 자연스럽게 있을 수가 없잖아요. 4분 만에 금방 끝나는 식의 인터뷰 말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은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해요.” 앞으로 개봉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도 했다. “사람들이 그 영화를 안 좋아하거나, 평단에서 혹평을 하거나, 영화 리뷰 사이트에서 평점이 엉망이거나 아니면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오히려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너무 안타깝죠. 그 부분은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의외로 승부욕이 강해 승패에 집착한다는 고백도 했다. “새도스키와 낱말 맞히기 게임을 하는데 그가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예 그와는 게임을 안 해요. 어차피 이기지 못할 게 뻔하니까.”

드레스는 샤넬(Chanel). 장갑은 맥스 블랙.

드레스는 샤넬(Chanel). 장갑은 맥스 블랙.

 

아만다는 스톤리지 농장에서 열린 언니의 결혼식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언니가 결혼하던 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요. 제가 하나하나 신경을 썼는데, 준비하는 데 꼬박 1년 정도 걸렸어요. 아마 다시는 결혼식 준비는 안 할 것 같아요”라며 결혼식을 위한 꽃과 빈티지 꽃병 등을 어디서 공수했는지 자세히 말했다. 아만다의 취미는 뜨개질이다.정치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동물 보호에도 앞장서지만 아직은 여러 사안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며 겸손한 모습이다. “요즘 인스타그램 홍보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많잖아요. 사실 좀 놀랐어요. 포스팅을 하나 올리면 몇천 달러씩 받는 식인데, 제가 볼 땐 그렇게 팔로워가 많고 영향력이 있다면 뭔가 좀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요. 사실 의미 있는 사안에 대해 포스팅, 리포스팅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다 따라잡기는 무리라고 말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 “예전에는 여러 사안에 대해 좀 엄격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융통성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가혹하게 판단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판단을 하기 전에 먼저 이것저것 알아보고 공부하는 편이에요.” 아만다는 다시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힐러리 클린턴의 책도 읽고 트럼프에 대한 책도 읽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힐러리 클린턴의 오랜 팬이니까요. 그래도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의견만 듣고 어떤 사람에 대해 무턱대고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검토하고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 어떤 사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지지하기만 했다면 이젠 좀 바뀐 거죠. 어쨌든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있어요.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일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뉴욕에 대해 아만다는 이렇게 말한다. 뉴욕은 그대로인데 예전과 달리 뉴욕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이제는 뉴욕이 너무 정신없는 곳으로 느껴진다고. 그녀는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뉴욕에서 보내는 반면, 일이 없을 때는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농장에서 휴식을 취한다. “쉴 때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한 번 나가려면 준비하는 그 과정이 싫어서죠.”

그녀는 오래전부터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 덕분에 마음의 병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쉬워졌을 것이다. “제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어떤 것들이 불안감으로 이어지는지, 왜 그런지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불안감을 없애는 데 효과적인 저만의 방법을 찾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때, 스스로를 잘 컨트롤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불안감 외에 인생의 다른 면에서도 마찬가지예요”라고 아만다는 말한다. “20대의 마지막에 많은 일을 겪었어요.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성장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는 거죠. 힘든 시기를 지나왔기에 제 불안감에 대해 이젠 좀 더 능숙해지고 편해졌어요.”

인터뷰가 끝나면 그녀는 고양이 보호와 관련된 자선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할 예정이다. “미안해요, 이제 가야 해요”라고 말하면서도 “기자님 강아지도 봐서 좋았어요. 그리고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라며 페이스 타임 화면에 잠깐 얼굴을 비친 강아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때로는 좋은 결과를 위해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는 것 같다며, 아만다는 갑자기 화면에 등장한 자신의 애견 핀을 쓰다듬는다. 어쩌면 핀이 이제 인터뷰를 끝내야 할 시간이라고 알려주려 한 건지도 모르겠다.

톱과 스커트는 프라다(Prada). 반지는 까르띠에. 스타킹은 맥스 블랙. 슈즈는 쥬세페 자노티.

톱과 스커트는 프라다(Prada). 반지는 까르띠에. 스타킹은 맥스 블랙. 슈즈는 쥬세페 자노티.